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0>역세권 투자_옥석 가리기

천하의 역세권도 불황 앞에선 ‘낑낑’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도 안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물으면 역세권 투자란 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하지만 모든 역세권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세권 투자의 주의점 등을 짚어봤다.

안정적인 베팅포인트 인식 ‘달콤한 유혹’
“돈 된다”믿음 버려야…‘불패신화’옛말

역세권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역이 들어서거나 환승역이 될 경우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확대되고, 편의시설도 생겨 생활이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역세권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매물 쌓이는 기현상
예전 상승분 반납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역세권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인식이다. 즉 역세권 투자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역세권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주의점이 많다. 역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지 않은 투자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엔 지하철이 개통된 후 부동산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과거보다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지난 1일 개통한 용인·수원 등 수도권 남부권 부동산 시장을 들어보겠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셋집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문의만 간간이 있을 뿐 주택구입 관련 전화는 없었다. 서울 강남권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2009년 7월 개통된 뒤 강남 접근이 수월해지면서 방화·가양동 등 강서권 일대 집값이 들썩였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교통여건이 개선된 곳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바람에 전세시장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하철 개통 이전에 이미 집값이 상당히 올라있는데다, 주택시장 침체로 추가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교통여건이 개선되는데도 역세권 주택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 3억1000만∼3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상갈 대우·현대아파트 101㎡형은 현재 2억9000만원으로 되레 2000만∼3000만원이 하락했다. 전셋값만 보합세(1억7000만∼1억8000만원)가 유지되고 있다. 전셋집 찾는 사람들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전철 개통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수원 영통과 신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경의선 용산∼문산(48.6㎞) 노선 가운데 공덕∼디지털미디어시티(6.1㎞) 구간도 오는 15일 개통된다. 가좌역·홍대입구역·서강역·공덕역 등 4개 역이 신설된다. 경의선이 서울지하철 5·6호선 환승역인 공덕역과 2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홍대입구역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남가좌동 삼성래미안 2차 84㎡형 전셋값은 2억2000만∼2억3000만원대로 여름보다 500만∼1000만원 올랐다. 3억6000만원 선인 매매가격은 몇 달째 그대로다. 신설역인 서강역 인근 신수동과 공덕동 일대도 매매가는 변동 없고, 전세금만 소폭 올랐다. 신수동 삼익 80㎡형 전세가격은 2억3000만원, 신공덕동 브라운스톤공덕 81㎡형은 2억7000만원 안팎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5∼10% 상승했다.

집값 떨어지고 전셋값만 날아
‘상승 재료’가치 거의 사라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지하철 건설 관련 집값은 보통 착공발표 때와 개통 전후에 한 번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오르는 게 관행이었는데, 요즘은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와 주택공급 증가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 재료’로서의 가치가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 침체를 맞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하철 개통이 됐거나 임박했는데도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매물마저 쌓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하철 연장 소식에 2∼3년 전 전용면적에 상관없이 매매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지만, 막상 개통을 앞두고 매물이 쌓이면서 예전 상승분을 반납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흘러가는 유동인구에
현혹된 투자는 삼가”

즉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여서 역세권 개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발표, 착공, 개통 등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이 상승했지만 발표 시점에 이미 가격이 상승한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개통을 앞둔 시점에도 소형 아파트나 전세 등 일부 시세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선으로 지하철 주변 상권이 좋아져 상가나 오피스텔, 사무실 등 수익형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지하철역의 개통으로 주변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려면 최소한 2∼3년 이상의 시간은 소요되므로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로 임해야 원하는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 투자는 모든 부동산 투자가 그러하듯이 개발 호재와 재료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갈린다. 따라서 개발에 따른 상권의 확장과 활성화가 예상되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2013년까지 수도권에서는 총 11개 노선이 개통되거나 예정에 있다. 이들 노선은 기존 노선이 복선화 또는 연장되거나 신규로 개통된다. 대부분 교통시설이 열악했던 상권에 신설되는 만큼 역세권 입지를 갖추게 돼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교통이용이 수월해지면서 상권의 수요층도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역세권하면 대부분 상가투자를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역세권에 대한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대부분 역세권 상가는 좋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역세권에는 유동인구가 많다. 환승역은 더욱 그렇다. 수도권에만 대략 400여 개 정도의 역이 있다.

사실 이 모두를 역세권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진정한 역세권을 고르려면 환승 구간 사이에 유동인구를 가둬둘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역을 선택해야 한다. 단지 환승이용 수단이 되는 역세권도 많다. 이런 경우 출구가 두 자릿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주된 출구가 어디인지 꼭 확인 해봐야 하는 이유다. 역세권 상가투자는 시간별, 요일별 세밀한 분석을 해야 하고 흘러가는 유동인구에 현혹된 투자는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상가투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무엇이 있을까.
역세권에서도 상가의 입지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동선이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노점상이 역을 중심으로 얼마나 있는가 살피는 것이다. 특성상 노점상은 사람이 잘 모이고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 유명 의류 대리점이 입점한 곳도 상가의 투자성이 높다. 그 이유는 보통 유명대리점은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동객의 보행동선과 해당 점포의 가시성, 경쟁 상가의 과잉여부도 주요 체크사항이다. 역세권에 위치한다 하더라도 보행동선과 맞지 않거나 눈에 잘 띄지 않으면 상가 활성화가 어려울 수 있고, 역세권 주변으로 상가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경쟁구도가 형성돼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하려는 상가가 대표적인 역 출구에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상가 활성화에 실패한 상가를 분석해 보면 역주변 유동인구의 나뉨 현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출구는 적게는 한자리에서 역 규모에 따라 두 자리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출구에 따라 상권의 규모가 분류되므로 출구별 상권분석이 요구된다.

서울지역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가 속속 분양에 나서 예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는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상복합의 경우 입주민 고정수요 확보는 물론 추가로 유입되는 외부 소비층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상가와 같은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리도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 할 것으로 보여 유망지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가시장도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범람하는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우선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타깃으로 해야 공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기에 유동인구가 풍부한 역세권이나 업무밀집지역·대학가 등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부각되는 이유다.

한 상가전문가는 “같은 역세권이라도 무늬만 역세권에 불과한 지역도 많기 때문에 철저한 상권분석이 요구되며 인근에 대단지 배후수요, 관공서, 기업체 같은 상권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지하철역을 두 개 이상 이용할 수 있거나 환승역이 위치한 역세권 상가는 더 높은 프리미엄이 예상되기 때문에 초기에 유망 업종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시내 역세권 분양(예정) 중인 상가 현황이다.

역세권 상가 주목
투자자 관심 집중

▲역삼동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 대우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25-19번지 외 4필지에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근린생활시설을 분양 중이다. 지하 8층∼지상 19층 연면적 5만218.36㎡ 규모로 지상 4층∼지상 19층에 총 728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 3층은 총 110개의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사업지는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약 34m 거리에 위치해 유동수요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역 주변은 삼성타운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과 세무서·세무사 사무실, 편입학원·로스쿨학원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직장인·전문직 등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하루 90만명 추산)이다.

▲서초구 우면지구 ‘우면프라자’ = 서초 우면지구의 아파트 초입 중심사거리에 위치한 우면프라자도 상가 분양 중에 있다. 강남 서초 우면 2택지개발지구 유일한 상가로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3600여 세대가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 소프트웨어 R&D센터가 완공되면 약 1만5000명이 입주하게 된다. 하루 유동인구만 2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트리플 역세권으로 분당선 매헌역, 3호선 양재역, 4호선 선바위역 인근으로 역세권 상가의 프리미엄을 자랑한다. 또 경부고속도로, 과천 우면 산간도시고속화도로, 우면산터널 및 서울 수도권 교통의 주요 연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 GS건설이 공급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상가도 개발호재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총 247개 점포로 구성된 테마 쇼핑몰이며 최근 롯데시네마 입점이 확정됐다.
서울지하철 2호선 및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연결돼 유동인구 확보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합정동은 마포구가 중심거점지역으로 선정, 육성하는 만큼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서울 내 인기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상권이 최근 서교동, 합정동 일대로 확장되고 있어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중구 흥인동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 두산중공업은 중구 흥인동 13-1 일대에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92∼273㎡ 295세대, 오피스텔 32∼84㎡ 332실, 상가를 분양 중이다. 지하 6층∼지상 38층 총 2개동 규모로 지하철 2·6호선 신당역이 단지와 직통으로 연결된다.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통한 이동도 가능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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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