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달인 된 국회의원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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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샀다하면 왕대박 "대체 비결이 뭡니까?"

[일요시사=정치팀] 땅만 샀다하면 대박을 치는 부동산 투자의 달인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19대 국회의원들이다. 지난 3월 말 19대 국회의원 296명이 신고한 재산공개내역에 따르면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가액은 1년 사이 평균 7200만원 가량이나 상승했다. 전국 평균 토지가격 상승률의 6.5배에 달한다. 한 의원은 부동산 시세차익으로만 무려 144억원을 벌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자 비결은 무엇일까?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 것일 뿐 부동산 투기는 아니다."
5년 전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경기 김포시 일대 3800㎡ 규모의 절대농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같이 황당한 해명을 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박 전 후보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낙마했다.

이후로도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였고, 수많은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이유로 낙마했다. 그런데 19대 국회의원 296명이 지난 3월 말 신고한 재산공개내역을 살펴보면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인사들은 부동산 투자의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땅부자 의원님들

현재 19대 국회의원 중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65명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땅 중 42%는 농지였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한 것은 분명한 농지법 위반 사항이다. 일부 의원들은 주말을 이용해 현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항변하고 있지만 평소 서울 여의도 국회와 지역구를 오가며 주말에도 각종 행사로 바쁜 의원들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해명은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보유농지는 7006㎡로 우리나라 농민 한 사람당 평균 농지 보유면적인 6807㎡보다 많았다. 항상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없다며 하소연하던 국회의원들이 전문적으로 농사만 짓는 농민들보다 많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황당하다.


한편 의원들이 전국에 걸쳐 소유한 토지의 가격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6.5배에 달했다. 심지어 경제 위기로 전국의 부동산 시가가 13%나 떨어졌을 때도 이들이 보유한 토지의 가격은 오히려 5%나 상승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부동산 투자의 귀재 또는 달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 19대 국회의원들이 당선 전후에 사들인 땅의 공시지가를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이는 매입 이후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곳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산 경남권, 전남 여수와 목포권, 강원 평창과 세종시 인근 등 올림픽과 행정수도 건설로 개발 호재가 있었던 대표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지역이었다.

의원들 중 전국 광역시도 3곳 이상에 토지를 보유한 사람은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비례) 6곳,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 5곳, 신장용 민주당 의원(수원을)과 현영희 무소속 의원(비례, 전 새누리당) 4곳, 고희선(경기 화성)·김영주(비례)·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수원 팔달)이 각각 3곳 등이었다.

특히 충북 보은·영동·옥천을 지역구로 둔 박덕흠 의원은 그동안 34억원어치의 토지를 사들였는데 현재가격은 178억원으로 시세차익으로만 14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수익률은 무려 400%다. 박 의원이 사들인 땅을 분석해보면 강원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개발 부지에 부인 명의로 34만여㎡(10만2000여 평)의 땅을 샀으며, 지난 1996∼1997년, 2001년까지 부인과 함께 서울 잠실운동장 인근 땅을 매입했다.

불황에도 오른 국회의원 소유 땅값
농민보다 의원 소유 농지가 더 많아

이어 박 의원은 지난 2000년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경기 용인에 1400㎡의 땅을 갖고 있으며, 이 땅은 매입 당시에 비해 땅값이 무려 6배나 뛰었다. 이외에도 박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은 모두 알짜배기 땅으로 서울 잠실부터 용인,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무려 35만7000㎡나 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64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민주당 충북도당은 최근 박 의원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신장용 민주당 의원은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가 확정된 이듬해인 2000년 여수시 안포리에 2만2000㎡의 땅을 사는 등 여수와 전남 신안, 경기 화성 등지에 대규모 땅을 사들였고, 종묘회사 사장 출신인 고희선 새누리당 의원은 종묘시험장으로 쓰겠다며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 토지를 매입한 뒤 땅값이 오르자 명의를 옮기는 방식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은 부인 명의로 산 충남 당진군 땅에 대해 농지법 위반을 시인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2000년대 중반 충남 당진군 송산면에 4500㎡의 땅을 산 뒤 임대를 줘 경작하고 있다. 


사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보면 2011년 당시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부동산 보유액은 17억4000만원으로 국민 1가구당 평균 부동산 보유액의 8배에 달했다. 국회의원들이 땅을 구입하며 지위를 이용해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한때 논의됐던 것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다. 백지신탁제는 대통령, 국회의원, 국회 인사청문대상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 등 지방자치단체의 정무직 공무원이 취임 시에 실수요가 아닌 자신 및 배우자, 직계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위원회에 백지로 신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탁가액은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당시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의 시가 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 고위공직자가 그 직을 떠날 시에는 신탁가액의 원리금을 고위공직자에게 돌려준다.

또 직무와 관련된 개발정보 등을 활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후 몇 년간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농지법 위반 의혹

지난 대선에 출마했었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대선공약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내걸기도 했었다. 안 의원은 위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 높아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며, 경제정책 및 부동산정책 수립 시 공직자의 사익 추구가 방지되어 정책의 공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백지신탁제에 대한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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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