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인천대 교수 임용 논란 유담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0 15:57:59
  • 호수 1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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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에 대학 교수님 타이틀?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정치인 자녀의 각종 입학 특혜나 비리 의혹은 언제쯤 사그라들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딸 유담의 인천대학교 교수 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담은 2025년 2학기 인천대 전임 교원 신규 채용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공정했는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 4일, 인천대학교 이인재 총장과 교무처 채용팀, 채용 심사위원, 채용 기록 관리 담당자 등을 고발했다. 혐의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인천대의 전임 교원 신규 임용 지침에 따르면, 교원 채용 시 영구 보존해야 하는 문건이 있는데, 인천대 측이 유담과 관련한 채용 문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채용 문서
사라졌다

지난달 28일 서울대와 인천대 등 대학 법인과 관련한 국정감사가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유담의 교수 임용 과정에 있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서 언급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논문 쪼개기’와 둘째 ‘논문 중복 게재’, 셋째 ‘주요 문건 소실’이다. 진 의원은 “31세의 유 교수가 무역학부 교수로 임용된 것에 국민적 이의 제기가 많다”면서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중 이렇게 경력이 전무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대에는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가 290명에 달하고 교수 임용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분들이 많은데, 인천대가 12년 만에 적임자를 찾았다며 올해 5월 유 교수를 임용했는데 이전 4차례 채용 과정 자료는 소실됐다며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 의원실이 인천대로부터 확보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유담은 지난 5월 인천대 교수 임용 지원서에 연구 실적으로 논문 10편을 제출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유담의 논문 질적 심사는 18.6점으로 16위 정도의 하위권이었는데, 학력·경력·논문 양적 심사에서 만점을 받아 1차 심사에서 25명의 지원자 가운데 전체 2위로 통과했다.

진 의원은 유담이 채용 과정에서 경력 부분 만점을 받은 사실에 대해 “3월에 박사학위를 받고 5월에 교수로 임명됐다. 고려대학교 경영전략실에 딱 75일 근무했다”며 “고려대에서 1년을 강의했다는데 석사 시절에 1년을 했고 다른 경력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인천대 기준에 따르면 교수 채용 시 강사나 연구원 경력은 최대 40%만 인정되고 있다. 4년제 대학 교수급 경력이 아닌 이상 만점을 받기 어렵다는 게 교수 임용 절차를 잘 아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인천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유담 교수의 이력을 보면 ▲2022. 09. ~ 2023. 08.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강사) ▲2025. 03. ~ 2025. 08. 고려대학교 경영전략실(박사후연구원)으로 기재돼있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이인재 인천대 총장은 의혹을 거뒀다.

이 총장은 “학력을 평가할 때 국제경영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에게 만점을 줬다”며 “경력 역시 전공 분야와 연관된 직무를 담당하는 경우에 한해 경력을 인정하게 돼있어, 국제경영을 강의한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만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원 채용 과정에서 접수는 블라인드 방식이지만, 이번 경우는 특수해서 이름이 알려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로 올해 임용
경력 없이 만점…공정성 논란 일어

그러면서 연령, 성별, 사진은 비공개로 받고 있어 유담의 교수 임용이 공정히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표면상 ‘규정대로 진행됐다’는 인천대의 해명과 달리 실제 심사 기준 적용과 평가 구조를 대조해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논문의 질과 양, 강사 경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한 유담이 임용심사 절차에서 현직 조교수와 해외 대학 박사를 제치고 임용되자 ‘맞춤 심사’였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일 수도권 모 대학 교수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대학 교수 지원자들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특정인을 겨냥해 공채를 낸다면 임용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모로 심증은 가지만 주최 측인 인천대의 내부 고발 없이는 임용 취소 등의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용 취소나 임용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관련자들이 징계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천대가 2013년 국립대로 전환된 이후 직원 신분이 공무원으로 전환되어 파면이나 해임이 되면 사립대 교원보다 더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내 딸이 이렇게 채용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며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달 31일 그는 개인 SNS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검찰이 내 딸과 아들에게 적용한 기준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과 검사들의 자식에게도 정확히 적용하자”며 저격에 나섰다.

본인의 딸 조민과 아들 조원 등과 관련한 자녀 입시 비리를 두고 “나는 나의 불공정에 대해 여러 번 공개 사과했고 그 법적 결과를 감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자녀에게 과거에 제기된 채용·논문 의혹을 소환해 함께 비판했다.

조 전 비대위원장은 “국립대 교수 출신으로 장담하지만, SSCI 6편 논문을 쓴 국제 마케팅 전문가를 제치고 박사학위 취득 후 여섯 달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연구자(94년생, 동국대 학사-연세대 석사-고려대 박사)가 국립대 교수로 채용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연구 경력이 없는데 경력 심사 만점을 받았고, 논문 점수는 하위권이었고, 그 논문도 쪼개기나 자기 표절 등의 의혹이 있다”면서 “대학교수 되기 참 쉬웠구나”라고 적었다.

이어 “유담, 한유진, 김현조, 이 세 사람의 집 앞에는 막무가내로 질문하거나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찍는 기자 한 명이 없었지. 그 새 취재 대상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취재 윤리가 정착된 모양이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9월 그는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의 자녀 입시 및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공정성 논란의 상징적인 지표가 됐다. 일명 ‘조국 게이트’라고 불렸던 이 사태의 핵심은 그의 딸 조민과 관련한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의혹, 자기소개서 허위 경력 서술 및 이를 통해 이뤄진 부정 입학 의혹 등이었다.

“똑같이 적용”
조국의 분노


그 결과 조 전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고, 이후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됐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와 논문 위조 혐의도 함께 재판에 넘겨지면서 가족 전체가 파헤쳐졌다.

2020년 12월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동양대, 동국대, KIST, 공주대, 단국대와 관련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선고됐다. 2022년 4월 조민의 부산대와 고려대 입학이 취소된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서 딸을 처음 공개했다. 또 2017년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 선거운동 유세에 유담이 나서면서 여러 유세 현장에서 아리따운 미모로 주목받기도 했다.

유담은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후 서울 소재 은광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 진학해 2020년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에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 박사 과정으로 진학해 2025년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과정 수료 후 시간강사로 임용돼 2022학년도 2학기 및 2023학년도 여름 계절학기에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에서 국제 경영론 강의를 맡았다.

올해 박사학위를 취득해 졸업한 이후에 고려대 경영전략실 박사후연구원으로 임용됐으며 지난 9월1일부로 인천대 전임 교원, 인천대 글로벌 정경대학 무역학부 조교수로 임용됐다.


인천대 홈페이지에는 교수가 7명, 부교수가 3명, 그리고 유담을 포함한 조교수가 4명 있다. 유담의 주전공은 국제경영·경영전략·기업행동이론이고 담당 과목은 국제마케팅·국제경영론이다.

한편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유 전 의원은 대구 동구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76%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 후보로서 큰 지지를 받았으며, 압도적 득표율로 경쟁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국회의원 출마 당시 재산 신고에서 딸 유담이 예금 1억7000만원, 보험금(납입 금액) 160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금수저 논란이 일었다. 입학과 졸업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자기 조부모에게서 받은 돈을 모은 것이라는 것이 유 전 의원의 해명이었다.

2021년 9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유 전 의원은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의 “조국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다음 날인 9월16일 개인 SNS에 “홍 후보님, 이건 아니지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 아닙니까? 조국이 아무리 “내가 책임진다”고 외친들 정경심의 불법을 어떻게 봐준다는 말입니까? 이들 일가의 불법·특권·반칙·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는데 과잉 수사라니요?”라고 반문했다.

해외 경험 없이
국제경영 강의

이어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며 “저도 법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법의 관용은 누가 봐도 딱하고 불쌍한 처지의 약자를 위한 것이지, 조국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홍 후보님께서 생각을 바로잡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담의 교수 채용 논란이 일고 조 전 비대위원장이 연일 비판을 가세하자 국민의힘은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의힘 이충형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조 비대위원장은 공정, 불공정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의 불공정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진정으로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조 비대위원장은 다른 정치인들의 자녀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과 가족에게 적용된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자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 왜곡이자 또다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국민이 기억하는 불공정의 상징이 주장하는 공정이란 단어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비대위원장의 자녀 특혜 비리 혐의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유 전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 다른 공직자 자녀 관련 의혹들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확정 판결된 조 비대위원장 사건과는 달리, 함께 언급된 다른 인사들의 자녀 관련 의혹은 아직 객관적이고 법적인 검증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 차이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유담은 동국대 학사, 연세대 경영학 석사, 고려대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자신의 이력서에도 모두 ‘경영학과’로 기재했다. 그러나 인천대 무역학부의 채용 공고는 ‘국제경영’ 전공자를 지원 자격으로 한 초빙 전임 교원이 대상이었다.

지난 6일 인천대가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석·박사 학위를 국제경영으로 이수한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명시돼있었다. 그럼에도 유씨는 학력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국제경영’ 전공자가 아닌 경영학 전공자가 만점을 받은 사례는 전체 지원자 중에서 유담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딸 유담 ‘아빠 찬스?’
경찰 특혜‧부정 채용 수사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다른 지원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중앙대·서강대 등에서 실제 ‘국제경영’을 강의한 강사들이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수차례 고위 공직자 자녀의 비리를 지켜봐 온 여론의 입장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담, 아빠 찬스 정말 부럽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든든한 부모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견과 함께 “조국과 조민에게 쏟아진 비판은 모두 어디 갔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 “남이 하면 속임수고 자신이 하면 요술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면 안 된다.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유담의 인천대 교수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과거 조국 사태 당시 공정과 위선을 들먹이며 거세게 비판했던 인물이 바로 유승민 전 의원 본인”이라며 유 전 의원에게 조 전 비대위원장에게 들이댔던 잣대와 똑같은 잣대를 대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조국혁신당 박찬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국감을 통해 유씨가 제출한 10편의 논문 중 7편에 대해 심각한 자기 표절과 분할 게재 의혹이 제기됐다”며 “경쟁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31세의 나이에 무경력으로 임용된 배경을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고 해당 의혹을 직격했다.

박 부대변인은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 재개를 시사하고 있다”며 “정계에 복귀한 이후 인천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사전 수뢰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조국 사태 당시 공정과 위선을 들먹이며 거세게 비판했던 인물이 바로 유승민 전 의원 본인”이라며 “조국혁신당은 같은 잣대를 요청한다. 채용 과정의 불법이 드러난다면 교수 임용 취소는 물론, 사법적 책임 또한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12월 올라왔던 ‘판·검사 자녀들의 입시 비리 전수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인원에게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인은 “입시제도를 위한 자녀들의 활동을 유죄로 판결하는 판사와 검사, 그들의 자녀들은 과연 바르게 입시 준비를 하고 진학했는지 똑같은 잣대로 전수조사해서 전부 똑같이 처벌해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진실은
어디에?

조 전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과거 2019년 윤석열 검찰 기준이었다면 이미 파묘됐을 특혜 의혹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진정한 공정을 위한 정확하고 신속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유담의 교수 임용 논란은 단순한 채용 문제를 넘어, ‘공정과 상식’이라는 잣대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유담뿐만 아니라, 지난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입시 비리와 특혜 채용까지 명백히 밝혀져야 이 모든 논란이 끝날 형국이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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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