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돌고 도는 '눈먼 돈'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4 18: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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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는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혈세는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혈세 낭비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피감기관에는 예산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며 핏대를 세우던 국회가 정작 자신들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에는 끝까지 모르쇠다. 국회에서 혈세는 그야말로 '눈먼 돈'이다. <일요시사>가 브레이크 없는 국회의 예산낭비 실태를 조목조목 살펴봤다.



국회는 예산 심사권을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혈세를 아끼고 아껴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매년 예산안 심사를 하며 예산을 최대한 아끼고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여론의 지탄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처럼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혈세를 물 쓰듯 펑펑 쓰고 있어 문제다.

눈먼 돈

첫 번째 눈먼 돈은 특정업무경비다. 지난 2월 이동흡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3억2000여만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투자용으로 쓴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당시 청문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이 전 후보자에게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한 내역을 밝히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 가지 황당한 사실이 있다. 국회의원 역시 특정업무경비를 받고 있지만 사용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0~2013 특정업무경비 예산현황'에 따르면 국회는 2010년 112억, 2011년 123억, 2012년 177억, 2013년 178억여원의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했다.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런데 이 돈의 구체적 사용내역을 공개한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사용내역이 공개되면 국익에 침해된다는 이유다. 이 돈은 그야말로 눈먼 돈이다. 국회 사무처에도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가 없으니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 삼을 증거가 없다. 그저 의원들 개개인의 양심만 믿고 지급하는 돈이다.

반면 해외의 사례는 다르다. 일례로 미국 하원은 의원들의 지출내역을 매 분기마다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용에서부터 출장비용, 심지어 주차비와 탁아비용까지 영수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두 번째는 매년 반복되는 외유성 해외연수비용이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대부분 의원들의 해외순방 일정이 해외 진출 기업들이나 동포들과의 만찬 중심 일정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의원외교 역시 대부분 외유성 출장을 의심케 하는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지난 1월 의원외교라는 명분으로 동남아를 찾았던 의원들은 현지 국가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어서 방문지 국가의 의원들을 만나기 힘들게 되자 국장급 국회공무원을 대신 만나고 돌아오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또 의원들은 해외순방을 마친 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 할 의무도 없다. 작년의 경우 국회사무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원외교활동보고서는 단 2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국회 의장단의 경우엔 해외순방 시 사용한 예산내역까지 모두 비공개다.

지난 3월에는 그동안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던 의장단의 해외순방 일정까지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역시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을 해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외유성 논란이 일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해버린 것 아니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혈세 펑펑 쓰고 사용내역은 '비밀'
갈수록 브레이크 없는 국회 어쩌나?


실제로 지금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온 의장단 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지 한인간담회, 현지 의장단 예방 등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일정들이 공개된다고 해서 어떻게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세 번째는 정당 국고보조금이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중간에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보조금 27억원을 수령하면서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지난해 각 정당에 지급된 정당 국고보조금은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액수지만 정당 국고보조금은 선관위에서 서면 위주의 회계조사만 할 뿐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에는 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개발에 사용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정당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조금의 대부분은 각 당의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또는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국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비용인 셈이다.

반면 타국가에서도 정당보조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철저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선거운동을 위한 보조금 등으로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묻지마식 지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네 번째는 미사용 정치자금이다.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쓰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적 경비와 공적 경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식사비용을 정치자금으로 계산하고 정치활동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신고하면 공적으로 비용을 사용한 게 되는 식이다.

특히 쓰다 남은 정치자금은 임기 직전 다 써버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남은 돈은 모두 소속 정당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자신의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을 지급하기도 했다. 

눈먼 국회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특위활동비다. 비상설 특위 소속 위원장들의 활동비가 매달 600만원에 이르지만 사실상 휴면특위가 많고 특위 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구성된 특위의 활동에 비해 수당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일례로 정치쇄신특위는 4개월여 동안 고작 12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해당 위원장은 2580만원의 활동비를 받았다. 정치쇄신은커녕 정치쇄신을 핑계로 또다시 눈먼 돈을 타냈으니 국민들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여러 특위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남북관계특위였다. 4개월 동안 고작 20분간, 단 한 번의 회의를 열고도 해당 위원장은 258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를 견제할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월급조차 스스로 정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국회가 진정한 쇄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각종 예산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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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