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사퇴 후폭풍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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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탈난 밀봉인사 "박근혜도 바뀔까?"

[일요시사=정치팀] '김용준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첫 국무총리로 지명했던 김 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 조차 밟지 못하고 닷새 만에 자진 사퇴한 탓이다. 박 당선인은 이와 관련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 전 후보자의 낙마는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인수위 운영방식부터 임명직 인선 과정과 기준까지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김 전 후보자의 사퇴와 함께 불어 닥칠 정치권의 후폭풍을 미리 예측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김용준 총리 후보자 지명은 무척 파격적인 것이었다. 지난달 24일 박 당선인이 총리 지명을 예고한 뒤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났을 때 기자들은 김용준 전 후보자가 당연히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 전 후보자 옆에 나란히 선 박 당선인은 갑자기 그를 총리 지명자라고 소개하며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용준 당신마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당선인의 깜짝 인사는 성공하는 듯 했다. 민주통합당에서조차 "강하게 몰아붙이기가 애매한,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인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75세인 그는 소아마비를 딛고 최연소 판사에 임용돼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삶을 산 사회적 약자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김 전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를 그 누구보다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명 다음 날부터 김 전 후보자의 두 아들이 각각 체중 미달과 통풍을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시작했다.

부동산 붐이 일던 1970~80년대와 대법관 재직 중이던 88년~9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인 사실도 드러나면서 재산 증식 과정을 둘러싸고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김 전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돌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결정타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두에게 존경받던 그는 한 순간에 각종 비리로 점철된 부도덕한 고위공직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김 전 후보자의 낙마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김 전 후보자는 박 당선인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전폭적인 신임을 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후보자의 사퇴는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제일 먼저 박근혜식 인선 스타일의 변화가 예상된다. 당선인 주변에선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렴성 면에서 흠결이 없는 인물을 우선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도덕성이 인선 제1의 조건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식 밀봉인사 만큼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의 검증을 받는 등 박근혜식 인사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선 스타일의 변화는 자칫 제일 중요한 능력 검증을 소홀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스럽다.

새 정부의 장관 인선도 잇따라 늦춰지게 됐다. 최악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첫 국무회의를 노무현 정부 시절 기용된 총리 및 장관들과 치렀던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사실 박 당선인은 장관 인선을 이미 대부분 마무리 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신만은 믿었는데…" 뒤통수 맞은 박근혜
확 바뀐 인사기준, 후폭풍 휩싸인 정치권

하지만 장관후보자 중 또다시 중도 낙마자가 생길 경우 박근혜 정권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장관 인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 측은 후보자들을 일일이 다시 한 번 검증해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을 고려한다면 새 정부 출범 날짜까지 일정을 맞추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김 전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너도 나도 임명직을 고사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데다 퇴임 후 재취업이 제한된다는 점 등이 고사 배경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한국식 인사청문회 방식의 개정 논란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공직 업무와는 별 상관없거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일들로 공직자 후보자들이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공개적으로 하되 개인 사생활이나 후보자의 인격에 관한 부분은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야권에선 "미국의 경우 인선 발표 전 백악관과 언론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철저하게 스크린하기 때문에 청문회장은 정책검증의 무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이 부실한 우리나라의 청문회에서는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더욱 혹독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 후보자의 사퇴로 엉뚱하게 불똥이 튄 곳도 있다. 바로 헌법재판소다. 헌법재판소는 낙마를 눈앞에 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비리 의혹, 안창호 재판관의 검찰총장 지원, 김용준 전 헌재소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잇따라 터진 전·현직 헌법재판관들의 대형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관들이 정치권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그동안의 판결 자체도 공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무엇보다 김 전 후보자의 사퇴로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 크게 상처를 받게 되면서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식 전반의 변화도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불통 리더십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박 당선인 지지층에선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박 당선인의 일방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박 당선인이 더 이상 일방적 리더십을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박 당선인이 야권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등 불통을 깨는 순기능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 당선인은 당선 이후 지금까지 야당과는 단 한번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청문회 기피증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김 전 후보자의 사퇴는 박 당선인에게 악재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예방주사일 수도 있다"며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의 불통을 깨고 앞으로의 인선 과정에서 참신한 인물들을 내세운다면 다시 한 번 정국의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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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