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하 경실모)이 지난 6월5일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경실모는 그동안 대선 핵심이슈였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주도하면서 당내 개혁과 쇄신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실모는 불과 출범 1년 만에 전현직 의원 52명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최대모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실모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고민에 빠져 있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제기하자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경실모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속도조절론이란 표현은 천천히 가자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경제민주화) 강도를 약하게 하자는 뜻으로 들린다"며 '강도조절론'이라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던 이슈지만 대선이 끝난 후 새누리당 내에선 경제민주화 이슈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경실모가 있었다.
속도조절론?
경실모는 결성될 때부터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경제민주화를 매개로 새누리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집결했기 때문이다. 당내 소장개혁파의 주축이었던 남경필 의원이 대표를 맡고 18대 국회 초재선 의원모임이었던 '민본21' 소속 김세연, 김성태, 박민식 의원 등이 모임을 주도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경실모가 겉으로는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적극 동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 주류인 친박계에 맞서는 새로운 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딱 맞아 떨어졌다.
경실모는 지난해 대선기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대기업 오너의 의결권 행사 제한, 대기업 집단법 제정 등과 같은 급진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박 대통령과 친박 주류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경실모와 친박계 간의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 됐다. 비록 대선기간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이 자칫 내부갈등으로 비춰진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경실모 활동은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갑을 논란'을 촉발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논란과 '프랜차이즈법'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법안 논란이 재연되면서 경실모의 행보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실모는 지난해 재벌개혁 입법과제에 주력했던 '시즌1'에 이어 올해 '시즌2'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마련과 불공정거래 근절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경실모는 현재 '갑을관계 민주화법'이라고 명명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경실모의 행보에 대해 최근에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직접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며 단속에 나섰지만 경실모는 오히려 최 원내대표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거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쇄신이미지 도움 되지만 사사건건 '충돌'
경실모, 새누리 당내 갈등 불씨 되나?
경실모는 당 지도부의 속도조절론 제기에도 불구하고 갑을관계 청산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당 지도부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안 등이 들어가 있다. 이 밖에 경실모는 재벌총수가 횡령 등을 범했을 경우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법정형을 7년 이상으로 올린 법안,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 고발인(신고인)의 공정위 결정에 대한 불복 기회 부여, 내부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에 대한 법안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들이다. 이 같은 이유로 경실모를 바라보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시선은 싸늘하지만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어 답답한 입장이다.
출범 당시 39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경실모는 이제는 전현직 의원 52명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최대모임으로 성장했다.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살짝 넘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경실모 소속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들게 된다면 여러 가지 주요쟁점들에서 새누리당이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경실모 핵심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부 법안 처리에 한해 야권과 협력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야당과 연대해서 경제민주화에 보수적인 당 지도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경실모 소속 의원 중 20여 명만 민주당과 협력해도 여대야소의 구도가 깨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경실모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는 힘들다.
또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선도해온 이슈다. 이를 추진하겠다고 결성한 모임에 대해 당 지도부가 압박을 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결정적으로 새누리당 지도부로서는 이들을 압박할 마땅한 방안도 없다. 다음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현 지도부의 경고는 힘이 실리지가 않는다. 경실모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속앓이만 하고 있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경실모 소속 의원들이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당내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세력화를 이루고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기 위해 마구잡이로 포퓰리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이 정무위원도 아니면서 마구잡이로 법안을 내고, 정무위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도 안 살펴보고 하니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도조절론?
경실모가 과연 당내 세력화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경실모는 지금까지 20개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건도 없다.
현재 경실모는 52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경실모 활동에 참여하는 회원은 이 중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지난 선거의 핵심이슈였기 때문에 일단 가입만 해놓은 의원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중에는 경실모가 당 지도부와 잦은 충돌을 빚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면서도 경실모를 탈퇴하는 행동을 했다가는 자칫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정치인으로 오해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또 경실모는 민주당과도 상당한 정책적 차이를 보이고 있어 융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체성이 무척 애매한 것이다. 경실모의 경제민주화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