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출범에 알아서 기는 방송가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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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께서 싫어하는데 당연히 빼야지?

[일요시사=정치팀] 연예인도 정치권에 줄을 잘 서야 출세할 수 있다? 한국방송 KBS가 봄 개편을 앞두고 프로그램들의 진행자 교체 문제로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권 코드 맞추기 개편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정치권에 줄을 잘 서야 출세하던 권위주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근혜정권 출범 후 알아서 기는 방송가의 실태를 살펴봤다.



한국방송 KBS 2TV는 지난달 28일 약 10년간이나 건강정보프로그램 <비타민>의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 정은아를 일방적으로 하차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인 가수 은지원을 새 진행자로 투입했다. 한국방송은 보도자료를 통해 봄 개편을 맞아 진행자를 재정비했다며 "은지원은 1세대 아이돌 출신으로 <1박2일>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독특한 발상 등으로 탁월한 진행능력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연예인 블랙리스트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담당 PD는 녹화를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정은아씨가 다음 녹화부터 교체될 예정이니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제작진은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인 처사”라며 "관제 개편을 통해 한국방송을 정권에 헌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은지원의 발탁은 정권 코드 맞추기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은지원씨가 이전부터 유명한 연예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대중스타'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측은 "정은아의 하차는 프로그램 새단장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일방적으로 교체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의 정권 눈치보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방송은 우선 <열린토론>을 폐지하고 새로 편성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를 발탁했다. 라디오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의 진행자로 내정된 고씨는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연을 한 전력이 있음에도 종편채널 등에 정치평론가로 출연해 야권후보를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고씨는 논란 끝에 결국 MC선정위원회에서 탈락했다. 또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운 전력이 있는 방송인 임백천은 현재 KBS2TV <세대공감 토요일>의 차기 진행자로 거론되고 있다. 임백천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한국방송은 방송경력이 전무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기업인 최양오씨를 뜬금없이 새로 도입하는 경제프로그램 <경제투데이>의 진행자로 지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알고 보니 최씨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이었다. 최씨는 논란이 일자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10년 진행' MC 버리고 대통령 조카 낙하산?
한국방송, 봄 개편 앞두고 코드인사 논란

게다가 한국방송은 지난달 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며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방송의 행태 때문에 방송가 주변에선 벌써부터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원했던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 출신들이 이번 정권에서 승승장구 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누리스타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은지원을 비롯해 배우 송기윤, 심양홍, 이서진, 가수 현미, 현철, 설운도, 개그맨 김종국, 김정렬, 탁구스타 유남규 등 120여 명이 참가해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에 나섰었다.

반면 새 정부의 비위를 거스른 연예인은 방송계에서 처절하게 배척당할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배우 김여진이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방송출연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여진은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었다.


사실 방송사의 이 같은 행태는 이미 지난 정권들에서도 불거졌었던 문제들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머리가 벗겨졌다는 황당한 이유로 배우 박용식이 출연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개그맨 심현섭이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해 소송사태로까지 이어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개그맨 김제동, 김미화와 가수 윤도현 등 많은 연예인들이 사회참여적 행보를 보인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런 하차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차원에서 연예인 출연문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정말 눈엣가시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면 국정현안이 잔뜩 쌓여있는 상황에서 직접 일개 연예인들의 출연문제까지 왈가왈부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보단 방송사 관계자들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충성경쟁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KBS의 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MBC도 형식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선임하지만 결국은 여당인사가 다수이므로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눈 밖에 나면 향후 5년간 인사 문제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중견PD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압력보다는 간부가 지나가는 말처럼 출연자에 대해 누구는 별로라거나 누가 더 낫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담당PD 입장에서는 간부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간부가 언급을 했는데도 출연자가 바뀌지 않으면 개편 때 담당PD를 바꿔버리거나 시청률이 조금만 나빠도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시켜 버리는 일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공정성 확보 시급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미디어전문가는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사장의 경우 특정 정당 출신이나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사장 논란과 방송 공정성 논란을 이제는 종식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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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