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주역 릴레이 인터뷰>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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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사법개혁은 더 이상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떡검부터 섹검, 벤츠여검, 스폰검, 브로커검까지…. 그동안 검찰이 만들어 낸 온갖 부끄러운 신조어들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는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한 시민이 분신을 시도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법개혁이 최대이슈로 떠오른 이때 국회가 구성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법개혁은 지난 대선 기간 최대이슈 중 하나였다. 검찰은 '떡검'부터 '섹검'까지 온갖 신조어들을 만들어내며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재판부는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전관예우 논란과 봐주기 판결 의혹 등이 끊이질 않았다.

사법부의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때 유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과연 그는 성공적으로 사법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유 의원을 만나 사법개혁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검찰 논란과 연이어 터진 법조계의 부정부패 사건 등으로 사법개혁 이슈가 정국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개특위의 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과 각오를 말해 달라.
▲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위의 활동기간이 9월 말까지로 한정되어 있고 회의 일정이 다소 부족할 것 같지만 국민들께서 사법개혁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국민들이 바라는 사법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지난 18대 국회에서 구성된 사개특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개특위 역시 활동시한 내 뚜렷한 결과물을 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
▲ 지난 18대 국회에서 사개특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견해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당시에는 검찰의 반발이 무척 거셌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도 과거와는 달리 개혁의 필요성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최소한 입법과정에서 검찰이 지난 18대 국회 때와 같이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지난 18대 국회의 사개특위와 비교해 이번 특위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특위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8대 국회의 사개특위에서는 검찰의 반발로 인해 사법개혁안이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고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야 모두 지난 대선과정에서 반부패나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었고, 그런 것들을 빨리 제도화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번 특위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은 특위 구성 합의문에 있는 내용 모두라고 생각한다. 특히 금년 상반기 중 입법조치를 완료하기로 한 ▲법무부 주요 요직에 대한 외부 인사 임용 ▲검찰인사위원회 실질적 권한 부여 ▲비리검사 개업 제한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서 사개특위 의견을 법사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 법사위와 사개특위가 회의 첫날부터 의제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차라리 법사위로 사법개혁 문제를 일원화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개특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법사위에는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대검중수부 폐지 등의 제도들에 대해서 충분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개특위에서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공청회 등을 하면서 의견을 모아보고, 사개특위와 법사위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2년 만에 중수부 폐지, 사법개혁 전방위 압박
'떡검' '섹검' 새정부선 사라질까? 모아지는 기대

- 그동안 숱한 논란을 낳았던 대검 중수부가 지난달 23일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 이후 수사공백이 우려되고 있는데 보완책은 무엇인가?
▲ 중수부 폐지 이후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 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절한 사건은 고등검찰청에 TF팀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서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검찰시민위원회' 구성도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하도록 강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것이다.



- 박근혜정부의 첫 내각 구성과정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전관예우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법조계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겠는가?
▲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국민들께서는 "법은 강자의 무기"라는 말을 더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전관예우 문제를 없애기 위해 국회 법사위에서는 공직 퇴임 변호사에 대해 일정 기간 수임자료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이러한 것은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고, 법조윤리를 확립해서 전관예우를 누리려는 사람들은 법조계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무척 민감한 사항인데 사개특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예정인가?
▲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수사권 조정의 초점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다툼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이 되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민주당의 공약도 새누리당과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 위원장께서는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사개특위에서의 사법개혁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께서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 역대 모든 정권에서 사법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쳤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사법개혁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왔고, 고강도의 검찰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여야도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공감대를 함께 하고 있고 국회에서 사개특위를 중심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떡검부터 섹검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들을 지켜보며 사법부에 실망한 국민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 검찰과 사법부 모두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조직이고, 대부분의 검사나 법관은 이러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검사와 법관에 대해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종결해버리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과 태도다. 사개특위는 여야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법조계에 대해 실망하신 만큼 국회 사개특위가 내놓을 사법개혁 방안에 힘을 보태주시고 성원해주시기를 바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유기준 의원 프로필>

▲ 삼양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제17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대변인
▲ 제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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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