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 첨병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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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더니…아직도 어둠의 자식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해 대선기간 불거진 정치개입 의혹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논란까지 최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사실 국가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임 시절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던 국정원의 수장들이 퇴임 후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은 이미 익숙한 광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며 논란을 빚어왔던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보수집기관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은 대공, 대정부 전복, 대테러 정보 수집과 국가기밀 관련 보안, 국가보안법상 범죄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이처럼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개입 논란에 시달리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를 위해 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안보
정권안보

국정원은 지난 1961년 6월10일 '중앙정보부(이하 중정)'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설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 직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만든 게 바로 중정이고 초대 부장은 최측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맡았다. (김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큰형 박상희씨의 사위다.) 그 탄생부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중정은 남북 대치 상황을 빌미로 정치권 위에 군림했다. 중정은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정권에 반하는 인사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그들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고문하고 납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73년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본에서 납치해 수장하려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중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에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개칭했지만 정치공작 행태는 여전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은 야당 창당대회에 조직 폭력배를 투입하는 이른바 '용팔이사건'을 일으켰고 '수지김 간첩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전신 중앙정보부 탄생부터 정권안보에 초점
통치권자 바뀔 때마다 반드시 되풀이 되는 '국정원 수난사'

김대중 정권 때인 1999년에 안기부는 다시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개칭해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정국을 뒤흔든 사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6·10민주화 항쟁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안기부를 정치에 적극 개입시켰다. 그 결과 노태우 정권에서 안기부는 통치권자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유력 인사에 대한 미행과 협박은 물론이고 미림(美林)팀이란 조직을 만들어 도청까지 했다.

1992년 대선 직전 처남매부 사이인 김복동 의원이 민자당을 탈당하려 하자 안기부를 동원해 대구톨게이트에서 '납치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민정계 수장이었던 박태준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계속 맞서면 우리(안기부)는 최고위원으로 대우할 수 없다"는 당시 이상연 안기부장의 위협에 대권 꿈을 접기도 했다.

정권 2인자
국정원장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안기부장의 국내정치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치사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기부로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곧 안기부를 통한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1994년 6월 안기부는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미림'이라는 도청팀을 부활시켰다. 미림팀은 정치권 주요인사들이 예약한 서울의 한정식집이나 호텔식당 등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약속장소 역시 불법 전화감청으로 파악했다. 추후 파악된 바로는 1997년 11월까지 646명(정치인 273명)에 대해 녹음테이프 1000개 분량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는 또 1997년 권영해 부장 시절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을 동원했다. 대선 몇 주 전 재미교포 윤홍준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토록 한 것이다. 안기부는 그해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에게 김대중 후보 앞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시켜 김 후보를 용공 인사로 몰기도 했다.

안기부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 등이 북측 인사에게 판문점 총격사건을 일으켜달라고 부탁한 이른바 '총풍'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결국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은 정권교체 후 검찰에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안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앞서 언급됐듯이 김 전 대통령은 중정에 납치돼 바다에 수장될 위기를 넘겼으며, 대선과정에서도 안기부의 각종 공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전체 직원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581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또 주요 기관을 담당하는 일선 정보요원 대다수가 영남에서 호남 출신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의 대북정보수집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던 김대중정권이지만 전화감청의 유혹만은 뿌리치지 못했다.

정보 유혹
반복된 실수

당시 휴대전화의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은 33억원을 들여 감청장비를 개발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 32명이 24시간 3교대로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시민단체·노조 간부 등 1800여 명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

2000년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당의원을 순화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김대중정부에서 재임했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은 2005년 검찰 수사에서 도·감청 내용을 보고받고, 첩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 받았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정원과 선을 긋기 위해 노력했다. 불법도 불법이지만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의존하게 되면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보고서가 국가를 통치하게 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국정원이 국내 고급정보를 보고하자 "왜 나에게 이런 것을 보고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무현정부에서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과 정치공작 의혹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야권 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끝내 뿌리 뽑지 못했다. 국정원 직원 고모씨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퇴임한 직후인 2006년 8월부터 11월까지 이 전 시장의 주변인물 132명에 대해 재산흐름과 범죄기록 등을 조회한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역대 국정원장 중 6명이 검찰 소환
모두 실패한 국정원 개혁 성공할까?

이명박정권하에서는 또다시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개입과 같은 악령이 되살아났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켰다. 이명박정부 첫 국정원장이던 김성호 전 원장은 대통령과 주 1~2회 독대를 했다.


2009년 두 번째 국정원장에 임명된 원세훈 전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를 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근거리에서 보좌한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보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원 전 원장의 깊은 충성심은 과잉충성과 정보기관의 역할 왜곡으로 이어졌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개입을 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처럼 역대 국정원 수장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남부럽지 않은 권력을 휘둘렀지만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 국정원이 재출범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9명의 역대 원장 중 각종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는 총 6명에 이른다.

정보기관장의 수난사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정과 안기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박정희정권 시절 무려 6년3개월을 중정을 장악한 김형욱 전 중정부장은 숱한 정치공작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퇴임 후 미국으로 망명,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갑자기 실종되기도 했다.

안기부 시절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됐다.

비극적 결말
해결방안은?

한편 정치권 내부에서도 정치개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거나 국정원의 국내정치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는 종합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기능에서, 국내파트를 떼어내고 국외 및 대북 전문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 및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보니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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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