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진실 대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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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운전은 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8대 대선을 뜨겁게 달궜지만 대선이 끝난 후 잊혀지는 듯 했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정원 여직원이 야당에 불리한 댓글을 단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 된데다 최근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개입 지시를 내린 내부자료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과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정치권을 집어삼킬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의혹뿐인 미풍에 그치게 될까? <일요시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8일 앞둔 지난해 12월11일.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야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달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통합당 관계자와 함께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해당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44시간 동안이나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버텼다.

대선 삼킨
'국정원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증거도 없이 국정원 여직원을 몰래 미행하고 사실상 감금까지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게다가 김씨의 하드디스크 2대를 분석한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김씨가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민주당은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된다.

당시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은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진행됐던 날이었다. 그런데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오후 11시경 경찰은 느닷없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대선과 관련해 어떠한 댓글도 단 흔적도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날 경찰의 수사결과는 국정원 직원에게 직접 제출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에서 정치 관련 댓글이나 글을 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 따라 마지못해 하는 수사
국정원 오락가락 해명 '커지는 의혹'


하지만 댓글은 집에서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김씨가 하드디스크 내 저장내용을 이미 삭제했거나 아예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경찰은 이러한 조사는 전혀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를 강행했다.

때문에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았고 대선은 그대로 끝이 났다. 어찌됐건 지난 해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승리였다.

대선이 끝난 후 국정원 사건은 빠르게 잊혀져갔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정원 사건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대선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던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조차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증거가 없었다"며 자신은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말렸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의혹 투성이

그런데 지난 1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김씨가 활동한 사이트 운영자의 폭로와 함께 김씨가 정치적 내용의 게시글을 남겼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은 문재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이름 등 대선 관련 키워드가 적시되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지난 발표를 할 때도 김씨가 이런 글을 게시한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6개의 대선 키워드로 구글링(인터넷 검색)한 결과 이러한 키워드가 들어있지 않아 대선관련 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김씨가 대선이나 '정치'와 관련한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발표했었다. 이로 인해 경찰의 말 바꾸기와 사건 축소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후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나 소환조사했지만 그때마다 김씨에게 실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사에 착수한 후 벌써 3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찰에 대해 수사 의지가 없거나 정권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수사착수 후 불과 4일 만에 중간 결과를 발표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경찰의 수사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은 갑자기 수사책임자를 교체하며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지난 2월4일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담당자는 임병숙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권 수사과장과 윗선과의 갈등 때문이 아니겠냐는 뒷말이 나왔다.



대선 이후 국정원 직원을 도와 댓글을 작성한 '제3의 인물'도 등장했다. 40대 초반의 남성인 이모씨는 지난 1년간 서울 강남의 모 고시원에 살면서 국정원 여직원 김씨에게서 특정사이트 아이디 5개를 건네받고, 별도로 30여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글 160여 건을 작성하는 등 대선 여론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0여 차례가 넘는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에 가담한 사실도 밝혀졌다.

직업도 없는데
월세 꼬박꼬박

국정원은 이씨에 대해 김씨의 지인으로 개인적으로 아이디를 나눠 쓴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40대 남성인 이씨와 20대 여성인 김씨가 인터넷 아이디를 나눠 쓸 만큼 친밀한 지인사이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씨는 경찰의 소환통보에 2차례 불응한 뒤 잠적해버렸다. 수사 확대를 염려한 김씨와 국정원 쪽이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씨를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경찰은 이씨가 참고인 신분이라 강제소환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현재까지도 이씨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이씨가 고시원에서 1년 넘게 지내면서 매달 45만원의 월세를 꼬박꼬박 낸 점은 무척 의심스럽다. 이씨가 대선 여론조작 등의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은 그동안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언론의 보도에 따라 경찰이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는 행태"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국정원의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예 댓글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댓글활동이 드러나자 개인적인 의견표명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최근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자 북의 선동 및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해 올린 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번지나?
국정원 국내정치개입 정황 갈수록 '뚜렷'

지난 18일에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국정원 내부문건을 공개하면서 국정원 관련 의혹은 극에 달했다. 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정보원 인트라넷(내부통신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란 문건을 공개하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증거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국정원이 앞장서 대통령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현안에 (국정)원이 중심을 잡고 대처할 것' 등 국정원법이 금지하는 정치관여로 의심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내용은 국정원이 통상적 활동을 벗어나 국내 정치현안 개입, 선거 여론조작, 국정홍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종북세력의 활동에 맞서려고 정당한 지시를 내린 것을 정치개입으로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정부 현안에 대해 비판하면 모두 종북세력인 것이냐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이를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과 비교하며 '원세훈게이트'라고 명명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원세훈게이트'
정치권 삼킬까?

워터게이트사건은 1972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사건이 불거진 후 닉슨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행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행정부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닉슨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얼핏 생각하기엔 그깟 댓글을 좀 단 것이 무슨 문제냐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정보원법 9조에는 원장과 차장 및 기타 직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아직 사실 여부를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만약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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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