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을 통해 LIG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908호 참조> 총 22개(해외법인 포함) 계열사 가운데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과 구본욱 LIG손해보험 상무,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등 '구씨'2∼3세 13명이 지배하는 LIG에이디피에 'LG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들 중엔 미성년자까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영업이 집중"
그런데 LIG에이디피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LIG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LIG시스템'과 '휴세코'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4년 설립된 LIG시스템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로, 다른 대기업들의 시스템통합(SI) 계열과 같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높다.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70∼90%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LIG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864억원 가운데 637억원(74%)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이중 기타 특수관계사들이 635억원의 일거리를 줬다. LIG시스템의 기타 특수관계사는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LIG투자증권, LIG옵트로닉스 등 15개사에 이른다.
2011년에도 이들 특수관계사는 매출 701억원 중 604억원(86%)에 달하는 일감을 LIG시스템에 퍼줬다. 2010년의 경우 매출 575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545억원(95%)이나 됐다.
외부 회계법인은 LIG시스템을 감사하면서 관계사와의 거래를 부각시킨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회계법인은 지난해 LIG시스템 감사보고서에서 '영업의 집중'이란 제목으로 "회사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고객은 총 2곳(전기 2곳)이며, 고객들로부터의 매출액은 615억원(전기 552억원)"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휴세코는 경비, 청소, 급식, 식당 등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체로 주유소도 운영한다. 처음 에프엠에스란 개인회사였다가 2005년 LIG그룹이 인수하면서 계열사로 편입됐고 2007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휴세코도 '집안 매출'비중이 높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휴세코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59%. 매출 739억원에서 433억원(59%)을 계열사들이 밀어줬다. 밀어준 곳은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LIG건설, LIG투자증권 등이다. 이중 LIG손해보험과의 거래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에도 매출 667억원 가운데 324억원(49%)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매출 70∼90% 계열사서…수백억원씩 거래
팍팍 밀어주는 LIG손해보험 'VIP 지원군'
그전엔 더 심했다. 휴세코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06년 95%(총매출 417억원-내부거래 398억원) ▲2007년 93%(343억원-319억원) ▲2008년 78%(414억원-321억원) ▲2009년 67%(506억원-338억원) ▲2010년 44%(547억원-242억원)로 나타났다.
휴세코 역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영업의 집중'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회계법인은 "회사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고객은 총 2곳(전기 2곳)이며, 고객들로부터의 매출액은 417억원(전기 319억원)"이라며 "이처럼 회사(휴세코)의 영업은 이들 회사들과의 영업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다. 회사 재무제표는 이러한 영업관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작성된 것"이라고 적었다.
두 회사는 내부거래로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LIG시스템은 지난해 6억원을 배당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4억8000만원, 4억원을 배당했었다. 휴세코도 지난해 6억원을 배당했다. 2006∼2011년엔 2억1000만∼7억원씩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실시했었다.
다만 LIG시스템과 휴세코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LIG 오너일가는 ㈜LIG를 통해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LIG시스템은 지분 100%(30만주)를 보유한 ㈜LIG의 자회사. 휴세코도 지분 100%(200만주)를 소유한 ㈜LIG의 자회사다.
㈜LIG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지분 21%(1025만529주)로 최대주주.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도 20.9%(1020만9490주)를 갖고 있다. 또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이 11.6%(564만1208주)를, 고 구자성 LG건설(현 GS건설) 사장의 장남 구본욱 LIG손해보험 상무가 8%(388만4822주)를,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이 6.8%(331만4346주)를 쥐고 있다.
LIG그룹은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가 LG그룹에서 분리해 나오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창업고문이 주축이 됐다. 구 고문의 장남 구자원 회장이 그룹을, 막내아들 구자준 회장이 그룹 핵심인 LIG손보를 맡고 있다.
힘든 홀로서기
LIG그룹은 계열분리 이후 별 탈 없이 사세를 키우다 지난해부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구자원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최근엔 지각변동까지 감지된다. 2세에서 3세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구자준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IG손보 보유지분의 절반가량을 조카들에게 넘긴 게 대표적이다. 구자원 회장이 법정에 선 상태라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LIG시스템·휴세코 기부는?>
LIG그룹의 일감을 받고 있는 LIG시스템과 휴세코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IG시스템은 지난해 11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864억원) 대비 0.001%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1년에도 매출(701억원) 대비 0.002%뿐인 160만원만 기부했었다. 2010년의 경우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휴세코는 지난해 200만원을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739억원) 대비 0.003%에 불과한 금액. 2011년엔 기부금이 고작 30만원이었다. 당시 매출(667억원)의 0.000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2010년 기부금은 '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