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 단일화 합의' 과민반응 진짜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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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만 해도 휘청휘청? 그럼 만약 성사되면…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지난 6일 전격 회동을 갖고 원칙적인 단일화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야권의 단일화가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야권의 단일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의 반응은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과민반응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평가다. 이들의 과민반응 뒤엔 과연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걸까? <일요시사>가 파헤쳐 봤다.

지난 5일 광주 전남대 체육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초청강연은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안 후보가 이날 강연을 통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안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단일화가 필요하다"며 단일화 논의에 대한 입장을 극적으로 선회했다.

단일화 회동
쇄신안 맞불

이어 안 후보는 "각자의 공약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형식만 따지면 진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감동이 사라지고 1+1이 2가 되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며 양 후보 간의 회동까지 제안했다.

단일화에 목말라 있던 문 후보는 즉각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의 단일화 회동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후보의 회동은 바로 다음 날 이뤄졌으며 일사천리로 단일화 합의안까지 도출해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무척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밀실야합' '정치놀음' '단일화쇼'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두 후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왔던 박 후보조차 이례적으로 "야권의 단일화는 민생을 외면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단일화 비판에 동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진영의 이 같은 과민반응을 무척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의 단일화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충분히 예견되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후보 진영의 과민반응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분석한 첫 번째 이유는 '단일화 논의의 시기와 방법이 무척 파격적'이었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박 후보 진영이 허를 찔려 허둥지둥 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일화 가능성은 분명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안 후보 측은 이번 회동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정책을 발표하는 11월10일까지는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야권 단일화 급물살, 허 찔린 박근혜 '허둥지둥'
쇄신안은 찬밥, 짙어진 패색, 깊어지는 비관론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야권의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는 11월 중순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여유로운 대선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단일화 피로감마저 누적되고 있어 박 후보에겐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허를 찌른 타이밍 정치에 박 후보는 또 한번 보기 좋게 당하고 만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 진영에서도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을 테지만 그 시기와 방법이 너무 갑작스럽다 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며 "과민반응은 이에 대한 분노와 짜증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응카드의 부재'다. 박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회동이 예정된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오후에 있을 단일화 회동에 대응하는 차원의 카드로 평가됐기 때문에 정치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박 후보는 A4용지 6장 분량의 원고를 모두 암기해 발표할 만큼 이번 쇄신안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지만 정작 그 내용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같은 당 이재오 의원조차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알곡은 없고 쭉정이만 있으니 먹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응카드 부재
선대위 능력부족

쇄신안의 주요골자인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상향식 공천 등은 선거 때면 늘 거론되었다가 무산된 것들로 전혀 새로울 것 없었다. 게다가 박 후보는 5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만을 대상으로 한 원포인트 개헌론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전력도 있어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박 후보의 대응카드를 놓고 캠프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야권의 단일화 가능성이 크게 부각 된 것이 벌써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마련해 놓은 대응카드가 고작 이거냐는 것이다. 이럴 때 판을 뒤집을 비장의 카드를 미리 마련해놓지 못한 선대위의 능력 부족을 질타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고 정책발표에 주력하며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야권단일화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시인했다. 그는 "야권이 단일화에 합의한 만큼 두 후보 간의 신경전은 예상되지만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며 "단순히 단일화 논의가 이뤄진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효과를 내는데 만약 단일화가 전격 성사된다면 컨벤션 효과까지 감안해볼 때 정말 대선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 이유는 '느슨해진 조직'이다. 박 후보 진영은 최근 대통합 행보로 외형은 무척 커졌지만 내실은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탄탄한 조직은 큰 파도가 밀려와도 흔들림 없이 버텨내지만 느슨한 조직은 작은 물결에도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라며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박 후보 진영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진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충성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박 후보가 과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당을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충성스런 측근들의 존재가 주효했다. 이 전문가는 "위기에 처했을 때 충신들은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며 후보를 독려하지만 대통합 행보를 통해 억지로 끌어안은 사람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캠프를 이탈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안대희 위원장이나 김종인 위원장 등은 박 후보와 자신들의 철학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캠프를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나? 캠프가 크게 흔들리며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안 되면 말고
느슨한 조직력

또 총선 이후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점도 박 후보 진영의 조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국회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서로 충성경쟁을 벌이며 지역 민심을 훑고 다녔을 텐데 지금은 캠프 참여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른 나라 대선 치르 듯 참여도가 낮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캠프에도 전해지다 보니 더욱 크게 술렁이고 있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니 작은 바람에도 캠프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박 후보 진영이 야권의 단일화 프레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흔들리는 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일종의 엄살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판에서는 후보 본인의 사망 기사만 빼고는 어떤 기사든 계속 나오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며 "야권이 단일화로 언론의 주목을 독차지 하고 있는데 박 후보 진영이 점잖은 반응을 내놓는다면 시선을 끌 수 있겠는가? 많이 아픈 척, 당황 한 척 해서 어떻게든 시선을 다시 끌어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위기론 부각은 의도적? 보수층 결집 위한 노림수
"흔들린 캠프 수습하고 단일화 프레임 넘어야"

의도적으로 위기론을 부각시킴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는 박 후보 진영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문가는 "박 후보 진영 인사들이 연일 언론에서 대놓고 위기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며 "보수층에 야권 단일화로 박 후보 진영이 위기에 빠졌는데 우리가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좌파정권을 막기 위해 우리가 뭉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다. 박 후보 진영은 공식적으로는 야권의 단일화에 대해 "누구로 단일화 된다 해도 위기에 강한 준비된 여성대통령후보인 박 후보가 승리 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캠프 일선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야권 단일화 시 박 후보의 패색이 짙어진 것은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상했던 일이라고 해도 박 후보 진영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려운 낙선
민감한 캠프

또 박 후보 진영에서는 그동안 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론 안 후보의 모호한 태도를 이유로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이번 회동으로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고 대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자 캠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제 박 후보는 흔들린 캠프를 수습하고 대반격에 나서야 할 때"라며 "지금처럼 밋밋한 대선행보로는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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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