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주 '국정원 치킨게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25 09: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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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국정원 의혹은 잦아들기는커녕 여야의 폭로전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국정원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검찰이 지난 14일 지난 대선기간 불거졌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 1970여 건 중 73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목한 인터넷 글 중 69건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을 반대하는 글이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글도 4건 확인했다. 수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작업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수시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개입 했지만
불구속 기소

비록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하고 관련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끝난 뒤에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사건과 선 긋기에 나섰고, 민주당 내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며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양쪽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이른바 여야의 '국정원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치킨게임이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2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에서 비롯됐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불렀다.)

'국정원사건 국정조사' 여야 전면전 돌입
국정조사 수용하기도 거절하기도 '애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새누리당에 '검찰 수사 완료 후 국정조사 즉각 실시'라는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여의도의 한 콩나물국밥 식당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간 회동에서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허니문이라고 얘기하는 집권 초기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당내에서 논의를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진짜 속내는 잠시 뒤 밝혀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여야 당대표 간 회동이 있은 직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직접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용 공세"라고 비난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 의혹은 연일 여야 의원들의 폭로전이 이어지며 전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몸통 공방
색깔론 공방

지난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국대사를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없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권영세 당시 실장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11일에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문제의 오피스텔 앞에서 수차례 김 전 청장과 권 당시 실장, 박 국장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에 해당 사건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이 공천을 제의받았다는데, 이 같은 공작정치의 몸통이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김부겸 선대본부장이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여야가 제기한 몸통론 의혹에 대해 권 대사는 주중국대사관 공보관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대사로서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역시 "내가 대선 때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물 타기 시도"라고 불쾌해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사건의 주임인 진모 검사는 민중민주(PD) 계열 운동권 인사로, 1996년 4월에는 충북대신문에 '김영삼 정부를 타도하자'는 글을 썼다. 중요 사건에 왜 운동권 출신을 주임 검사로 맡겼나.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영선 법사위 위원장은 "운동권 출신은 전부 빨갱이냐? 출신성분 분석은 공산당에나 있는 일"이라고 비난해 난데없는 색깔론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관해서도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 1970여 건 중 73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측이 작성한 대선 관련 댓글 73건은 하루 1건 활동한 것으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국정원) 밑에 직원이 약간 오버한 것 가지고 선거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현재까지 발견된 글은 73건이지만 트위터 같은 경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일반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광범위하게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 73개?
진실은?

한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여야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자칫 이번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정조사 수용으로 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기게 될 우려도 있다.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야권의 폭로전이 이어져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이 다가오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더더욱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만에 하나 국정조사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에 치명타가 될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마냥 묵살하는 것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3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지금은 지도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조 합의를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이 같은 말 바꾸기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정말로 숨기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은 새누리당을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

국정원사건 몸통은 누구? 폭로전도 치열    
6월 국회 '국정원사건'에 발목 잡히나?

새누리당은 또 야권의 공세에 맞서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민주당의 인권침해 부분을 부각시키려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에 가로막혔으며, 검찰이 이미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혐의를 적용한 가운데 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의 경우는 더욱 절박하다. 이미 대선직후 불거진 수개표 논란 당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이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지지층의 이탈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게다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은 검찰 수사로 이미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진 상태다.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최근 지지율이 10%대까지 폭락하며 위기에 몰린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야 말로 대반전을 도모할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도 고민은 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대선개입으로 의심되는 댓글은 고작 73개다. 민주당에서는 "국정원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문재인이 대통령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이같은 소수의 댓글이 과연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정원 차원의 대선 개입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댓글 숫자 때문에 벌써부터 보수진영에선 민주당의 발목 잡기, 대선 패배 분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트위터 등을 추가로 분석하면 더 많은 대선개입 댓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장을 뒷받침 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개연성도 크다. 양쪽 모두 물러설 수도, 그렇다고 마냥 밀어붙이기도 부담스러운 치킨게임인 것이다.

치킨게임 시작
누가 죽을까?

현재 국회에는 여러 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여야는 국정원과 관련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선 공통공약과 경제민주화 입법, 갑을관계 관련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에 대한 심의는 별도로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국정원사건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들 법안 심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고 마는 국정원 치킨게임의 최후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한여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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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