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유 있는 '끝장고집' 속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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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발판으로 차기 대권 간보기?"

[일요시사=정치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이후 100일 넘게 논란을 겪어온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지난 11일 여야 의원 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기습 처리됐다. 진주의료원과 관련, 국회에서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전방위 압박이 이어졌지만 홍 지사의 끝장고집을 막진 못했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홍 지사의 끝장고집엔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를 강행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여야 의원 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기습 처리됐다. 경남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15분쯤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을 명시한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정, 가결했다.

날치기 통과

야권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 11명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가운데 김오영 의장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조례 개정안을 상정한 후 "여러분 동의하시죠"라고 묻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네"라고 대답하자 "다수 의원이 동의했으므로 가결됐다"며 의사봉도 두드리지 않은 채 5분 만에 전격 통과시켰다. 홍 지사의 폐업 방침 발표 이후 100일 넘게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던 진주의료원은 이로써 103년의 공공의료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지난 2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의 폐업 방침을 발표한 이후 진주의료원 사태는 무척 긴박하게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공의료를 확충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는데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4월10일에는 이와 관련 '박심'으로 통하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경남도청을 찾아 홍 지사를 면담했고, 4월29일에는 국회에서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여야 가릴 것 없이 홍 지사를 전방위로 압박해온 것이다.


그러나 홍 지사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홍 지사가 여러 가지 부담을 안고도 끝장고집을 부린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다. 홍 지사의 끝장고집에는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1차원적으로 생각한다면 홍 지사의 주장대로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가 된 진주의료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진주의료원에 대해서는 매각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1999년 도의회에서부터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며 "십수년간 도와 도의회에서 47회에 걸쳐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노조에 의해 모두 거부되었고 그 결과는 279억 원의 누적부채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홍 지사는 "직원 한 명이 하루에 환자 한명도 채 진료하지 않으면서 의료수익은 줄어도 복리후생비는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있다. 여야는 비록 홍 지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역 여론은 비교적 찬반 여론이 비등하다는 것이다. 홍 지사로서는 자신의 뜻을 굽힐 이유가 없었다.

홍 지사가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통해 정치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의료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종교계 인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밖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왔지 다음 자리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보수진영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홍 지사는 지난해 4·11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정계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그런 홍 지사가 최근에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결단력 있는 이미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도 당혹? 또는 이중플레이 꼼수
진주의료원 폐업, 홍 지사에겐 실보다 득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물론 야당, 국회 보건복지위, 보건복지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비판과 정상화 권고를 했지만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한계가 무색하게 전국적인 이슈 중심에 서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일각에선 진주의료원이 언제든 재개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폐업 선언과 완전한 해산은 다른 것으로 폐업은 언제든지 재개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례를 고쳐서 해산해 버리면 방법이 없다.

홍 지사는 지난 4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도에서 많은 검토를 했지만 강성노조로 인해 어렵다"며 "중앙정부에서 예비비 등 500억 정도 지원해 준다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100일가량이나 이어졌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자 홍 지사가 일종의 자극요법을 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그동안의 '불개입 원칙'에서 벗어나 대책 마련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일단 폐업 이후의 절차인 해산은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혜택을 얻어 낼 가능성이 크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도 공무원들과 도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자 홍 지사가 폐업 결정을 서둘렀을 가능성도 있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무려 4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문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언제까지 진주의료원 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거냐"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특히 주무부서인 복지보건국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홍 지사 개인으로도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진주의료원에만 매달려 다른 중요한 도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이제 와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취소할 수도 없는 만큼 대내외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폐업 강행을 결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득실 계산

한편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는 홍 지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의 이중플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도의회에서의 조례안 처리의 경우 새누리당의 암묵적 동의 없이는 지방선거를 불과 1년 앞둔 도의원들이 이처럼 조례안 처리를 강행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경남지역은 새누리당의 공천증이 곧 당선증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어찌됐든 진주의료원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전국적인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놓고 국회에서는 홍 지사를 소환해 국정조사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홍 지사의 이유 있는 고집이 홍 지사 개인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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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