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아는데 자기만 모르는 '박근혜 불통 이유'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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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정희 닮은꼴 리더십…"MB 보면 5년 후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불통'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불통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사람들의 오해일 뿐이라며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리더십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칫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불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로 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인 중 한 명으로 이 대통령을 선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해 낸 국가"라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 대통령의 운영 능력 덕분"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소통부족 이명박
불통 박근혜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이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당 간판까지 바꿔달아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도 평소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소통 부족'을 꼽는다. 이 대통령 본인도 문제의 원인을 소통 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수차례 국민들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더라면 그는 지금쯤 훨씬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취임 두 달 만에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촛불 사태는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부와 연락 끊고 칩거, '보안 중시'하다 '불통'
'미생지신?' 한번 뱉은 말 절대 안 바꿔 '불통'
충언하는 사람 내쫓고 '인의장막' 갇혀 '불통'

문제는 박 당선인도 평소 '불통'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 받아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칫 취임 후 박 당선인 역시 이 대통령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박 당선인이 불통을 깨지 못한다면 아무리 국정운영을 훌륭하게 해낸다 해도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불통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의 지나친 '보안우선주의'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이미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총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때부터 인사에 관해 철저한 보안유지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보안우선주의에 대해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보안우선주의는 지난 4·11총선에서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 등을 깜짝 발탁하며 신선함을 주기도 했지만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깜짝인사는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거용 아닌가? 인수위 대변인조차 인선을 발표하며 그 배경을 모른다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며 "국민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이유로 인선을 실시한 것인지 알권리가 있다. 민주당조차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이런 보안주의는 인선을 잘 하고도 욕먹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잘하고도 욕먹어
투명성이 더 중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보안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자칫 '밀실정치'로 비춰질 수도 있다.


또 당선인이 판단을 내리기 전 여론을 통해 공론화될 경우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떠한 반응이 올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지만, 보안을 더 중요시 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과 관련한 논란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윤창중이 그리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임명을 안했으면 그만이다. 박 당선인은 보안을 중시하느라 윤 대변인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나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일단 인선한 것을 함부로 취소할 수도 없으니 궁지에 몰렸다. 보안을 신경 쓰느라 여론을 읽지 못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내가 보기엔 보안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장관을 임명하기 전 야당과 논의까지 한다.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느라 스스로 문을 닫고 불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보안우선주의가 정책결정과정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김영삼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실명제다. 금융실명제는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방지하고자 금융거래 시 무기명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실제명의로만 거래를 하도록 한 제도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추진 사실이 알려질 경우 수많은 지하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을 우선시 했다. 당시 금융실명제 추진 사실을 국무총리나 청와대 경제수석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금융실명제는 지하경제의 규모를 줄여서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결론적으로 외환위기 발생의 근본원인이 되었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결국 금융실명제는 1997년 12월 100만원 이하의 소액금액 등에는 1년 동안 실명을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취지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미생지신'
증자의 돼지

두 번째는 '약속정치'다. 박 당선인에게 신뢰의 정치란 양날의 검과도 같다. 한번 약속했으니 꼭 지켜야 한다는 약속정치가 오히려 불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일화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세종시법 수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보다 더 큰 장애물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내 친박계였다.

보다 못한 정몽준 당시 대표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를 들어 박 당선인의 융통성 없음을 꼬집었다. 미생은 춘추시대 노나라 때 사람으로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쏟아지는데도 다리 밑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익사했다.

박 당선인은 발끈했다. 정 대표를 겨냥해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다. 죽었지만 귀감이 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생지신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이다. 중국의 고대 사상가인 장자는 도척편에서 미생에 대해 "사소한 명목에 끌려 진짜 귀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이며,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놈"이라며 이는 신의에 얽매인 데서 오는 비극이라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승리 직후 택시를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일명 택시법)을 통과시켰다. 대중교통의 근간을 흔드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불통정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 '우려'


택시법이 통과되면서 택시업계의 적자는 국민들의 혈세로 보전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일이다. 많은 교통전문가들은 택시기사들의 근로여건 개선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도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택시업계와의 약속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이 같은 불통정치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박 당선인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전직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의 쇄신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박 당선인에게 전달하려 했더니 박 당선인의 측근이 (내용이) 너무 공격적이라며 거절했다. 박 당선인 주변으로 인의 장막이 쳐져 직언 한마디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이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을 둘러싼 인의 장막 논란은 사실 오래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정치입문 후 고(故)이춘상 보좌관을 포함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보좌관 등과 15년을 가족처럼 지냈다. 새누리당의 다선의원들조차 이들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당선인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박 당선인은 '한번 신뢰를 주면 끝까지 간다'는 스타일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스타일은 의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주변에 아첨꾼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 인의 장막은 그동안 박 당선인이 당내에서 제왕적 카리스마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취임 전 반드시 불통 비판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박근혜의 리더십은 과거의 리더십이다. 박정희의 리더십을 떠오르게 한다"며 "말을 하지 않고, 주변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원칙을 밀고 나가고 나중에 한두 마디로 통보하는 방식의 소통부재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의리정치
인의장막


또 다른 전문가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보면 무척 비효율적인 제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보단 차라리 박 당선인의 불통정치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영국의 한 소설가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환호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그것이 다양성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해낸다고 해도 다양성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불통정치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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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