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안철수 '정계개편 뇌관' 급부상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7: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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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포기하더니 금배지 달고 여의도 회오리 중심에 서다

[일요시사=정치팀] '풍운아' 안철수가 돌아왔다. 가슴에 금배지를 달고서 말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80여 일 만에 돌아와 다시 대한민국 정계개편의 핵뇌관으로 급부상했다. 대권을 꿈꾸다 국회의원의 길을 선택한 안철수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60.4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안 의원의 승리는 민주당의 재보선 전패 속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빛났다. 때문에 정치권의 눈과 귀는 모두 안 의원에게 쏠렸고, 야권은 향후 안 의원의 행보에 따라 커다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연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걷게 될까? 또 안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은 어떠한 지각변동을 겪게 될까? <일요시사>가 예측해봤다.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0.46%의 지지를 얻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2.8%)를 누르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당초 노원병 선거는 안철수 의원의 승리가 예상되기는 했었지만 새누리당이 비교적 거물급인 허 후보를 공천한데다 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야권후보라는 점, 또 역대 재보선이 대체로 낮은 투표율을 보여 새누리당의 조직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판세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압도적 승리
화려한 복귀

하지만 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화려하게 정치권으로 복귀하게 됐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민주당은 이번 4·24재보선 12곳에서 전패했다. 국회의원 3곳과 군수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재보선 선거는 집권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려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하면서 민주당은 정치역사를 아예 새로 쓰게 됐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자치단체장ㆍ기초의원 후보 무공천' 약속까지 스스로 파기해가며 전력을 쏟아 부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이 대선공약대로 재보선 무공천을 결정하자 "깨져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들과의 약속까지 어겨가며 전력투구하고도 이번 선거에서 전패했고,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 됐다.


안철수의 부활…급변하는 정치지형에 관심집중
"적인가 동지인가?" 민주당 관계설정 애매모호

이제 야권의 무게 중심은 안 의원에게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안 의원에 대해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도 국회의원 300명 중의 1명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던 민주당은 어느새 안 의원 1명의 입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향후 안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의 커다란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 또는 신당창당 여부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안 의원을 상대로 끊임없이 단일화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이젠 끊임없이 안 의원의 입당을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못해도 원내 제2당의 위치는 지켜왔던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지인가?
적군인가?

특히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을 놓고 당내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장 10월에 있을 재보선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10월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야권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10월 재보선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번 4월 재보선은 3곳에 불과했지만 10월 재보선의 경우는 10곳이 훨씬 넘는 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져 여소야대의 정국이 될 수도 있다. 이번 4월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낀 야권은 오는 10월 안 의원에게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10월 재보선은 어디까지나 '몸 풀기'에 불과하다. 진짜 야권 정계개편의 신호탄은 내년에 치러질 6.4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치러질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후보가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는 '이변(?)'이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 있어 호남은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자 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호남에서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물론 안철수 신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원내 제3당에 불과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신당창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도 다가오는 민주당의 5.4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5.4전대에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전대에서 주류 측이 승리하게 된다면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했을 때 비주류 진영의 의원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와 엄청난 정계개편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안 의원도 신당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게 되면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민주당을 탈당할 인사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비주류가 당권을 쥐면 안 의원은 당장 신당창당을 서두르기 보단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한길 의원은 평소 당을 혁신해 안철수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등 안 의원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온 인물이다. 물론 비주류 측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새정치'를 외쳐온 안 의원이 곧바로 민주당에 입당할 리는 없지만 최소한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
민주당 입당?

특히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리더십으로는 당장 신당을 창당하고 운영하기에는 벅차 보인다"며 "차라리 민주당에 입당해 정당의 시스템과 생리를 직접 보고 겪으며 정치수업을 쌓는 게 안 의원 본인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안 의원은 당분간 민주당의 상황을 지켜보며 독자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의원 측은 싱크탱크 성격의 '새정치연구소(가칭)'를 설립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새정치연구소가 사실상 신당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당장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돼 부담스럽다. 따라서 일단 싱크탱크 성격의 조직을 설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안 의원이 설립하고자 하는 새정치연구소는 사실상 신당 조직과 다를 게 없다. 이를 통해 10월 재보선까지 세력을 규합하다 민주당의 상황에 따라 연구소 조직을 얼마든지 신당 조직으로 변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안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결정한다고 해도 민주당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 인사들을 공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열한 내부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며 다음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대권주자들과 안 의원과의 갈등도 필연적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중엔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11년 50%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시 5%의 지지율을 얻고 있던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전격 양보해 당선을 도운 인연이 있다.

민주당 참패에 더욱 힘 실린 안철수
'새정치' 실험 성공할까? 실패할까?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박 시장과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얄궂은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중앙정치에 입성한 안 의원이 그동안 부르짖어 왔던 새정치 실험에 성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불어닥친 안풍은 태풍이 될 수도, 미풍으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새정치를 끊임없이 부르짖어 왔지만 그 실체는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제 안 의원은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상 추상적인 구호보다는 확실한 성과를 내야만 한다. 만약 정치권에 입문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새정치가 구호로 그친다면 안 의원을 향해 모아졌던 기대는 빠르게 식어갈 수도 있다.

때문에 안 의원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적지 않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경우는 "안 의원이 제2의 문국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전 의원은 안 의원처럼 정치권 밖의 인물이었음에도 지난 17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 잊혀져 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문재인 의원도 대선 때 엄청난 지지를 얻었지만 막상 국회의원으로 돌아오니 역할이 거의 없지 않나? 국회에 입성했다고 해서 안 의원이 당장 새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꿈이다.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큰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정치 성공할까?
구호로 끝날까?

민주당은 안 의원의 당선에 대해 "안 의원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 의원의 새정치 실험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국회에 당당히 입성한 안 의원이 새정치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메시아가 될지  현실정치에 벽에 부딪혀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잊혀지고 말지는 전적으로 안철수 본인에게 달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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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