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후폭풍' 코너 몰린 박근혜 정국반전 빅카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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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사고뭉치 역시나 "윤창중 지울 이슈 띄워라"

[일요시사=정치팀] 방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윤창중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인 사태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루 빨리 윤창중이라는 악몽 같은 세 글자를 지우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국을 반전시킬 박 대통령의 비장의 카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후폭풍'을 차단하고 경색된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고, 이로써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연일 상승세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귀국 당일 방미 기간 성과를 설명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전격 취소됐고, 대신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의표명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윤창중 핵폭탄
길어지는 후폭풍

방미 기간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던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사건 발생 후 한참동안이나 국내 모든 언론사의 주요뉴스는 윤창중 사건으로 채워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악몽 같은 나날들이었다.

윤창중 사태의 후폭풍이 길어지자 박 대통령은 윤창중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짓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박 대통령은 사건이 터진 사흘 후인 지난 14일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제의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에 맞서 우리 측 인원의 전원 귀환을 지시해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폐쇄된 후 겨우 1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장 야권에선 윤창중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진심 없는 대화제의라며 반발했다. 북한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박 대통령의 첫 번째 플랜은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대북문제만큼 국면전환용으로 훌륭한 효과를 냈던 것은 없었다.

윤창중에 삐졌던 언론 달래기, 잦아든 비판보도
연이은 선심성 정책 발표 "내부 조율도 안됐는데…"

아직까지는 남북 간에 긴장완화를 위한 분위기가 제대로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이슈 전면에 내세워 윤창중 지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박근혜정부에서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정책들도 국면 전환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일 행복주택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튿날인 21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인한 신용불량자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인 행복주택은 서울 오류와 가좌, 목동과 잠실 등 수도권 도심 7곳에 1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에다 공공택지를 보유한 지자체 등과의 의견도 엇갈려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 내 입장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7개 시범지구를 발표한 것을 놓고는 윤창중 지우기를 위해 무리한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
무리한 발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MF 신불자 구제방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사업실패나 연대보증으로 신불자(채무불이행자)가 된 11만여 명의 채무원금을 최대 70% 탕감하고 최장 1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자에 대한 일괄 채무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구제방안의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너무도 뻔한 선심성인 데다가 험한 빚 독촉을 견뎌가며 안 입고 안 먹고 다 갚은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국가가 세금으로 빚을 대신 갚아주는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간담회 역시 윤창중 사태를 덮기 위한 언론달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이날 만찬간담회는 윤창중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긴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언론달래기에 나섰다. 일단 만찬에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제외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윤창중 성추행 파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던 데다 취임 후 첫 만남이어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대통령은 예정시각을 훨씬 넘겨가면서까지 모든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윤창중 파문에 대한 소회 등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간담회 마무리에는 "새 정부의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론에 귀 기울여 가며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며 언론과의 소통도 약속했다.

사실상 언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윤창중 사태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평소 윤 전 대변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언론인들이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윤 전 대변인이 평소 언론과의 관계가 불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자들이 싫어한 대변인
언론달래기 나선 대통령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기자들과 잦은 신경전을 벌여 대변인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던 언론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찬간담회 이후 윤창중 사태에 대한 보도는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했다. 물론 사건의 휘발성이 다한 것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언론달래기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윤창중 사태 무마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론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여환섭) 외에 특수2·3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1·2·3부, 금융조세조사1·2·3부 등 지검 3차장 산하 모든 부서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각각 1~2명 차출해 수사팀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건설사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4대강 사업 참여·진행 경과와 담합 의혹, 압수물과 관련한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 건설사가 4대강 담합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된 문건이 확보되기도 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건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을 지난 20일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사례가 있긴 했지만 검찰이 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무려 16시간 동안이나 강도 높게 이뤄졌다. 이어 검찰은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속도내는 4대강·국정원 수사, 이명박 먹잇감으로?
박 대통령 "나도 피해자" 선 긋기, 반발여론은 부담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암묵적 동의는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일부 친이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이 전 대통령을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과의 선긋기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저 자신도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또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냐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 윤 전 대변인 건도 사실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될 줄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도 윤창중 사건의 피해자라는 항변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을 한 일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국 현지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빠른 수사 진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발 빠른 선 긋기에 나선 이유는 아무리 윤 전 대변인이 억울하다고 해도 어설프게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향후 거짓 증언한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면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아니고 여성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정부에서 고위공직자가 성추행이라는 추한 스캔들에 얽힌 만큼 편을 들어줄 여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잘못
빠른 선 긋기


일단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 자체감찰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청와대가 "더 이상의 추가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자 윤창중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자연스럽게 윤창중 사태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섣부른 선 긋기가 오히려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눈치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난 1999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임기 중반이었음에도 옷로비사건(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하며 로비를 한 사건) 이후 정국 장악력이 크게 떨어져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역시 윤창중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임기 초반부터 정국장악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윤창중 사태로 현 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한 국민들의 감정을 제대로 보듬어 줘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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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