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①10대 역점사업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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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린 불도저 정책 "결과는 참담"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별명은 바로 ‘불도저’다. 이 대통령은 그의 별명처럼 취임 후 지난 5년간 여러 역점사업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온갖 반대와 이견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그 결과를 평가 받는 일만 남았다. 얼마 후면 청와대를 떠나는 이 대통령 10대 역점사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다사다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저물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그의 좌우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과연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5년을 보낸 것일까? <일요시사>가 이 대통령의 10대 역점사업 현주소를 살펴봤다.

성실 근면
단순 무식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역점사업은 누가 뭐래도 4대강 정비 사업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으나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시행된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돼 무려 22조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설계 잘못으로 16개의 보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4대강 총체적 부실…경인운하 애물단지로 전락
방위산업 수출 확 늘어…자원외교는 실패 많아


4대강 사업이 앞으로 순기능을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설계와 공사 과정만큼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역점사업으로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받는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 2500억원을 들여 2009년 5월6일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0월29일 개통했다. 이명박 정부는 착공에 앞서 경인운하 건설로 일자리 2만 5000개를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컨테이너 93만 티이유, 철강 57만톤, 자동차 6만대, 해사 1001만톤, 여객 63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작년 경인운하를 이용한 선박수는 하루 평균 4척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경인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본래 침수방지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말 바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인운하?

경인제방?

세 번째 역점사업인 방위 산업은 그나마 이명박 정부 하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방산수출 규모는 10억3000만달러였지만 지난 2012년에는 23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 이전 시기까지 살펴보면 수출 실적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06년만 해도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5∼6년 만에 방산 수출 규모가 거의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방산 수출 확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범정부적 수출 지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네 번째 역점사업은 자원외교다. 이 대통령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른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원 부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쉴새없는 자원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현 정권 최대 치적이라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자원외교의 실체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자랑하던 쿠르드 유전개발은 최소 188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됐다.

또 2011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외국과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 30건 중 경제성 미흡, 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종료된 사업은 9건이나 됐다.

2010년 해외광물자원투자사업 270건 중 성공은 17건인 반면 실패로 확인된 것은 100건으로 드러났다. 'CNK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은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공기업 개혁 용두사미
종편 망하기 일보직전

다섯 번째 역점사업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집값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된 일부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게 됨으로써 큰 혜택을 보게 됐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차라리 국민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이 좋았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LH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섯 번째 역점사업은 세종시 건설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세종시 건설을 두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어찌됐든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지난 2012년 7월1일부로 공식 출범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건설된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기관의 업무효율성 저하 우려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세종시를 강력히 반대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가 잘 되도, 잘 안 되도 문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장밋빛 미래
용두사미


일곱 번째 역점사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률 절반으로 줄이기'였다. 지난 5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125만개 정도다. 당초 목표했던 300만개의 41%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또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낙제점은 겨우 벗어났으나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여덟 번째 역점사업은 서민금융지원 사업이다. 서민금융도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민들도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이른바 서민금융 상품을 은행들이 취급하도록 유도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대출인 서민금융사업은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채에까지 손을 댔던 서민들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출채권을 아예 대부업체에 매각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우량·저위험군에 비해서는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보금자리 소수만 혜택…세종시 '이랬다 저랬다'
일자리 목표 40% 그쳐…서민금융지원 슬슬 자리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급등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처음부터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불리해질 수도 있다.


아홉 번째는 공기업 개혁이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집권 초기 강력한 의지로 추진했던 과제다. 이명박 정부도 정권 출범 초부터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했었다.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인 공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역시 공기업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권 출범 초만 해도 청와대는 공기업 50여 개를 민영화하고, 50여 개를 통폐합하는 등 305개 공기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0개 기관에 손을 대는 전방위 개혁안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넘어서진 못했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방안'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은근슬쩍 명칭을 바꾸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역점 사업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이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종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종편 출범으로 전체 방송 시장 규모가 1조6천억원 증가하며 생산 유발 효과가 2조9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5년
박근혜 5년

그러나 종편 출범 후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평균 시청률은 0.5%대에 머물렀으며 콘텐츠는 대부분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교양 위주였다. 기존의 보도전문채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누적된 적자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기업들은 절망에 빠졌다. 종편 개국으로 늘어난 일자리 수는 4사를 모두 합쳐 130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성적표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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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