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대통령 사돈회사'로 유명한 동아원그룹은 20개 계열사(해외법인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한국제분'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준 덕에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10년부터 급증
1956년 설립된 한국제분은 소맥분 등 곡물 제분업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가 있다. 처음 호남제분이란 회사였다가 199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2000년 동아제분을 인수하면서 덩치가 커졌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제분은 2011년 매출 1391억원 가운데 641억원(46%)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동아원(318억원)과 동아푸드(178억원), 한국산업(68억원), 피디피와인(51억원), 대산물산(20억원), 백초바이오연구소(3억원), 모다리슨(2억원) 등이다.
한국제분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1∼10%대 수준에 머물다가 이듬해부터 늘기 시작했다. 내부거래 금액도 매년 2배씩 급증했다.
한국제분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0.3%(총매출 889억원-내부거래 3억원) ▲2002년 0.1%(912억원-1억원) ▲2003년 1%(961억원-10억원) ▲2004년 3%(1053억원-32억원) ▲2005년 3%(845억원-24억원) ▲2006년 6%(819억원-49억원) ▲2007년 8%(900억원-72억원) ▲2008년 11%(1289억원-144억원) ▲2009년 12%(1222억원-144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010년 31%(1119억원-349억원)로 오르더니 2011년 46%(1391억원-641억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제분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지난해 말 현재 이 회장은 지분 49.25%(42만5308주)를 소유한 한국제분 최대주주다. 그의 아들 건훈씨도 7.76%(6만7028주)의 지분이 있다.
동아원 부자는 이를 토대로 한국제분에서 짭짤한 배당금도 챙겼다. 한국제분은 2011년 1억82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9년과 2010년엔 각각 1억7300만원씩 나눠줬다. 이 돈의 절반 이상이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오너가 최대주주…매출 절반 계열사에 의존
'화려한 혼맥' 전현직 대통령과 직간접 인연
동아원그룹의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사도 있다. 바로 동아원이다. 1972년 설립된 동아원은 가축, 양식어류 등 동물용 사료 및 조제식품 제조업체다. 밀가루 등 곡물 제분업도 한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가 있다. 당초 신촌사료였다가 2004년 에스씨에프로, 2008년 다시 동아에스에프에서 2009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동아원의 내부거래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동아원은 2008년 2437억원, 2009년 3988억원, 2010년 4087억원, 2011년 43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동안 관계사 의존도는 각각 30%·16%·11%·10%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아원은 2011년 한국제분(323억원), 동아푸드(98억원), 완주?(16억원) 등 계열사와 거래한 금액이 438억원이나 됐다. 2010년에도 동아푸드(252억원), 한국제분(161억원), 한국산업(15억원) 등 계열사는 431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동아원에 퍼줬다. 그전엔 더 많았다. 동아원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731억원, 641억원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동아원 최대주주는 이 회장 부자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제분(50.27%·3151만5497주). 이어 동아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회장 8.55%(536만1571주), 건훈씨 3.08%(192만8128주), 장녀 윤혜씨 1.24%(77만9412주), 부인 정영화씨 0.21%(13만3457주) 등 ‘이씨 가족’지분이 13%에 이른다. 여기에 이희자·이희성·임창무·정영옥씨 등 친인척 12명이 각각 0.01∼0.32%씩 갖고 있다. 이중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만씨도 지분(0.48%·30만주)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동아원그룹은 고 이용구 창업주가 1952년 군산에 설립한 한국산업이 모태로 현재 제분(한국제분·동아원)과 사료(대산물산·카페), 식품(동아푸드·해가온), 와인(나라셀라·단하지앤비·단하유통·PDP와인), 수입차(FMK), 수입의류(모다리슨)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창립 56년 만에 이 창업주의 호를 딴 운산그룹에서 사명을 바꾼 동아원그룹의 2011년 계열사 전체 매출은 8137억원. 2015년까지 1조원이 목표다.
특히 동아원그룹은 '대통령 사돈회사'로 유명하다. 1993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경영일선에 뛰어든 이 회장은 세 딸이 있는데, 3명의 전현직 대통령 가문과 직간접적으로 사돈관계다. 장녀 윤혜씨의 남편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 차녀 유경씨는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 신영수씨의 아들 기철씨와 혼인했다. 신 회장 사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였다. 신 회장의 장녀 정화씨와 재헌씨는 지난해 이혼했다.
남 아닌 DH·MB
3녀 미경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했다. 효성가는 조 회장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동아원 일가도 이 대통령과 한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한국제분 기부는?>
받을 땐 '왕창' 나눌 땐 '찔끔'
동아원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제분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제분은 2011년 5억94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1391억원)의 0.4%에 지나지 않은 금액이다.
2010년엔 매출(1119억원) 대비 0.3%에 해당하는 2억9400만원을 기부했다. 2009년의 경우 2억2900만원을 기부했다. 이 역시 매출(1222억원) 대비 0.2%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