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06>미니 열풍 속으로

불황 뚫은 소형…작을수록 잘 나간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지금 부동산 시장은 ‘미니 열풍’이 한창이다.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형 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도 소형만 팔리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도 작을수록 인기다.

아파트·타운하우스·세컨드하우스 미니화 바람
중대형 비해 투자부담 적고 환금성 뛰어나 인기

소형 주택은 중대형에 비해 투자 금액이 덜해 부담이 덜하고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고령화에 따른 노인가구와 1·2인 중심의 소핵가구가 증가하고,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핵가구 증가 따른
새로운 투자 트렌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층은 542만 명. 내국인(4799만 명)의 11.3%를 차지했다. 2005년 이후 5년간 전체 인구가 2.8%(130만 명) 증가하는 사이 고령층은 무려 24.3% (106만 명)나 급증했다. 2040년이 되면 노령 인구비중이 무려 32%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는 403만9000가구로 23.3%를 차지, 2005년 20%에서 3.3%포인트 증가했다.


실제로 거래량도 소형 아파트가 중대형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소형 주택은 뭐니 뭐니 해도 소형 아파트와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소형 주택은 수요층이 넓고,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메리트가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급속적으로 늘고 있는 노인 및 1인 가구와 앞으로 그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은 주택 수요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소형 주택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급 주택의 상징인 주상복합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세컨드하우스·상가·오피스 등도 미니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선 소형 바람이 거세지면서 아파트도 소형 아파트만 팔리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도 작을수록 인기다. 가라앉은 경기 탓에 가격이나 관리비가 부담스러운 중대형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창업시장에서도 미니 열풍이 강하다. 1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창업이 가능한 33㎡ 내외의 소형점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소형점포들은 편리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객 밀착형 마케팅을 실천하면서 실속을 챙기고 있다.

소자본 소규모로 출발하는 창업자들은 작은 점포에서도 수익률을 높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매장 회전율, 합리적인 객단가, 저렴한 식자재, 고객 충성도(단골) 등이 확보 된다면 다른 투자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인건비 등 줄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소형점포로 창업할 때에는 생활밀착형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활 속에 꼭 필요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고정적인 수요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작은 점포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점포 미니화 바람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점포속의 점포인 ‘숍인숍(Shop in Shop)’이다. 기존 점포 내에 독립된 작은 점포를 여는 방식인 숍인숍 창업은 건물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이 적게 들어가므로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 않아 소자본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숍인숍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매장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사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 물론 기존 점포들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

오피스 시장도 미니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오피스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크기가 작은 오피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크기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 등으로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면서 소형 오피스 수요가 늘어난 것도 커다란 이유다.
소형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1인 기업 전용 오피스’가 틈새 투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인 기업은 따로 직원을 두지 않고 1명이 사장이자 직원의 역할을 하며 ‘나홀로’ 운영하는 업체를 말한다.


혼자서 일하니 넓은 공간이 필요 없고 복사기나 정수기 등 부대시설이 필요하지만 별도로 갖추기는 부담스럽게 마련이다. 이런 1인 기업을 위한 초미니 오피스가 1인 기업 전용 오피스다.

국내에 1인 기업 전용 오피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현재 서울지역의 1인 기업 전용 오피스는 강남구 31곳, 서초구 13곳, 마포구 4곳 등 총 84곳 2100여 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은 성남(5곳), 고양(3곳), 수원(2곳), 인천(1곳), 용인(1곳), 부천(1곳) 등이 있다.

수요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은 2007년 4만2000여 개에서 2010년 23만50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1인 창조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1인이 상시근로자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서비스업·제조업에 해당하는 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은퇴 후 창업에 나선 50∼60대, 취직난에 창업을 선택한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올 8월 초 국내 자영업자 수는 58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만9000명 늘어났다. 특히 은퇴 후 창업에 나선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26만 명이나 늘었고, 20대 청년층 자영업자 수도 8만 명 증가했다.

일반 오피스와 달리 1인 기업 전용 오피스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사무시설과 서비스 대부분을 제공한다. 관리직 여직원을 대신할 수 있는 비서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 복사기·팩스·정수기 등 사무시설(공용공간), 사무실별 책상이나 의자 등 가구, 세무·특허·법무·회계와 관련된 전문서비스 등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제공한다.

냉난방비·전기·수도비 등 관리비도 입주기업에게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월 임대료 외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아 선호도가 높다는 평이다.

나홀로 사무실 급증
운영 서비스 제공

1인 기업 전용 오피스는 근무인원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진다. 대개 6.6㎡(1인실) 기준으로 조성되며 10인실까지 있다. 보증금은 한달치 월세 정도다. 서울의 경우 평균 월세는 1인실 45만원, 2인실 60만원, 3인실 75만원, 4인실 90만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1인 기업 전용 오피스 평균 수익률은 연 15% 정도다. 크게 건물을 매입하거나 건물의 일부를 매입 혹은 임대해서 운영한다. 최근 선호도가 높은 운영 방식은 건물 일부를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것이다.

1인 기업 전용 오피스에 투자하려면 가장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 교통여건이다. 1인 기업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지하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버스정류장의 경우 노선이 10개 이상 지나는 곳이 유리하다.

창업도…33㎡ 내외 점포 주목
점포 속 점포 ‘숍인숍’화제
‘1인 기업’오피스도 틈새상품

대수요가 1·2인 기업으로 한정적이라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소형 오피스의 경우 수요가 한정적인 탓에 일반 오피스보다 매각이 쉽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고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타운하우스에도 미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가 계속돼 가격을 낮추면서 면적을 줄인 실속형 타운하우스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 크기를 줄이다 보니 중형은 물론 소형 타운하우스까지 등장했다. 가격도 3.3㎡당 1000만원 이하로 낮춰 2∼10억원까지 대중적으로 내려갔다. 불황에는 일반적으로 실속 있는 소비를 하려는 수요층이 많아지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하려는 건설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다. 덕분에 실수요자 입장에선 매입 자금 부담이 줄고 선택의 폭이 다양화됐다.

소형 타운하우스를 선택할 때 주의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능한 한 도심 접근성이 좋은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교통여건이 좋은 곳이 바람직하다. 단지 규모가 작을 경우 관리비 부담이 크고 보안 문제도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이왕이면 대단지를 고르는 것이 낫다.

또 아파트처럼 분양 주택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함하고 있는 대지면적까지 확인해 분양가의 적정 여부를 살펴야 한다. 시세차익을 생각한 투자 목적보다는 환금성을 감안해 실제 거주 목적에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컨드하우스에도 미니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최근 30∼40대 젊은층 사이에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평일에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편안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주말 전원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원용 주택이 세컨드하우스로 주말 주택으로서의 역할이 강해지면서 주택을 선택하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전원용 주택 붐이 일었던 1980년대 말에는 별장 용도로 구입해 시세차익 등을 노리는 그야말로 투자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가격 상승보다는 실제 쾌적한 주거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규모나 입지, 가격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입지다.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조망이나 주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자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교통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퍼스트하우스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평일 기준 승용차로 1시간30분 이내 거리가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교통여건 살피고
주변환경 따져야

규모도 점자 소형화되는 있는 추세다. 장·노년층의 경우 지나치게 넓은 전원용 주택은 오히려 관리가 쉽지 않고, 외로운 느낌을 주기도 해 중·소형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컨드하우스 분양 관계자는 “주 5일제 근무제 정착, 소득의 증가로 세컨드하우스를 원하는 30∼40대 역시 기존 집을 유지하면서 여유 자금으로 주말용 주택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2∼3억원 이하의 소형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향후 매매를 고려해도 소형이 부담이 적다는 것도 선호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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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