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자율주행 말하는 국토부, 정산 준비하고 있나

AI는 기록 시작했는데 요금 체계는 과거에 묶여 있어

최근 20년 동안 개별용달을 해온 한 기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도로나 다리가 새로 개통되면 이익을 보는 날도 있었지만, 도로에 공사가 있거나 날씨가 나쁘면 손해가 많다고 했다. 운송료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행 상황은 매일 변하는데 정산은 멈춰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지금의 운임 체계는 계약 순간 멈춘다. 화주와 운송사는 거리, 통행료, 유류비, 소요 시간 등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계약을 한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변수는 운송사의 책임이 된다. 교통체증이 생겨도, 우회로를 돌아가도, 기름값이 조금 오르내려도 계약 금액은 그대로다.

반대로 도로 사정이 좋아져 시간이 단축되거나 비용이 줄어들면 그 이익이 오래 유지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음 재계약에서 화주는 개선된 조건을 곧바로 운임 인하의 근거로 삼는다. 좋아진 환경은 공유되고 나빠진 환경의 부담은 한쪽에 남는다. 위험의 방향이 언제나 일정하게 고정된다.

그래서 수도권이나 대도시 운송은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사고 한 번, 폭설 한 번이면 하루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 AI와 데이터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산 방식만큼은 과거에 묶여 있다. 산업은 미래로 가는데 계산은 뒤를 본다. 이렇게 되면 효율이 아니라 우연이 생존을 결정하는 왜곡된 구조가 굳어진다.

운송사가 계약서를 잘못 쓰거나 예상이 어긋나면 손해는 더 누적된다. 현금 흐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신용이 무너지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물론 가끔은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이익은 다음 해 계약에서 대부분 사라진다. 위험은 운송사에게 남고 개선의 성과는 구조적으로 환수된다.

이 문제는 운송사의 손익을 넘어선다. 물류망 전체의 비용 구조가 왜곡되면 가격 경쟁력과 산업 안정성까지 함께 흔들린다. 비효율은 운송 현장에서 시작해 소비자 가격으로 이동한다. 결국 사회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이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변하는 현실을 고정된 숫자로 거래하는가. 왜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않는가. 기술이 있는데 쓰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낭비다. 시스템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방치가 계속되면 부담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로 떨어진다.

곧 자율주행 운송 시대가 열린다.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넘어가면 차량은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게 된다. 어디서 막혔는지, 얼마나 돌아갔는지, 왜 시간이 늘었는지가 자동으로 남는다. 도로 위에서 벌어진 모든 선택의 과정이 데이터로 축적된다. 추정이 아니라 증명이고 기억이 아니라 로그가 기준이 된다.

AI가 운전하는 데 사람이 운전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시대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기록이 존재하는 순간 가격은 다시 계산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진보는 결국 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외면한다고 멈추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으면 변화의 비용은 결국 시장과 정부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운임 정산도 달라져야 한다. 연간 계약에서는 기준 단가와 가이드라인만 정해두고 실제 지급 금액은 운행 데이터에 따라 건별로 계산하면 된다.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이유가 따라붙고 줄어들었다면 그 또한 확인된다. 누가 손해를 봤는지 감정적으로 다툴 필요가 없다. 시스템이 말해준다.

이 방식은 운송사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화주 역시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심과 협상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설명 요구와 증빙 싸움이 사라진다. 분쟁 비용이 내려가면 산업 전체의 효율이 올라간다. 신뢰는 데이터 위에서 만들어진다.

편도 계약 구조도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복귀 화물이 있을지 몰라서 운송사는 위험 비용을 미리 얹는다. 정보의 공백이 가격을 밀어 올린다. 그 부담은 결국 화주에게 돌아간다. 시장 전체가 불필요하게 비싸진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자율주행 네트워크에서는 그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차량과 플랫폼이 수요를 연결하면 복귀 화물의 존재 여부가 즉시 확인된다. 있으면 내려가고 없으면 그 사유가 투명해진다. 책임의 위치가 분명해진다. 계산이 감정을 밀어내면서 협상의 기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내려가는 운임을 50만원으로 잡되 돌아오는 화물이 있으면 4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복귀 수익이 확보된 만큼 위험 프리미엄을 줄이는 것이다. 사람이 하면 논쟁이 되지만 AI에게는 연산일 뿐이다. 데이터는 이미 쌓이고 있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활용하지 않는 쪽이 경쟁력을 잃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표준을 준비해야 한다. 데이터 형식과 검증 체계, 공유 범위를 미리 설계하지 않으면 시장은 제각각 움직인다. 그 혼란의 비용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플랫폼은 도로처럼 오래 남는다. 먼저 만든 규칙이 질서가 된다. 늦게 참여한 쪽은 선택권을 잃는다.

여기서 시간이 중요하다. 자율주행 상용화 이후에 제도를 만들겠다는 말은 이미 형성된 시장을 뒤쫓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한번 굳어진 계산 방식은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준비 단계일지 모른다. 타이밍을 놓치면 정책은 사후 추인이 된다.

정산 표준을 먼저 만드는 쪽이 산업의 주도권을 갖는다. 그것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략의 문제다. 글로벌 물류 알고리즘의 기준을 누가 잡느냐의 싸움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결정적이며, 표준은 곧 영향력이다.

그래서 국토부의 침묵이 더 크게 들린다. 자율주행 로드맵과 실증 계획은 발표되지만 운임과 정산 체계에 대한 밑그림은 뚜렷하지 않다. 산업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남아 있다. 그래서 국토부가 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더 늦어질수록 정책 공백의 책임은 무거워진다.

대형 운송사들도 기회를 봐야 한다.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쪽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현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먼저 제안하는 쪽이 기준을 만든다. 기다리는 쪽은 따르게 된다. 주저하는 순간 영향력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운송료 정산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결코 숫자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파산을 줄이고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일이다. 금융과 고용 안정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국가 경쟁력의 토대와 연결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술은 속도를 높이고 기업은 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충돌이 생긴다. 그 비용은 결국 시장이 떠안는다. 늦을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준비하지 않은 대가는 더 크게 돌아온다.

이제는 고정된 규정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정산해야 한다. 추정이 아니라 사실이 가격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함이 줄고 협력이 만들어진다. 자율주행은 운전을 바꾸지만 정산은 산업을 바꾼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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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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