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NLL 살생부' 실체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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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유탄' 조심하라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각계의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됐다.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떨게 하는 이른바 'NLL 살생부'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NLL 논란은 지난 대선을 뒤흔든 주요이슈 중 하나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8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기록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NLL논란은 대선 기간 내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괴롭혔다.

국정원 물타기? 
의혹 해결될까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대화 준비단장을 맡았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결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NLL 논란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NLL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판가름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를 호기로 삼아 대반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3일 후인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다.


정계 은퇴도 불사, 벼랑 끝 대결 펼치는 여야
NLL 대화록 공개 후폭풍에 여야 모두 긴장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게다가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후 국회 정보위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국의 초점이 NLL 논란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 통과에 찬성하게 된다.

요구안은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킨 것이다.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3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 NLL 때문에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NLL 살생부’다. 그렇다면 NLL 살생부에 거론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NLL 살생부' 
정치권 떠날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여야 의원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그중 이번 논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급기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의원직을 건 것에 대응해 문 의원도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었던 문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NLL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문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고, 녹음내용을 통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들으면 저자세 회담을 방증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가 단순한 의원직 사퇴가 아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매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는 이번 회의록 자료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NLL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위기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쟁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 의원이 주장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 바꾸기
논쟁 계속

민주당은 즉각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열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 역시 열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직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화록 전문 공개 후 포기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을 보면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NLL 3인방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화록 공개 파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 부대표도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NLL 논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유탄을 맞고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전 이미 대화록을 봤으며 이를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정원 동원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관련 의혹 증폭
대화록 원본 공개돼도 논란 계속될 듯

특히 실제로 김 의원의 부산 유세발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교해본 결과 이 둘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새누리당 권영세 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집권 후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선 중 NLL대화록을 입수했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 시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 파문이 커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권 대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던 월간지 기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월간지 <신동아>의 H기자는 지난달 28일 "K씨(민주당 전문위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사진과 음성파일을 빼갔고 박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며 박범계 의원과 K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녹취록은 정상적인, 가장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한 것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당사자인 H기자가 민주당의 무단절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박 의원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거물급 다수
정치권 지각변동


NLL 논란과 관련,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정치인들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NLL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12년 6월에도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거론한 인물들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모두 거물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친북발언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NLL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NLL 살생부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도 언제 어디서 유탄에 맞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NLL논란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물급 인사들이라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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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