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08>건설사 마케팅의 진화

‘손님 끌기’꼬리 살살…이래도 안살래?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불황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부동산시장. 각 건설사들은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파격 마케팅과 다양한 혜택을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지 더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꼬리(?)를 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 국면…전국 주택시장 몸살
‘불황 탈출’파격 마케팅·다양한 혜택 쏟아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분양률과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입주율을 높이는 것이 분양을 하는 것과 같이 중요성이 높아진 이유는 아파트 분양대금 회수와 직결돼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기존 분양가 할인이나 이자지원 등의 금전적인 지원부터 선임대 후분양, 전월세 알선 서비스, 살아본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 등 차별화된 입주 마케팅 전략으로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분양대금 회수 직결
유동성 확보 큰 영향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각 건설사들이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데다 정부의 9·10부동산 정책에 따라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라면 입주 단지의 다양한 혜택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일단 살아보고 분양을 받을지 결정하는 애프터리빙 계약제도를 채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애프터리빙 계약제는 입주자가 계약금만 낸 상태로 2년 동안 직접 살아본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입주자가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10∼20%를 내면 건설사에서 중도금(50∼60%선)에 대해 3년간 이자를 대신 납부해준다. 나머지 잔금에 대해서도 납부가 유예되기 때문에 입주자는 사는 동안 계약금을 빼곤 추가 비용 부담이 없다. 만일 입주자가 2년간 살아본 뒤 집을 사지 않기로 결정하면 계약기간 3년이 끝나고 나올 때 계약금에서 감가상각 등 실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고 회사가 대신 내준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방식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아파트 미분양분에 대해 ‘리스크프리(Risk-Free)’라는 이름으로 판촉에 나섰다. 새 아파트에 3년간 전세로 거주한 후 분양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분양가의 40%만 내면 입주할 수 있다. 계약 시 나머지 60%에 대해서도 무이자 대출이 지원된다.

두산건설 역시 부산 ‘해운대 위브 더 제니스’에 분양가의 15∼20%만으로 2년간 거주한 후 매입을 결정할 수 있는 ‘저스트-리브(Just-Live)’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분양금의 80∼85%는 대출이자지원 및 잔금유예 등의 조건이어서 거주기간 동안 사실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거주자가 분양계약을 원치 않은 경우 별도의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취득세도 지원된다.

가격할인·이자지원 서비스 확대
분양률 높이려 각종 유인책 마련
전월세 알선 등 차별 입주전략도

일산자이 위시티에서 톡톡한 효과를 거둔 GS건설은 최근 김포 ‘풍무자이’ 미분양 물량에도 분양가의 15∼20% 수준의 가격에 ‘애프터리빙·리턴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풍무자이의 경우 거주 후 미계약 시 분양가의 1.5∼3%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이 같은 조건을 통해 전용 156㎡ 미분양 물량을 빠른 속도로 계약 완료시키는 등 좋은 호응을 얻어 전용 133㎡도 적용 중이다.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보다 저렴한 8800만∼1억1800만원의 계약금만 납부하면 바로 생활이 가능하다. 2년 뒤 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실수요자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잔금 납부 유예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잔금 납부 유예제는 잔금유예를 받으면 전셋값 정도의 초기 입주금만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해 혜택이 많다. 기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금을 빼고 분양가의 대략 80∼95%에 해당하는 잔금을 입주 시 한꺼번에 치러야 했다. 중도금과 잔금을 분할 납부하는 일반 분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무이자, 발코니 확장
치열한 미분양 판촉전

 
만약에 잔금유예를 선택하면 초기 부담이 확 낮아진다. 특히 최근의 높아진 전셋값 비율은 이러한 잔금유예 아파트의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높은 전셋값 부담을 견디진 못한 수요자들이 전셋값만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가용자금이 많지 않거나 대출이자 지급능력이 낮은 실수요자은 적극 고려할 만하다.

최근에는 9·10대책 세제감면 혜택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다양한 혜택으로 미분양 판촉을 하고 있는 만큼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등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 전세난의 틈새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95%의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건설의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는 분야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입주관리팀을 운영 중이다.

세대를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입주예정자들의 부동산거래상담, 대출상담, 등기 및 세무상담 등 입주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입주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용 145㎡와 171㎡ 가구 일부를 대상으로 분양가의 40%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잔금인 60%에 대한 대출이자와 취득세(1.75%)를 건설사가 대납해주는 ‘리스크 프리’ 마케팅을 진행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안건설산업은 경기 파주시 아동동 금촌역 인근 ‘신안 실크밸리’를 최초 분양가보다 7500만∼1억5000만원 저렴하게 분양하고 있다. 전용 84㎡의 경우 5000만원대로 입주할 수 있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으며 1·2차에 걸쳐 전용면적 59∼150㎡, 977가구로 구성됐다.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잔금 천천히 갚아도 됩니다”

지난 9월부터 입주에 나선 우미건설의 ‘영종하늘도시 우미린’은 분양가의 50% 수준의 담보대출에 대해 2년간 이자를 잔금에서 차감해준다. 입주지정기간 만료 전에 잔금을 완납하면 해당 선납일수만큼 연 15%의 할인율을 적용해 잔금에서 차감해준다. 관리비도 2년간 일부금액을 지원하고, 교통비도 지원한다. 이밖에 셔틀버스 2년간 무상 운행, 수영장을 비롯한 운동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의 부대시설에 대해 1년간 운영 지원한다.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미분양 해소와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조합보유분 오피스텔과 아파트 물량에 ‘선임대 후분양’을 적용했다. 월 임대료가 은행 이자를 상회하는 점에 착안, 대출 부담을 줄이고 계약자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

실제 분양가 15억1740만원의 전용 121㎡는 시세에 따라 조합 측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400만원의 임대료를 책정했다. 계약자가 최대 빌릴 수 있는 금액은 분양가의 60% 수준인 9억원으로, 3.98%의 대출금리를 적용하면 매달 약 3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갚고도 월 100만원이 남는 셈이다.

세입자를 구해주는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계약자가 제때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료를 물거나 예금을 압류당할 수 있어 전세금을 잔금에 보탤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동부건설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인천 계양 센트레빌’에서 이미 계약자들에게 세입자를 찾아주는 ‘전세 1대1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이순병 부회장까지 현장을 찾아 이 제도를 점검할 정도로 입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단지 안에 편의시설을 확충해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거나 관리비 지원을 하는 단지도 많다. 1가구당 분양가의 5% 안팎의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나오는 등 사실상 분양가 할인을 해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입주난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는 실수요자들이 기피하는 대형 아파트 입주물량만 1만7000여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가량 늘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최근 2∼3년 새 집중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지방에서도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서서히 늘어날 예정이다.

선임대 후분양 인기
세입자까지 구해줘


교통편을 제공해주는 현장도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올 1월 입주를 시작했던 남양주시 ‘별내신도시 쌍용 예가’아파트다. 쌍용건설은 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받아 부동산 중개업소와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2개월 만에 200건의 전월세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분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성공한 사례다. 쌍용건설은 이 아파트가 별내신도시 내 첫 입주 단지인 만큼 불편한 교통시설을 감안해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과 인근 대형마트까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4회 셔틀버스를 자체 운행하고 있다. 덕분에 초기에 입주율을 50%로 높였고, 현재는 90%를 넘을 정도로 안정화된 상태다.

인천 영종도의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1·2차’는 2년간 담보대출금 이자를 잔금에서 차감해주고, 관리비도 2년간 일부금액을 지원해준다. 또한 셔틀버스를 2년간 무료로 운행하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 운영비를 1년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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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