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정년 연장 논의 급물살⋯노·사·정 셈법 동상이몽

민주노총 “연내 입법 추진” 촉구
민주당 “기업·청년 등 감안할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정년 65세 상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기 도입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신중론을 펴는 재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찾아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노동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인 동시에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목표”라며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지혜를 모아 목표 도달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일은 이미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에도 반영돼있는 만큼, 오늘 귀한 말씀주시면 경청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당장 출생률이 반등하더라도 향후 20년간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정년 연장으로 노후 빈곤을 해소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서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게 “당과 민주노총이 신뢰를 쌓아가자는 의미에서 자주 만나 소통하자고 얘기했다”며 “정년 연장 등 현안은 국회와 상임위원회별로 소통하고 있으며, (오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내에 정년 연장 입법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엔 “연말까지 입법에 속도를 내 통과되도록 해달라는 노조 측의 요청이 있었지만,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한쪽 주장만으로 법안을 만들 수 없기에, 기업과 청년 고용 등도 감안해서 최적의 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노동계의 입법 압박에 호응하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정년 연장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현행 60세 정년이 유지되면, 노후 빈곤과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며 “정년 65세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며,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선별을 통한 퇴직 후 재고용’은 사업주 재량 하에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불합리한 방식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고용 방식”이라며 “또 단기 반복 계약을 통해 임금과 노동 조건을 하향화시켜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노동계로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와 국회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논의까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숙성됐다”며 “노사 입장이 더 이상 접점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이제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정가에선 노동계가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이유와 관련, 정년 연장 카드로 붙은 탄력을 이어가려는 판단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부터 정년 연장을 논의했지만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익위원이 계속 고용 의무화를 제안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주도권이 사용자 측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법정 정년 연장이 도입되면 기업이 만 65세 미만의 정년 해고가 금지되는 만큼 실질적인 고용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정가의 대체적 해석이다.

또 정년 연장은 초고령사회 대응이라는 명분이 있어 노동계가 굳이 물러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간극을 보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정치적 이견도 비교적 적다.

여론 역시 우호적이다. SBS 의뢰로 입소스(Ipsos)가 지난달 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데 대해 81%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18%에 그쳤다. 전 연령대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정년 연장 법안이 통과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당 역시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대수명 연장 등 시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는 데 대해 국민의힘도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AI 시대 도래, 국내 기업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 등으로 국내 일자리 총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년을 늘리면 사회에 진출하는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에 타격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년 연장을 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 청년 일자리 보장 등 여러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따져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이 보장되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으로 경영 부담이 이미 커진 만큼, 속도 조절과 보완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전날 ‘2025 하반기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를 내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경총은 “정년 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되고,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또 60~64세 정규직 근로자 59만명가량을 고용하는 비용이 연간 약 30조원으로 추산돼,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확산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앞서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이후 축적된 통계에서도 일정 부분 드러난다.


한국은행에서 지난 4월 발간한 조사연구집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집필진인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 외 4인은 지난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 고령 고용 증가 효과가 노조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청년 고용 위축, 조기 퇴직 증가 등의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장일수록 23~27세 청년 고용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고령 근로자 1명 증가 시 청년 근로자 0.4~1.5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소세는 임시·일용 근로자에게서 더 뚜렷했다.

이에 대해 집필진은 “기업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용 형태가 유연한 일자리를 청년 고용 조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년 연장은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 심화에 맞춰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데에는 각계가 공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속연수에 비례해 커지는 임금 부담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무급’이 언급된다.

직무급은 근속연수가 아니라 담당 직무의 난이도, 책임 등을 평가해 기본급을 정하는 임금체계다.

국회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달 발표한 ‘정년 연장 시대, 직무급과 사회적 합의’에서 “단순 정년 연장만으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과 세대 간 갈등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직무급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년 미만자의 2.95배로, 일본(2.27배)과 독일(1.8배)을 웃돈다”며 “또 30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5% 수준이다. 현 구조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대기업은 고연차 인건비 부담이 늘고, 기업 간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과거 좌초됐던 성과관리형 직무급과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직무급을 비용 절감 장치가 아닌, 임금체계의 수평적 재편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 연장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고령자 고용과 노동시장 전반의 형평성을 함께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j457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