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판 환단고기 늪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2.22 12:10:16
  • 호수 1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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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모두 빠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역사학계에선 <환단고기>를 위서로 규정한다.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진서론을 주장하는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을 여러 차례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환단고기> 관련 질의를 했다. 역사학계에선 대체로 위서로 규정하는 <환단고기>는 이유립씨가 1979년 출간했다. 이씨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스승 계연수가 저술했다. 계연수는 “1980년이 되면 <환단고기>를 세상에 공개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환빠’
공식 언급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환빠’는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비하하는 명칭이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걸 모르느냐. <환단고기>를 주장·연구하는 사람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느냐”며 “동북아역사재단은 아예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박 이사장은 “재단은 재야 사학자들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게 역사가 아니라면,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문헌을 증거라고 하는 건지 논쟁거리 아니냐”며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입장에서 바라볼 건지는 근본적 관점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은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갈등 관계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환단고기>는 역사학계가 거의 만장일치로 위서란 결론을 낸 지 오래인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역사는 <환단고기> 같은 위서를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환단고기> 옹호론에 동의하거나 관련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며 “국가의 역사관 수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역사학자 출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이사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뉴라이트 성향 역사 기관장 중 1명”이라며 “이 대통령은 국가 역사 기관장의 역사관·책임 의식을 향해 질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영국사를 전공한 서양 사학 전문가로서, 지난 2023년 12월 임명됐다. 박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근현대사 서적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했다.

뉴라이트 기관장 비판 위해 황당한 발언?
친일·군사독재 미화 논란에도 왜 꺼냈나


김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특정 사서의 진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왜곡된 역사 공세에 대한 대응을 책임질 국가기관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한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 논쟁은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거나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등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한민족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본·중국·중앙아시아·시베리아를 포괄하는 초대형 국가 환국이다. <환단고기>는 환국의 강역을 동서 2만리·남북 5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국은 총 12개국으로 구성돼있고, 그중 하나는 수밀이국이다. 수밀이국은 현재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수메르 문명을 일궜다.

초대형 국가 환국이 넓은 강역을 어떻게 통치했는지에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환국은 7명의 환인이 3301년 동안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인 1명의 평균 재위 기간은 약 471.6년이다. 환국이 존재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는 신석기 시대라서 광범위한 강역을 통치할 수 있는 교통·통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군조선에 이르면 “정사는 천왕으로부터 말미암고, 삼한이 모두 하나가 돼 명령을 따랐다”는 등 봉건제·군현제를 조화시킨 군국제와 유사한 통치 형태가 보인다. 한 고제가 기원전 202년 전한을 건국한 후 군국제를 시행했다.

“천왕의 명령을 삼한이 모두 하나돼 따랐다”는 측면에선 중앙집권제 요소도 보인다. 한민족 계열 국가에서 왕이 강역 전체에 명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앙집권제가 자리 잡은 시기는 조선 태종 재위기였다.

태종은 친형 정종 재위 기간 중 사병을 혁파해 귀족의 군사적 기반을 없앴다. 1404년엔 탐라군을 제주목으로 승격시킨 후 목사를 파견해 모든 고을에 중앙이 임명한 수령을 파견하는 중앙집권제를 완수했다. <환단고기>의 주장대로라면, 중앙집권제는 단군조선에서 초기 형태를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이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11월 이 소장을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당시 이 소장은 김현구 고려대 사범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친일 세력은 언젠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소장의 책을 읽은 후 강연을 들으러 간다”면서 이 소장의 강연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작성했다.

“왜인이
호남 지배”

김 교수는 학계에서 “평생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자신의 저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속국·식민지인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했다”고 서술했다.


이 소장은 1심에선 징역 6월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상고심에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던 이유는 “김 교수가 토론·반박을 위한 적극적 논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사법적 논쟁을 시작했다”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소장의 의견은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 소장의 성향이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장은 지난 2015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회의에 참석해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 역사 지도를 만들면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소장이 제시한 지도는 완성본이 아니라 수정·보완 중인 지도”라고 해명했다. 범여권 성향 일부 매체는 “식민사학을 비판한다”면서 이 소장의 의견을 따라 “지도에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소장의 친분과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비판을 토대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취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소장은 평소 사료 해석·논리 전개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정조 독살설을 제기한 저서 <사도세자의 고백>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그는 저서에서 “정조가 즉위하면서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하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노론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일찍 사망한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돼 왕위를 승계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엔 이 소장의 주장에 반하는 기록이 있다.

<실록>에 따르면, 정조가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선대왕께선 정통성을 위해 내게 큰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명령하신 것”이라며 “사도세자 추숭 논의를 하려는 자들은 선대왕의 유언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정조는 사도세자 사망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 유생들에게 욕설을 한 후 처형했다.

이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실록> 기사 중 해당 기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조가 사도세자의 복수를 선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환인 7명이
3301년 통치?

왕조 국가에선 선왕의 방침이 헌법이다. 할아버지가 설계한 정통성을 손자가 함부로 취소할 순 없다. 단종은 세조에 의해 찬탈·살해당한 후 왕족 노산군으로 강등됐다. 다시 묘호가 복원돼 선왕으로 예우받은 시점은 단종 사망 후 241년이 지난 1698년이었다.

단종 복권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뤄질 수 있었다. 아울러 2대 독자라서 정통성이 막강했던 숙종이 신하들에게 ‘사육신과 같은’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치적 작업이었다. 이 소장의 해당 주장에 대해선 “왕조 국가에서 정통성·정치적 정당성을 얻는 방법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또 이 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에서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하다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진 때문에 한반도에서 축출돼 일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백제가 전라남도 지역을 완전히 점령·지배한 시점을 무령왕이 다스리던 6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 전남을 지배한 세력으로는 마한 소국 연합체 침미다례가 거론된다. 침미다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일본 사학계 일각에선 “일본 야마토 왕조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란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일본 사학계 일각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재석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전라도에 ‘왜’라는 표시를 한 후, ‘왜’가 고구려에 패배한 후 일본으로 갔다는 기술을 한 책을 봤는데, 이런 게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소장을 강력 비판했다.

이 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일본 극우 일각의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비판은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에 대해서도 제기된다. <환단고기>의 실질적 저술자로 거론되는 이씨는 친일단체 조선유교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단고기> 출간에 개입했던 박창암 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술·출간·번역자는 친일·독재 찬양 이력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 이은 비판 자초

박광용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1990년 발표한 논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에서 “<환단고기>는 도가 사상을 단군시대의 신교·일본 민족종교 신궁과 연결·연계한다”며 “이것이 한일 문화동원론이고,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일본 덴노 계보는 단군조선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된 후 사망한 추장 소시모리의 후손이 열도로 이주해 시작됐다.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은 “폭풍의 신 스사노오는 신라에서 열도로 건너간 것”이라는 일본 건국 신화 내용을 토대로 “소시모리는 스사노오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처음 제시한 세력은 조선유교회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단고기>는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1986년 <환단고기>의 한글 번역본 <한단고기>를 출간한 임승국 전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전두환씨를 향해 “가장 뛰어난 영단을 가진 민족 지도자”라면서 “공산주의에 대적하려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수주의 독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광복절 축사 당시 <환단고기>에 나오는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엔 역사 연구 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유사 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다”면서 감사원에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관련 감사를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이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했고, 민주당 소속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단고기> 진서론에 경도된 활동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거나,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 전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6년 “중국역사지도집과 같은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서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철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7년엔 “고려의 영토는 요하까지였다”고 주장하는 인하대 고조선연구회가 국회에서 진행한 학술발표회에서도 축사를 했다. 당시 행사는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주최했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도 “일제가 우리 영토를 한반도로 축소했는데, 이것이 식민사관”이라며 축사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직접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한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선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과 함께 “비전문적이거나 유사 학문으로부터 비롯된 발언을 자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비판·조롱

홍종기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지난 14일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을 듣고, 일본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사실 우리 민족의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 대통령을 조롱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갈등·조롱은 다시 거세졌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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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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