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3>부동산 공약과 한계

야심찬 ‘박근혜 카드’…먹힐까 씹힐까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단연 관심거리다. 죽어가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약속한 부동산 공약을 되짚어봤다.

차기정부 부동산 정책 일부 변화 예상
불안 초래한 대책 대대적 손질 불가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MB정부 후반기의 주택경기 활성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다.

하지만 주택거래 위축과 전월세 시장 불안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민간 주택분양 시장을 위축시켜 건설경기를 어렵게 하고 이에 따른 주택거래 위축, 대기수요 증가,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은?

임대주택 공급방식의 변화도 예상된다. 기존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한 건설임대주택 공급이 주요 통로였다면, 앞으로는 매입임대 사업이나 바우처 등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맞춤형 임대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내년부터 바우처 제도의 시범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토부는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아울러 생애최초, 전세자금대출 등 저리의 자금지원 규모도 지금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 목표를 세워놓고 무리하게 ‘밀어내기’식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건설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은 과거 임대주택의 양적 공급에서 실질적인 맞춤형 주거복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이 주택경기 활성화보단 서민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개발 대책은?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은 전반적으로 무주택 서민이나 하우스푸어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정책들이어서 매매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런 제도 시행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 많아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역개발 추진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호조를 이어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박 당선인은 인천의 경우 아시안게임법을 고쳐 자금지원과 경인고속도로 무료화·지하화사업을 추진하고, 대전광역시에 대해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새만금사업 지원과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덕도 신공항건설 추진 등을 약속한 만큼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MB정부 대책은?

현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말 만료되는 취득세 감면 기간이 연장되거나 내년 다시 시행될 것이 유력하다. 정부가 추진해 온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법안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다. 올 연말로 끝나는 취득세 50% 감면 조치(9·10 대책)를 1년간 늘리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다. 특히 문재인 전 후보도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를 공략으로 내세웠던 만큼 업계에서는 여·야 이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시행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는 직접적 효과가 있다. 실제로 취득세를 절반 감면하는 9·10 대책 시행이후 10월 주택거래량은 6만641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에 그쳤고, 지난달에는 7만2050건으로 8% 감소하는 등 효과를 봤다.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공백기가 발생, 이 기간 동안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폐지해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취지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현재 주택 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경기 활성화? 서민주거복지에 초점
“침체된 경기 살리는데 역부족” 지적도

한 부동산 관련 소장은 “다주택자는 투기라기보다는 잠재적인 임대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중과세 폐지를 통해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부동산 시황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최소한 현재보다 발주 물량 증가와 아파트 가격 안정을 통한 추가적인 분양 시황 침체를 막아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새 대통령 당선자의 시장친화적인 성향이 연착륙에 도움이 되겠지만 가계부채 해소, 글로벌 경제 회복 등이 선행돼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하반기에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주거복지 대책은?

주거복지 분야는 박 당선인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보편적 주거복지’를 앞세워 매년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등 45만가구의 주거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표 공약은 임기 중 유휴 철도부지에 임대주택 및 기숙사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 국유지에 대해 낮은 토지 이용료가 매겨져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내년 하반기 1만가구를 우선 착공한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인 주택임대료 보조제도(주택바우처)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해양부도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현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민간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고,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꺼리게 해 전세금 상승, 거래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분양 주택 비중이 크게 줄고 명칭 또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우스푸어 정책은?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정책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 2가지로 구분된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 등 공공기관에 매각해 그 대금으로 금융사의 대출금 일부를 갚고, 자신의 집에 계속 살면서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대출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뀔 뿐 하우스푸어의 근본 고민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기존 대출 이자보다 낮춰줘야 한다. 또 하우스푸어 소유 주택은 대부분 중대형인데 3억∼6억원 이하 중소형 주택으로 대상을 제한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부머의 부채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키로 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의 경우 현행 60세 이상인 주택연금제도 가입조건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전 가입 시 60세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해 빚을 갚는데 쓸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은퇴한 하우스푸어가 기존 주택에 살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대상은 1가구 1주택자의 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이다. 기존 주택연금은 1가구 1주택자의 9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6억원 초과 중대형 주택을 가진 50대 하우스푸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연금사전가입제’ 모두에서 빠져있어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렌트푸어 정책은?


렌트푸어 정책은 행복주택 프로젝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등 3가지다. 수도권 유휴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주택 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15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조달 방안과 인공대지 조성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연구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의 경우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겐 이자상당액(4%)의 과세 면제 및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40%) 혜택이 주어진다.

세입자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전체 이자의 일부를 선납해야 한다. 현재의 세제 혜택을 뛰어넘는 집 주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한 임대인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이를 보증한 공적 기관의 손실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공약은 임대주택 공급 및 전월세자금 융자, 주택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매년 45만가구에게 주거를 지원하고 2022년까지 5분위 이하 무주택자 550만가구 전부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주거지원 대상인 45만가구는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공공분양주택 2만가구, 구입자금융자지원 14만가구 등이다. 이 공약은 LH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주거 공약 허점은?

주거 복지 공약에 비해 시장 활성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은 모두 시장에 이미 공개된 대안이다. 시행되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나온 것은 아직 없으며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추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도 높다. 학계 등에서는 대규모 공급 대신 도심 재생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급도 늘리는 방안을 향후 주택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도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으로 내년 이후 도시재생 사업 예산을 확대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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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