새누리당 국정원 국조 무마 프로젝트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3: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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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국정조사 할 생각 없었다?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던 민주당이 NLL대화록 사초(史草) 실종 파동으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까지 언급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이 가시적으로 얻은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한편 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도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것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조 무마 전략’에 완벽하게 걸려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무마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무마 전략을 되짚어봤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이하 국정원 국조)가 지난 2일부터 오는 8월15일까지 45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가운데 <일요시사>는 지난 19일 국정조사 기간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 9명 중 4명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김태흠 의원은 지난 3일부터 4박5일간 ‘2013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 전적지 탐방’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국조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국조기간 러시아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국조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이철우 의원도 같은 시기에 ‘한국주간’을 맞아 중국 심양을 다녀왔다.

한편 해외출장을 다녀온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하나같이 “의사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기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의 요구로 국조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민주당 진선미 의원 측은 “의사일정이 잡혀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우리 의원실은 특위위원으로 임명된 후 매일 같이 대책회의를 진행하며 국조를 준비해왔다. 이들이 국조기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은 매우무책임한 행동이고, 처음부터 국조에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정조사를 준비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국조기간에도 여유 있게 해외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새누리당이 국조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킬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국조
목표는 시간끌기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정원 국조 요구를 수락했지만 새누리당의 시간끌기로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조 무마 전략의 일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조 요구를 수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 6월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비록 불구속 기소였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국정원 국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처음에는 거부했던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전격 받아들인 것.

민주당 요구로 국정원 국조특위 꾸렸지만 조사는 ‘나 몰라라’
새누리 국조특위 위원 9명 중 4명이 외유성 해외출장 다녀와

새누리당이 국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결과적으로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는 평이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며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던 시점이었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거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하야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던 촛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당시를 되짚어보면 만약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조를 계속 거부했더라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몰렸던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민주당과 주도권 싸움을 팽팽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또 국정원 국조가 시작되면서 새누리당의 전략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NLL 진실공방
목표는 ‘물타기’


새누리당의 숨겨진 전략은 ‘물타기’와 ‘시간끌기’로 요약된다. 지난 2일 국정원 국조특위가 시작됐지만 이날 특위 첫 회의는 시작 10여 분 만에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 위원들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으로 새누리당에 의해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최초 제기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국정원, 경찰 출신인 이철우 의원, 윤재옥 의원도 제척사유”라며 맞받았다.

결국 이날 특위는 양당 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개회 10분여 만에 정회됐다. 국조특위 공전이 길어져 새누리당에 책임론이 불거질 쯤 새누리당은 또 한 번 기막힌 타이밍 정치를 펼친다. 민주당이 제척사유라며 사퇴를 요구한 정문헌, 이철우 의원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한 것이다. 이로써 국조특위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에게 쏠리게 됐다.

그후 국조특위는 김현·진선미 의원이 지난 17일 자진사퇴 할 때까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직을 사퇴하면서 국정원 국조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이미 국조기간 중 15일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뒤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에서 최대한 시간끌기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대화록 의혹을 적극 활용한 물타기 작전도 펼쳤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하자 이를 계기로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대화록 이슈를 정국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온다. 그 과정은 가히 속전속결이었다. 지난 6월20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자료를 단독으로 열람하고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불과 사흘 뒤인 24일에는 2급 비밀문서였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NLL대화록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과의 교감설도 신빙성 있게 제기됐다.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은 적중했다.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6월30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공개된 원본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쳤다. NLL대화록 의혹과 관련한 판이 커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국정원 의혹에서 NLL 포기 논란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새누리의 함정
매번 당한 민주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도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당시 민주당은 자신감이 있었다. 이미 공개된 대화록 전문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 발언이 아니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요구안 처리를 강행했고, 요구안은 재석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으로 가결됐다.

새누리에 휘둘리다 아무것도 못 얻은 민주
버텨야 사는 새누리, 아직 남은 카드 많다

새누리당이 회의록 제출 요구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대화록이 공개되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이 공개 된 후 새누리당은 NLL 포기 논란은 ‘포기’라는 용어를 썼느냐 안 썼느냐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며 슬쩍 꼬리를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NLL 포기 논란을 종식시켜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실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NLL 포기 논란은 사초(史草) 증발 논란으로 전환됐고 NLL정국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이 회담록이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처음부터 국정원 의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희석시키고 민주당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의혹이다. 특히 지난 달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보유본이 원본”이라면서 “대통령기록관의 회의록 보유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발언이지만 지금 되짚어 보면 당시는 참여정부가 회의록 2부를 만들어 1부는 국정원에, 1부는 청와대를 거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남 원장의 모르겠다는 발언은 이미 대통령기록관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압승
민주당의 굴욕

국정원 정국을 어떻게든 덮어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의외의 행운도 있었다. 바로 ‘귀태’ 논란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표현했다.

정부와 여당은 크게 반발했다. 새누리당도 모든 원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홍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파문이 커지자 귀태 발언을 한 홍 의원은 지난 12일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이 또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작전’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귀태 발언은 문제가 있었지만 여당이 모든 원내 일정을 중단하고 공세를 펼칠 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귀태 정국을 거치며 새누리당은 여론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시간끌기에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에는 아직도 남은 카드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는 국정원 국조의 조사 범위와 증인 채택,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 여부를 놓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남은 국정원 국조 기간에도 알맹이가 없는 정쟁만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NLL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를 인지한 여야지도부는 이미 국정원?NLL정국의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은 철저히 새누리당의 편이라는 이야기다.


한 정치전문가는 “국정원?NLL정국은 민주당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정원 정국을 되짚어 보면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누리당의 전략에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다가 아무것도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원 국조특위 본격가동
여야 폭로전으로 ‘얼룩’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는 지난 24일 법무부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법무부 황교안 장관과 담당 실국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나 회의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서해 NLL 관련 발언 녹취파일을 추가로 폭로했고,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의 국정원 전·현직 직원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는 등 폭로전으로 얼룩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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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