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① '꽃놀이패' 쥐고 회심의 미소 짓는 박근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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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막진 못했지만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야권단일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귀결됐고,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박 후보로선 긴장할 법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동안 단일화라면 치를 떨던 박 후보가 말을 아끼며 극도로 표정관리에 나선 듯하다. 속으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일화를 막진 못했지만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가 쥐게 된 '꽃놀이패'를 살펴봤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제일 싫어하는 꽃이 '단일화'라는 농담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는 박 후보에게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실제로 박 후보 진영이 그동안 쏟아낸 야권단일화에 대한 평가는 논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단 감정 섞인 '비방'에 더 가까웠다.

눈엣가시 '단일화'
비판 넘어 비방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좋은 노래도 많이 들으면 싫증난다. 추태와 혼란의 야권단일화가 정말 징그럽다"고 말했고,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상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하는 희대의 정치사기극이자 헌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은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경선기간 동안 상대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네거티브적인 발언만큼은 끝까지 자제했던 박 후보 역시 "단일화는 이벤트 쇼"라며 "민생과 관련 없는 권력게임에 가깝다"고 연일 단일화 비판에 동참했었다. 그만큼 야권후보단일화는 박 후보나 새누리당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양 진영 난타전에 신난 새누리 "결승도 문제없다"
유출 인재, 유출 표심 잡기에 총력 "도약 할까?"


이런 와중에 지난 23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양측 대리인들끼리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전격적인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박 후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야권단일화가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얼핏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박 후보 진영은 느긋한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후보 진영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되는 인재와 유출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단일화'를 부르짖었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을 살펴보면 양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전투구'에 더 가까웠다. 따라서 박 후보 측은 반드시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 후보로선 단일화 승부에서 사실상 패한 안 전 후보 캠프 측 인사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야권단일화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는 패를 쥐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없다. 하지만 머릿수보다는 상징적인 인물 한두 명만 영입에 성공한다 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느긋한 박근혜
초조한 문재인

박 후보 진영은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될 표심에도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당초 야권후보단일화가 성공한다 해도 최종 단일후보에 대한 상대후보 진영의 지지율은 7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화 과정에서 패한 후보 진영에서 최소한 20% 이상의 유권자들이 유출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박 후보로서는 이들의 표심도 자신에게 끌어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굳이 이들의 표심이 박 후보를 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계산이다. 물러난 안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야권 성향의 다른 군소후보들에게 분산된다고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진영의 난타전으로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였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총괄기획을 맡아 불리한 선거판세를 뒤집어내고 대선에서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낙마했으니 박 후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물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고 해도 이 전 대표는 물밑에서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지만 그 효과는 분명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기존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 문 후보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결국엔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고 안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대권행보는 험로가 예상된다.

세 번째 이유는 양 후보가 단일화에만 몰두 할 때 박 후보는 물밑에서 내실을 다지며 최종 결승을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외연확장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야권 군소후보들과의 연대논의조차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둔 지금에야 손을 대야 할 판이다.

반면 박 후보는 차근차근 외연확대에 나서 지난 16일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절차를 마무리 했으며, 22일에는 이건개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단일화를 이뤘다. 이밖에도 박 후보 진영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인재영입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이미지 치명적 상처
인재유출도 고민거리

정치전문가들은 "외연확대를 통한 이 같은 내실다지기가 지금 당장 큰 효과를 나타내진 않겠지만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고 1대1 구도가 형성되었을 때는 박 후보 진영이 훨씬 더 견고하고 조직력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네 번째 이유는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한 야권의 지지율이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단일화 정국이 지속되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며 전전긍긍했었다. 그러나 야권의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가 보름 넘게 계속됐었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무작위 추출, 유선전화(80%) 및 휴대전화(20%)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5%에 달했다. 반면 문 후보는 27.0%, 안 전 후보는 20.8%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한때 박 후보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무척 선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비록 이슈에선 밀렸지만 표에서는 밀리지 않았다"며 문 후보와의 결승전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는 이슈에서 멀어졌지만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졌었다.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과거사와 측근비리 의혹 등 네거티브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박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정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평탄하고 편안한 대권가도를 달려왔던 것이다.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했던 지지율, 야권 '울상'
이슈에서 멀어진 박,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져 '방긋'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슈에서 밀려도 표는 떨어지지 않으니 문 후보가 다른 군소후보들과의 단일화도 시도한다면 이대로 대선종반까지 묻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단일화에만 매달리면서 '사람이 먼저다'가 아닌 '안철수가 먼저다'가 됐다는 말이 나왔었다.


단일화 정국에서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측이 불편해 하는 인사라면 측근이라도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직이 없는 안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민주당은 안 전 후보 측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정당의 조직 동원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다.

민주당이 주춤한 사이 새누리당은 각 지역구별로 바닥민심을 훑으며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안철수 감싸기'가 단일화에는 도움이 됐을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의 최종대결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발목 잡힌 민주당
훨훨 나는 새누리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여 일이다. 남은 기간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대반격을 가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대선에서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최후에 웃는 사람은 박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이슈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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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