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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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화 핵폭탄? 알고 보니 불발탄!"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효과는 없었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밖까지 벌리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뒤늦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손을 맞잡았지만 기대처럼 효과는 별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야권 승리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단일화 성사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묻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모두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단일화는 곧 대선 패배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박근혜 상승세
문재인 하락세

지난달 23일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의 단일화가 성사된 후 2주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하다.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단일화만 성사되면 컨벤션효과와 더불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대권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 예상했던 문 후보 측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저력에 또 한 번 놀라는 눈치다. 이번 대선정국의 블랙홀이라고까지 불렸던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음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가장 크고 표면적인 이유는 단일화와 지지표명 과정에서의 잡음이다. 당초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여한 자리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한마디 외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철 지난 네거티브, 안철수만 바라보는 무능
"이대로 가면 진다" 문재인 대권행보 빨간불

지난 5일에는 다급해진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자택을 직접 찾았으나 안 전 후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굴욕까지 겪었다. 이튿날 드디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단동회동을 갖고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했지만 강제로 등 떠밀린 듯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행태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안 전 후보는 민주당 일각에서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지원 유세에 합류할 것"이라 언론플레이를 하고 문 후보가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것을 두고 '빨리 지원에 나서 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며 무척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었지만 문제는 지지자들을 온전히 데려가는 것"이라며 "안 전 후보로서는 상처 입은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민주당의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그르쳤다"고 지적했다.

안개화법 안철수
구걸화법 문재인

두 번째는 민주당의 잘못된 선거전략이다.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 후 민주당의 일일브리핑과 논평 등을 살펴보면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안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며 여야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중도층 공략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구태정치 답습으로는 결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이 네거티브라고 내놓은 사항 중 새로운 것도 없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는 이미 단단하게 결집해 있는데 유효기간 지난 네거티브로 철옹성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그나마 문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도 내쫓는 한심한 선거전략"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야권단일후보로서 자력으로 본선에서 이길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초반부터 안 전 후보의 지원에만 기댄 것도 실패한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전략 전반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문 후보는 선거 초반 친노 프레임에 빠지면서 '실패한 참여정부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뒤늦게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세 번째는 민주당의 지지세력 규합 실패다. 지난 6일 '리틀DJ'라 불리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최근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척 화려하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부터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선에서 단 한번도 한데 뭉친 적이 없는 이들이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 아래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다. 민주당에선 구태정치인들의 집합일 뿐이라며 이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최소한 문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할 중도 보수층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또 중도 보수층뿐만 아니라 지역별 격전지에서도 이들은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들을 품음으로써 '화합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반면 박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 측은 동교동계의 분화로 기존 야권세력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 곁엔 친노만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선거에서 지지세력의 규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한물 간 인물들이라고 해도 과거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던 이들이 박 후보 주변으로 모이는 것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은 민주당이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보수 대연합
진보 대분열

네 번째 이유는 바로 공약이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바로 중도층에 있다. 때문에 박 후보는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선거초반 보수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민주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좌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공약은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단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의 사과나 재발방지책도 없이 금강산 관광을 일단 재개하겠다거나 북한이 몽니를 부려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을 무작정 확대하겠다는 등의 대북 공약은 중도층은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모든 대학,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겠다는 등의 퍼주기식 복지도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물론 새누리당과 정책에서 차별화는 필요하겠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민주당의 양보도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안철수식의 중도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동서화합을 강조하며 자신을 살해하려고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는 어떠한 공약을 제시했는가? 상대진영의 표를 끌어올 공약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대연합 효과 '톡톡' 진보진영은 사분오열
오르지 않는 지지율 "민주당 스스로 변해야"

다섯 번째 이유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대선후보 토론회를 역전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지지율의 변동은 없었다. 박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는 드물었지만 지지율에 변동을 줄 만큼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15년 정치 내공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 야권이 단일화에 몰두할 때 뚜벅뚜벅 정책행보를 걸으며 하루 10곳의 유세현장을 방문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야말로 박 후보가 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다.

여섯 번째 이유는 단일화 피로감이다. 일단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한 만큼 지지율이 2~5%까지 요동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야권단일화 시 거의 확실한 패배가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박 후보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백의종군 선언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는 게 좋았다"며 "이후 안 전 후보가 뜸을 들이면서 국민들의 단일화 피로감이 높아졌고 전체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은 이미 상실했다고 본다. 한마디로 단일화란 핵폭탄이 불발탄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후보사퇴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든지 아니면 안 전 후보의 주장대로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지지에 나서든지 둘 중 하나가 됐어야 하는데 설익은 밥통을 강제로 열어버린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의 정치내공
문재인은 정치초보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안철수만 움직이면 이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반드시 질 것"이라며 "안 전 후보가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기로 했지만 안 전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지지율은 2∼5%에 불과하다. 대선승리를 위해선 민주당 스스로가 더욱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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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