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불원재, 정부·학계는 왜 상고사 논쟁 비워뒀나?

2025년의 마지막 페이지에 서면, 우리는 늘 비슷한 질문 앞에 멈춘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은 끝내 바뀌지 않았는가. 정치는 새로움을 말했고 제도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우리의 뿌리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돈다.

한 해의 끝에서 고대사를 꺼내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고대사를 말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환빠’, 그리고 ‘식빠’다. 이 두 단어는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토론을 끝내기 위해 쓰인다.

누군가 환국과 단군조선의 상고사를 담은 <환단고기>나 단군의 계통과 고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단군세기>를 언급하면 '환빠'라는 낙인이 찍히고, 식민사관의 형성 과정을 비판하면 '식빠 몰이'라는 반격이 돌아온다. 이 싸움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주체들은 언제나 조용하다. 정치권과 제도권 학계다.

먼저 학계를 보자.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출발한 역사 서술의 틀은 해방 이후에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섰던 인물이 이병도를 비롯한 실증사학 계열이라는 점은 이미 학계 내부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병도 자신도 말년에 “한국사의 반절과 판도의 대부분이 잘려 나갔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고백 이후 학계는 무엇을 했는가. 체계적 재검토도, 공개적 재논쟁도 없었다. 불편한 질문은 비주류·비학문이라는 이름 아래 밀려났다.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환단고기>로 이어지는 사서 체계가 정통사인가 아닌가는 학문적으로 다퉈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한국 학계는 검증 대신 배제를 택했고, 공개 토론 대신 ‘언급 금기’와 ‘신앙 프레임’으로 질문을 봉인해 왔다. 이는 학문의 태도라기보다 권위를 관리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역설이 발생한다. 국가와 학계가 외면한 기록을 고성이씨 문중이라는 특정 가문이 600년 넘게 전승·보존해 왔다는 사실이다. 행촌 이암, 일십당 이맥, 해학 이기, 운초 계연수, 한암당 이유립으로 이어지는 계보는 신화가 아니라 문헌과 필사본, 실명과 연대로 남아 있다.

기록의 내용 이전에, 우리는 먼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한 집안이 대신했는가.

정치권의 책임은 여기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환빠’라는 표현을 언급한 것도 특정 역사 해석에 대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상고사 논쟁이 학문적 검증보다는 낙인과 조롱의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발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해방 이후 어느 정부도, 어느 국회도 민족 상고사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재검토 기구를 만든 적이 없다. 보수 정부도, 진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늘 “역사는 학계의 문제”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학계가 닫혀 있을 때, 정치는 그 책임을 사실상 내려놓은 셈이 된다.

최근 정치권의 태도도 선택적이다. 고대사 문제는 외교·안보 국면에서만 호출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고구려사 편입 문제에는 성명을 내면서도, 우리 내부의 역사 인식이 식민지 시기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는 신중함이라기보다 편의에 가깝다.

'환빠·식빠’ 논쟁은 이 같은 침묵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다. 논쟁이 격화될수록 질문은 조롱과 낙인 싸움으로 분산된다. 그 사이 정치권은 책임에서 비켜서고, 학계는 답하지 않아도 된다. 조롱은 방패가 되고, 침묵은 특권이 된다. 이 대통령이 ‘환빠’ 발언을 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정작 제도와 학계는 조용하다.

여기서 시선을 교육과 제도로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 공교육과 교과서는 오랫동안 상고사 문제를 ‘논쟁적 영역’으로 분류해 왔다. 이는 중립이라기보다 판단 유보에 가깝다. 질문이 제기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학생들에게 민족의 기원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회피의 영역으로 남았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검토가 없었고, 학계의 논쟁도 공개적으로 축적되지 못했다. 그 공백을 개인과 문중의 기록이 메워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특정 기록의 진위를 떠나, 국가와 제도가 역사 인식의 책임을 얼마나 오랫동안 미뤄왔는지를 되묻게 한다.

고성이씨 문중의 전승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가가 흔들릴 때, 제도보다 먼저 사라지는 것은 역사를 대하는 책임감이다. 그래서 역사는 국가 문서고가 아니라 개인의 서랍 속으로 숨어든다. 이것은 미담이 아니다. 국가 기능의 공백이 남긴 결과다.

이런 문제의식은 특정 문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지홀딩스 정홍술 회장 역시 최근 대화에서 “동래정씨는 전라도 관찰사와 대제학 등 나라의 재상 16인을 배출한 집안이고, 학자도 많은 가문인데 관련 기록물과 문헌을 국가가 아니라 종친회 차원에서 보관·관리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고성이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 다른 종친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개인적 소회가 아니다. 조선과 대한제국, 그리고 근현대 국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가가 축적하고 관리했어야 할 역사적 기록과 계보, 문헌 상당수가 여전히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구조적 현실을 정확히 짚는다.

불원재(不遠齋)는 "근본은 멀리 있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성이씨 재실이다.

불원재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유교 전통에서 재(齋)는 머무는 공간이자 마음을 가다듬는 자리며, 학문과 성찰이 동시에 이뤄지는 장소를 뜻한다. 서원이 그랬고, 사가의 재실이 그랬다. 불원재라는 이름은 “근본은 멀리 있지 않다”는 의미를 넘어, 멀리 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붙들어 두는 태도의 언어에 가깝다.

새로운 진리를 찾기 위해 먼 곳을 헤매기보다, 이미 손에 쥐고 있으나 외면해 온 기록과 질문 앞에 다시 앉으라는 요청이다. 이 이름이 국가의 제도 공간이 아니라 한 문중의 재실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공적인 검토가 사라진 자리에 사적인 책임이 남았고, 비어 있던 제도의 책무를 개인의 재실이 대신해 왔다는 뜻이다.

2025년의 끝에서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 그러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근본은 멀리 있지 않다. 환국과 배달이라는 환단고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질문을 피하고 책임을 미뤄온 우리의 태도에 있다. 학계는 질문을 닫았고, 정치는 책임을 넘겼다. 그 사이 역사는 개인의 서랍 속으로 물러났다.

역사는 믿으라고 존재하지 않는다. 덮으라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검토하고, 논쟁하고, 계승하기 위해 존재한다.

고성이씨 문중이 600년 동안 해온 일은 믿음의 강요가 아니라 기록의 보존이었다.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을 대신했을 뿐이다. 그 사실이 오늘 우리에게 불편하다면, 불편함의 대상은 기록이 아니라 그 책임을 미뤄온 국가와 제도일 것이다.

한 해의 끝에서 다시 확인한다. 근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의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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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