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3>부동산 공약과 한계

야심찬 ‘박근혜 카드’…먹힐까 씹힐까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단연 관심거리다. 죽어가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약속한 부동산 공약을 되짚어봤다.

차기정부 부동산 정책 일부 변화 예상
불안 초래한 대책 대대적 손질 불가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MB정부 후반기의 주택경기 활성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다.

하지만 주택거래 위축과 전월세 시장 불안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민간 주택분양 시장을 위축시켜 건설경기를 어렵게 하고 이에 따른 주택거래 위축, 대기수요 증가,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은?

임대주택 공급방식의 변화도 예상된다. 기존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한 건설임대주택 공급이 주요 통로였다면, 앞으로는 매입임대 사업이나 바우처 등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맞춤형 임대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내년부터 바우처 제도의 시범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토부는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아울러 생애최초, 전세자금대출 등 저리의 자금지원 규모도 지금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 목표를 세워놓고 무리하게 ‘밀어내기’식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건설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은 과거 임대주택의 양적 공급에서 실질적인 맞춤형 주거복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이 주택경기 활성화보단 서민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개발 대책은?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은 전반적으로 무주택 서민이나 하우스푸어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정책들이어서 매매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런 제도 시행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 많아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역개발 추진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호조를 이어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박 당선인은 인천의 경우 아시안게임법을 고쳐 자금지원과 경인고속도로 무료화·지하화사업을 추진하고, 대전광역시에 대해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새만금사업 지원과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덕도 신공항건설 추진 등을 약속한 만큼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MB정부 대책은?

현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말 만료되는 취득세 감면 기간이 연장되거나 내년 다시 시행될 것이 유력하다. 정부가 추진해 온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법안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다. 올 연말로 끝나는 취득세 50% 감면 조치(9·10 대책)를 1년간 늘리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다. 특히 문재인 전 후보도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를 공략으로 내세웠던 만큼 업계에서는 여·야 이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시행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는 직접적 효과가 있다. 실제로 취득세를 절반 감면하는 9·10 대책 시행이후 10월 주택거래량은 6만641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에 그쳤고, 지난달에는 7만2050건으로 8% 감소하는 등 효과를 봤다.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공백기가 발생, 이 기간 동안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폐지해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취지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현재 주택 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경기 활성화? 서민주거복지에 초점
“침체된 경기 살리는데 역부족” 지적도

한 부동산 관련 소장은 “다주택자는 투기라기보다는 잠재적인 임대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중과세 폐지를 통해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부동산 시황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최소한 현재보다 발주 물량 증가와 아파트 가격 안정을 통한 추가적인 분양 시황 침체를 막아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새 대통령 당선자의 시장친화적인 성향이 연착륙에 도움이 되겠지만 가계부채 해소, 글로벌 경제 회복 등이 선행돼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하반기에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주거복지 대책은?

주거복지 분야는 박 당선인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보편적 주거복지’를 앞세워 매년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등 45만가구의 주거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표 공약은 임기 중 유휴 철도부지에 임대주택 및 기숙사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 국유지에 대해 낮은 토지 이용료가 매겨져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내년 하반기 1만가구를 우선 착공한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인 주택임대료 보조제도(주택바우처)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해양부도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현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민간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고,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꺼리게 해 전세금 상승, 거래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분양 주택 비중이 크게 줄고 명칭 또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우스푸어 정책은?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정책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 2가지로 구분된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 등 공공기관에 매각해 그 대금으로 금융사의 대출금 일부를 갚고, 자신의 집에 계속 살면서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대출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뀔 뿐 하우스푸어의 근본 고민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기존 대출 이자보다 낮춰줘야 한다. 또 하우스푸어 소유 주택은 대부분 중대형인데 3억∼6억원 이하 중소형 주택으로 대상을 제한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부머의 부채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키로 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의 경우 현행 60세 이상인 주택연금제도 가입조건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전 가입 시 60세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해 빚을 갚는데 쓸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은퇴한 하우스푸어가 기존 주택에 살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대상은 1가구 1주택자의 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이다. 기존 주택연금은 1가구 1주택자의 9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6억원 초과 중대형 주택을 가진 50대 하우스푸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연금사전가입제’ 모두에서 빠져있어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렌트푸어 정책은?


렌트푸어 정책은 행복주택 프로젝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등 3가지다. 수도권 유휴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주택 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15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조달 방안과 인공대지 조성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연구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의 경우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겐 이자상당액(4%)의 과세 면제 및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40%) 혜택이 주어진다.

세입자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전체 이자의 일부를 선납해야 한다. 현재의 세제 혜택을 뛰어넘는 집 주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한 임대인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이를 보증한 공적 기관의 손실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공약은 임대주택 공급 및 전월세자금 융자, 주택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매년 45만가구에게 주거를 지원하고 2022년까지 5분위 이하 무주택자 550만가구 전부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주거지원 대상인 45만가구는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공공분양주택 2만가구, 구입자금융자지원 14만가구 등이다. 이 공약은 LH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주거 공약 허점은?

주거 복지 공약에 비해 시장 활성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은 모두 시장에 이미 공개된 대안이다. 시행되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나온 것은 아직 없으며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추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도 높다. 학계 등에서는 대규모 공급 대신 도심 재생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급도 늘리는 방안을 향후 주택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도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으로 내년 이후 도시재생 사업 예산을 확대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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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