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2>2013년 부동산시장 변수

내년도 먹구름 가득…쨍하고 해뜰날 올까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에 찬바람만 불었던 2012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내년엔 좀 나아질까. 훈풍을 기대해도 좋을까. 2013년 부동산 시장에 미칠 변수들을 정리해봤다.

세계경제 침체 등 불안요인 안고 새해 스타트
상반기 약세 지속 관측…입주물량 판세 포인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미국 재정절벽,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한 세계경제와 취득세 연말 종료 등 불안요인을 안고 2013년 새해를 시작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세금 부담에 따른 매매 수요 증가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 경매 낙찰가율 증가, 새 정권에 따른 부동산 정책의 기대감 등 긍정요인도 적지 않아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입주물량 최저
전세대란 예견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3년 상반기엔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입주물량 급감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문제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10만7262가구로 조사가 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8만7127가구로 올해보다 더 줄어들어 전세대란도 예견되고 있다. 한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재계약 물량은 수도권에서만 13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전세가 폭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다른 변수보다는 공급물량과 그동안 매매값 상승률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집계 결과 전국에서 55만호가 인허가돼 2010년 39만호 대비 42%, 최근 3년(2008∼2010년) 대비 4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아파트 신규 분양이 호조를 보이는 등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허가(지난해 18만호, 2010년 대비 126.8% 증가)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수도권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다세대·다가구 등에 대한 저리(2%) 건설자금 지원 및 건설규제 완화 등에 따라 도심내 소형주택 건설(다세대·다가구주택 : 2010년 대비 110.1% 증가)이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금자리주택은 12만호가 신규 공급(신규사업승인 10만호, 매입 2만호)됐으며, 종전에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보금자리주택으로 변경승인(전환지구 재설계)된 1만호를 포함해 총 공급물량은 13만호로 집계됐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큰 상승률을 보인 아파트 매매값은 5개 광역시가 2010년 8.7%, 지난해에는 무려 2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올해(1∼10월)에는 3% 오르는데 그쳤다. 기타 지방 역시 2010년 7.9%, 지난해에는 18.6%의 오름세를 보이던 것이 올해(1∼10월)는 3.4%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세종시를 비롯한 기업,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이주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 이외에는 내년 지방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관련 단체 연구원은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이나 추가적인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등이 나온다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다만 과거와 같은 개발 위주나 경기부양 방식으로 정책을 운영하기 어려운데다 현재까지 박근혜 당선인이 서민 주거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시장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 대책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함께 부동산 분야 주요 공약으로 나온 보금자리주택의 전면적인 임대공급 전환은 민간 건설시장의 공급 부담을 경감시켜 민간 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연말 종료되는 거래 관련 세제 혜택 연장을 비롯해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등 3대 핵심법안의 국회통과나 시행 여부가 거래 회복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 부동산 팀장은 “불안요인으로는 미국 재정절벽과 여전한 유럽 재정위기를 꼽을 수 있다. 올 연말에 끝나는 각종 세금 감면정책에 대한 시한연장 합의에 실패하면 내년부터 가계와 기업의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면서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재정절벽이 합의가 된다고 할지라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로 그리스는 사실상 파산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렇듯 유럽 국가들은 재정적자 기준 준수 협약을 위해 긴축정책을 2013년에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의 새 지도부에 대한 경기 부양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차 전당대회에서 중국은 국민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끌어올려 ‘샤우캉’(중등생활 수준)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고, 2050년까지는 ‘다통’(선진국) 사회를 건설한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매매 대비 전세가
더욱 높아질 전망


2013년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전국 입주물량은 17만5928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치다. 내년 입주물량 역시 18만여 가구로 올해와 별다르지 않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수급에 따른 시장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지방 부동산 활황의 출발점이었던 부산의 경우 지난 2009년 입주물량이 8120가구에 불과했다. 2006년 3만1358가구의 74%가 줄어든 물량이었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값은 입주물량이 많았던 2006년 0.7%가 하락한 반면 입주물량이 크게 줄었던 2010년 16.5%, 지난해에는 무려 22.4%가 올랐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로 수도권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부산은 세계 경제위기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통상 전세가율은 향후 매매가격 추이를 점칠 수 있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꼽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8년 47.9%였던 전세가율은 2002년 4월 68.8%까지 올랐다. 전세금이 단기간에 치솟자 서울 아파트 가격도 2002년부터 급등세를 탔다. 전세금이 매매가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경매 낙찰가율 증가
새 정부 정책 등 하반기 회복 긍정요인도

올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2.7%로 지난 2003년 7월(62.8%) 이후 최고치다. 서울 역시 54%로 200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2.7%로 동결한 데는 최근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타면서 올해 3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의 2.75% 수준을 유지하다 경제 성장률의 반등에 따라 하반기에 한 차례 정도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인하는 부채 부담을 낮추고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초에는 금리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 등의 원인으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10∼11월 중 일부 실물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금리인하는 시간문제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 경매정보업체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진행된 경매의 입찰경쟁률은 5.88대 1로 지난달(5.47대 1)보다 더 치열해졌다. 이는 11월 수도권 전체 평균 입찰경쟁률(5.23대 1)도 상회하는 수치다. 2008∼2009년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이 많아 하우스푸어가 유난히 몰려있는 경기도 용인 역시 11월 입찰경쟁률이 5.79대 1로 수도권 평균을 웃돌았다.

싼 값에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적어내면서 낙찰가율도 상승세다. 올 11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75%로 9월(73%)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경기도 역시 8월(73%) 뚝 떨어졌던 낙찰가율이 9월부터 오르면서 11월에도 75% 선을 유지 중이다. 이 같은 낙찰가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반등의 전조현상으로 분석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취득세 감면 종료
심리 위축감 악영향

세금은 부동산정책에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으로 경기가 과열될 때는 세금폭탄을 때리고 침체될 때는 대폭 완화하여 혜택을 준다. 가장 빨리 약발이 먹히는 것이 세금정책이다.

하지만 MB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에 걸쳐 찔끔찔끔 내놓은 세제정책으로 내성만 키우고 실효는 미미했다. 반면 취득세 감면 혜택은 최근 집값 바닥론 제기와 맞물리면서 그 동안 내 집 마련을 미뤘던 실수요자들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취득세 감면혜택이 내년으로 연장되지 않고 올해로 종료가 될 경우에는 심리적인 위축감은 시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새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정책을 전면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다시 한 번 닥치고 중반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서 시장 활성화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