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사고친’ 윤창중, 누구냐 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11:58
  • 댓글 0개

아군 없는 외톨이 ‘사방이 적’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그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간 정가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악명을 떨쳐왔다. 자신과 반하는 세력에겐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버릇이 있을뿐더러 상대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불통 문제를 노출하곤 했다. 그는 결국 새 정부 출범 후 73일만에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퇴장 당하면서 청와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정치인
“변신의 귀재”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재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란 칼럼에서 쓴 글이다.

윤 전 대변인은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언론에서 정치권으로 오갔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코리아타임스> 정치부기자로 언론계에 첫 받을 내디뎠다. 이후 KBS 국제부 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에 있던 그는 1992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권’이 끝난 후 다시 <세계일보> 정치부로 복귀해 정치부장까지 지낸 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보좌역으로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패배 이후 일본 연수를 갔던 그는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반복적으로 언론계와 정치권을 들락거린 경력 탓에 ‘폴리널리스트’라는 꼬리표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언론인을 뜻하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의 합성어로, 편향된 정치관에 젖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언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노태우 정부서 청 행정관…이회창 보좌역 맡아
정권 바뀌면 언론계 복귀…권력 따라 ‘이삿짐’

2011년 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정치 분야의 칼럼을 썼다. 주로 야권에 대한 극단적,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칼럼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에서도 야권을 향해 폭언을 퍼부으며 무차별적으로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가 쏟아낸 ‘막말’은 극에 달했다.

당시 여권에서 진영을 옮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에 대해, 윤 대변인은 “정치적 창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적 창녀?
‘막말’대명사

그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한 보수언론에 게재한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의 일급 정치참모였던 윤여준, 박근혜가 당 대표할 때 원내대표 지냈던 김덕룡, 상도동 YS의 차남으로 YS 덕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까지 지냈던 김현철…(중략)…수많은 ‘정치적 창녀’들이 나요, 나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이 보낸 축하 사절단이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 “종북세력의 창궐 시대가 도래 할 것”, “굽실굽실 대서라도 정권 잡아야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현 무소속 의원)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고정출연하는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입에서 어린아이, 젖냄새가 풀풀 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에서 사퇴한 직후에는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긴급기고문에서 “백방으로 머리 굴리고 굴려도 문재인을 꺾을 수 없게 되니 돌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순교자’ 연출하는 안철수!”라며 “뭐? 문재인이 단일후보다? 정말 인간의 위선과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술책에!”라고 썼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쓴 <문화일보> 칼럼에선 “(박원순이 시장 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동의 근혜님~’
연일 ‘박근혜 찬가’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넘쳐 나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칭송했다. 지난해 <월간조선> 1월호에 쓴 ‘대통령 박근혜를 말한다’라는 글에서는 “(박 대통령은) 단언하건대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들에게 ‘박정희+육영수의 합성사진’을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대쪽 같은 원칙과 책임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말 대선 직후 청와대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되자마자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 5일만에 윤 전 대변인을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깜짝 임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전 대변인 임명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썼던 글들에 대한 ‘집중 포화’가 이어지자 윤 전 대변인은 블로그를 폐쇄하기도 했다. 또 막말 논란을 일단락 짓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윤창중...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랑이 잡았다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데...정치창녀? ‘창녀보다도 못난 놈’...”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보수논객’야당에 원색적 비난 쏟기로 유명
새정부 출범 73일만에 ‘성스캔들’로 경질

수석대변인에 이어 인수위 대변인을 지내면서도 그를 둘러싼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 외에 인수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는 등 ‘불통 인수위’의 상징적인 인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주요 인선을 발표할 때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선 내용 문서를 꺼내는 장면을 연출해 ‘밀봉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대언론 창구를 본인으로만 한정, 자신이 정치부 기자였던 점을 강조하며 인수위 기자들에게 취재를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인수위 업무와의 연속성 등을 들어 윤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브리핑에 심혈을 기울이며 큰 논란을 잠재웠지만 김행 대변인과의 갈등성 등 내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새나왔다. 이런 와중에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길에 함께 올랐다.

역사상 ‘초유’
외교 성스캔들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던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술을 마신 뒤 한국문화원 인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지 경찰은 주미대사관에 윤 대변인에 대한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그는 당일 낮 숙소에 있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추문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청와대는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LA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경질은 새 정부 출범 후 73일 만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표현하던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은 ‘외교 성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윤창중은?

▲충남 논산 출생 ▲경동고·고려대 화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과·중앙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즈 정치부 기자 ▲KBS 보도본부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 차장·부장 ▲문화일보 논설위원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통일연구원 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후임은?
‘썼던 사람’다시 쓰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후임 대변인에 누구를 임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김행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안에서 아직 ‘투톱’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론접촉 빈도가 높은 정권 초반임을 감안할 때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증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MB 정부에서 공동 대변인을 맡은 바 있던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형환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박 전 차관은 KBS 기자 출신으로 언론 경험이 풍부하고 공동 대변인 체제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당선인 공동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남강고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왔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안 전 대변인 역시 KBS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영흥중학교,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최 비서관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일했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일보에 입사해 외교부 출입기자,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 AM7 편집장 등을 지냈다.

최 비서관은 기자 시절 외교통으로 통했으며 부드럽고 신사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임명 돼 활동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로 입성했다. <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