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04>송도 ‘GCF 유치’효과

미지근 분위기 한방에 ‘부글부글’

<일요시사= 장경철 르포라이터> 인천 송도가 들썩이고 있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국제도시 유치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연간 38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당장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환경 분야 세계은행’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송도국제업무단지 아이타워에 내년 2월부터 입주

1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옴에 따라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의 반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만 해도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분양한 ‘송도캠퍼스타운’ 순위 내 청약 결과가 평균 0.49대 1에 머무르면서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일 송도가 GCF 사무국 유치를 확정 지으면서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2020년 8000명 상주
주택 활성화 기대

▲송도국제도시는? = 송도국제도시는 도심 속 친환경을 콘셉트로 한 최첨단 컴팩스마트시티(Compact&Smart City)다.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교육·비즈니스·정주환경 등을 두루 갖춰 2차 이사회 기간 내내 이사국과 UN 관계자들로부터 큰 감탄과 호응을 얻어냈다.

송도국제도시는 전 세계 182개 도시와 직항으로 연결되는 인천국제공항과 불과 20분 거리인 데다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서울과도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최고의 IT 인프라와 유비쿼터스 환경을 갖췄으며 첨단·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탁월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 뉴욕주립대를 비롯해 해외 유명 대학이 이미 입주했거나 들어올 예정으로,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 기관인 채드윅국제학교는 지난 2010년 이미 개교해 운영 중이다. 쉐라톤호텔, 송도파크호텔 등 특급호텔이 국제회의를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녹색도시로 국내 최대 녹지율(32%)을 확보하고 있고 센트럴파크, 미추홀공원 등 곳곳에 녹지축이 형성돼 있다.

▲지역 경제 직간접 효과는? = 인천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무국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917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제회의 관련 수요와 사무국과 유관기관 직원의 소비 규모 등을 합한 규모로 사무국 주재원 숫자는 내년 초 출범시 300∼500명이고 2020년께는 8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121차례 GCF 관련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회의 참석자 등을 고려하면 매년 수십만 명이 송도국제도시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사무국으로 인해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무국 유치로 1915명의 고용유발 등 연간 38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무국이 입주하면 뒤따라 금융과 기술, 환경, 법률 관련 단체 등이 대거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금융과 산업을 결합한 신성장 분야의 투자 유치 활성화로 연간 4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유엔 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기술훈련센터(UN APCICT),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등 송도국제도시에 이미 입주한 국제기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한국녹색기술센터(GTCK)와 함께 세계 녹색성장을 이끄는 ‘그린 트라이앵글(Green Triangle)’을 구축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미분양에 따른 장기 침체를 겪어 온 주택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막 활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파트의 매물이 사라지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송도 부동산 시장 ‘들썩들썩’
아파트·오피스텔 3400채 분양

우건설이 시공하는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는 GCF 유치가 발표된 지난 20일 방문객과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4∼5배 가량 늘었다. GCF가 유치되면 계약을 하겠다고 가계약을 걸어놓은 10가구가 모두 계약으로 전환 됐다. 가계약도 22건이나 체결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그동안 불황의 골이 깊었던 송도의 오피스 빌딩·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입주도 줄을 잇고 있어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GCF 사무국 유치가 오피스 빌딩·상가 시장에 큰 호재가 되는 것은 사무국을 포함, 유관기관이 대거 입주하고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은 물건 있어요?”
건설사에 전화 폭주

상가시장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공구의 음식점 40여 곳은 아예 달러·유로화 사용 가능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GCF 입주할 아이타워는? = GCF 사무국이 들어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아이타워(I-Tower)’가 주목받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내 2만4000㎡의 부지에 총사업비 1823억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아이타워는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로 현재 공정률은 91%다. 내외부 마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2013년 2월 완공 예정이다.

건물에는 GCF 사무국 외에 유엔아태정보통신교육센터(UNAPCICT),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 동북아지역사무소 및 도시방재연수원,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유엔 기탁도서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등 6개 국제기구의 입주가 확정돼 있다.

여기에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P),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을 추가로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GCF는 33개층 가운데 9층부터 24층까지 15개층을 사무국으로 사용하게 된다. 인천시는 1단계로 7개층을 제공하고 나머지 8개층은 일반임대 후 GCF의 연차적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2∼8층에는 동북아환경협력계획, 유엔아태정보통신교육센터,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 등의 국제기구가 자리잡는다. 나머지 25∼33층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청사로 이용된다.

주재원 500명에 매년 수십만 명 방문 예상
1900명 고용유발 등 연 3800억 경제 효과

상주·이용인구를 감안한 국제도서관, 다양한 문화센터, 전시시설, 복합문화 공간을 갖춘 아이타워는 친환경 인증자재를 사용하고 물 순환체계를 도입했다. 최첨단 정보통신인프라를 갖춘 쾌적한 업무환경은 기본이고, 옥상 녹화와 태양광 시스템, 태양열 급탕시스템을 도입해 자연에너지를 활용하게 된다.

건물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유엔, 송도문화벨트 등 3개의 에너지가 통합된 청사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외관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건물 아래에서부터 최상층까지 타워를 감싸면서 상승하는 삼각형 형태의 아트리움이다.
가장 아래 외부 조경공간은 센트럴파크와 직접 연결되며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타워 중간부분의 4개 실내 아트리움은 고층업무시설 근무자의 접지성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녹지, 바람, 빛을 즐길 수 있다. 타워 정사각형의 타워부 평면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고, 외장재료로 세라믹 패널과 Low-E 복층 유리를 사용해 최상의 에너지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인천지역 인기주거지인 송도국제도시엔 연말까지 3100여 가구의 아파트와 300여 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된다. 건설업체들은 골프장·바다 조망권, 중소형 위주 구성 등 특화 요소를 앞세워 부동산경기 침체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IBD)에서 1861가구의 대단지 아파트 ‘송도 더샵 마스터뷰’를 분양 예정에 있다. 가구별 전용면적은 72∼196㎡로 구성하며 수요자 층이 두터운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이 75%를 차지한다.


잭니클라우스 골프장과 서해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가 장점이다. 대부분의 가구를 남향 위주로 배치했고 앞뒤가 트여 있는 평면으로 설계했다.

대우건설도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오피스텔’을 공급 예정에 있다. 전용면적 24∼39㎡ 규모 338실로 구성했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송도 캠퍼스타운’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신입생이 입학하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가깝고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과 맞붙어 있다. 총 1230가구의 대단지이며, 전용면적 59∼101㎡의 중소형 위주다.

중소형 위주 구성
미분양 털기 초점

취득세 인하 조치에 따라 미분양분을 안고 있는 건설사들도 대대적인 미분양 아파트 판촉에 들어갔다. 대우건설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특별 판매팀을 조직, 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을 펼친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건설은 ‘송도 캐슬&해모로’ 모델하우스에서 황금열쇠 등 경품을 내건 이벤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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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