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도 안 된 '박근혜 말 바꾸기'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09:17
  • 댓글 0개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일요시사=정치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공약들이 잇따라 백지화 되거나 후퇴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측은 '공약은 선거 캠페인일 뿐'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이들은 이토록 당당해도 되는 것일까?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말 바꾸기에 나선 박 대통령의 공약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6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진 내정자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대선 공약을 만들고 이후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이를 정책화 한 핵심인물이다. 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컸던 '기초연금'과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두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지만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공약 내용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야당 의원들은 진 내정자에게 공약 내용이 바뀐 경위가 뭐냐고 따졌다.

공약 후퇴?
공약 사기?

그러자 진 내정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진 내정자는 "대선은 캠페인"이라며 "선거운동과 정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봐도 공약집에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는 걸 보면 (노인기초연금을) 다 받게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인사들은 "광고할 땐 '전액 보장'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정작 계약서엔 깨알 같은 글씨로 제외 항목들을 줄기차게 나열해 놓는 비열한 보험회사식 상술을 대선공약에 적용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 공약 줄줄이 후퇴
진영, 공약 말 바꾸기 지적에 "대선은 캠페인?"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했던 '박근혜가 바꾸네'란 선거 캐치프레이즈에 빗대 '박근혜가 벌써 말을 바꾸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였음도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특이한 케이스다. 하지만 대선 기간 때부터 박 대통령 측이 내세운 파격적인 복지공약들의 재정을 확보할 방안이 미흡한데다, 과거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식 자율경제를 신봉하던 박 대통령이 과연 복지공약을 실현시킬 의지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한 문제제기는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복지공약의 후퇴로 현실이 됐다.

박근혜가 바꾸네
말을 바꾸네

그중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노인기초연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국정과제에서는 내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매월 4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연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렸음으로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공약집에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가 분명하게 적혀있다.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를 공약집에 분명히 적어놓고 나중에 보도자료로 해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분명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이 공약은 대선기간 새누리당이 노인층의 표를 끌어오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던 공약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원을 위해 경로당을 찾아 '임기 내 어르신들의 기초노령연금을 2배로 올려드리겠다'는 민주당의 대선공약을 설명하다가 "박근혜 후보는 당장 20만원 준다"는 한 할머니의 지적에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일화는 당시 새누리당의 노인기초연금 공약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투병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서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 역시 크게 후퇴했다.


박 대통령 측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비급여를 포함한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당초 공약을 2016년까지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100% 급여화하고 상급 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대상은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의 경우 상급 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총진료비의 49%를 차지하며,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해선 지금도 약 90%가 보장된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현한다고 해도 수혜자 입장에선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공약 수정이 아니라 대선 때부터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험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대선기간 4대 중증질환 공약에 대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실천해도
효용성 없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3차 TV토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4대 중증질환 재원에 대해 "간병비도 보험대상이냐. 선택 진료비까지 보험급여로 전환하면 1조5000억원으로는 어려울 텐데 충당 가능하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답하며 또 한번 논란을 자초했다. 새누리당은 다음 날 해명자료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지만 당연히 잘 알려지진 않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국가가 전액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선거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대폭 후퇴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2014년부터 시행될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정책을 우선 '75살 이상 노인의 어금니 2개'를 대상으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당초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는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라고만 쓰여 있어 그동안 이 공약의 적용대상이 일반적인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인수위를 거치며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 또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못한 국민들의 실수라면 실수지만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노인 임플란트 적용대상이 7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그 효용성 논란도 일고 있다. 75세 이상이면 대부분 잇몸뼈가 부실해 임플란트를 하기가 쉽지 않고, 대신 뼈 이식을 통해 하려면 그 비용은 엄청나게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75세 이상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서민계층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경제민주화 빠진 국정목표에 비난 여론
공약 믿고 찍은 국민 "믿은 내가 바보다"

박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광화문 유세에서 즉석으로 발표한 군복무 단축 공약은 중장기과제로 넘어가며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군복무 단축 공약은 당초 대선공약집에는 없었지만 이날 유세현장에서 갑자기 발표됐다.

국방부는 이 공약에 대해 인수위 시절부터 병역자원 부족, 전투력 약화를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내 이행이 가능하다며 밀어붙였었다. 그 후 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군복무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추진 시한이 명시되지 않아 향후 5년 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월 급여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 100% 지원 공약은 사회보험료 50% 지원으로 축소됐다. 대선 때 핵심과제로 제시됐던 '경제민주화'는 아예 사라졌다. 경제민주화란 일방적인 성장보다 경제주체 간 균형있는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며 중도층의 표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인수위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아예 사라졌다. 국정목표의 첫 번째 자리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차지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목표가 결국 부의 분배에서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애매한 화법
농락당한 국민

또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던 박 대통령이 인선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나 조원동 경제수석 등은 친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반면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강석훈,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등은 청와대 인선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박 대통령의 사례는 애매한 화법으로 국민들을 농락한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