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정년 연장 논의 급물살⋯노·사·정 셈법 동상이몽

민주노총 “연내 입법 추진” 촉구
민주당 “기업·청년 등 감안할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정년 65세 상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기 도입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신중론을 펴는 재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찾아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노동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인 동시에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목표”라며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지혜를 모아 목표 도달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일은 이미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에도 반영돼있는 만큼, 오늘 귀한 말씀주시면 경청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당장 출생률이 반등하더라도 향후 20년간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정년 연장으로 노후 빈곤을 해소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서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게 “당과 민주노총이 신뢰를 쌓아가자는 의미에서 자주 만나 소통하자고 얘기했다”며 “정년 연장 등 현안은 국회와 상임위원회별로 소통하고 있으며, (오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내에 정년 연장 입법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엔 “연말까지 입법에 속도를 내 통과되도록 해달라는 노조 측의 요청이 있었지만,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한쪽 주장만으로 법안을 만들 수 없기에, 기업과 청년 고용 등도 감안해서 최적의 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노동계의 입법 압박에 호응하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정년 연장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현행 60세 정년이 유지되면, 노후 빈곤과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며 “정년 65세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며,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선별을 통한 퇴직 후 재고용’은 사업주 재량 하에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불합리한 방식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고용 방식”이라며 “또 단기 반복 계약을 통해 임금과 노동 조건을 하향화시켜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노동계로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와 국회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논의까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숙성됐다”며 “노사 입장이 더 이상 접점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이제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정가에선 노동계가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이유와 관련, 정년 연장 카드로 붙은 탄력을 이어가려는 판단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부터 정년 연장을 논의했지만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익위원이 계속 고용 의무화를 제안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주도권이 사용자 측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법정 정년 연장이 도입되면 기업이 만 65세 미만의 정년 해고가 금지되는 만큼 실질적인 고용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정가의 대체적 해석이다.

또 정년 연장은 초고령사회 대응이라는 명분이 있어 노동계가 굳이 물러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간극을 보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정치적 이견도 비교적 적다.

여론 역시 우호적이다. SBS 의뢰로 입소스(Ipsos)가 지난달 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데 대해 81%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18%에 그쳤다. 전 연령대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정년 연장 법안이 통과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당 역시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대수명 연장 등 시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는 데 대해 국민의힘도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AI 시대 도래, 국내 기업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 등으로 국내 일자리 총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년을 늘리면 사회에 진출하는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에 타격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년 연장을 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 청년 일자리 보장 등 여러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따져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이 보장되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으로 경영 부담이 이미 커진 만큼, 속도 조절과 보완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전날 ‘2025 하반기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를 내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경총은 “정년 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되고,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또 60~64세 정규직 근로자 59만명가량을 고용하는 비용이 연간 약 30조원으로 추산돼,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확산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앞서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이후 축적된 통계에서도 일정 부분 드러난다.


한국은행에서 지난 4월 발간한 조사연구집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집필진인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 외 4인은 지난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 고령 고용 증가 효과가 노조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청년 고용 위축, 조기 퇴직 증가 등의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장일수록 23~27세 청년 고용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고령 근로자 1명 증가 시 청년 근로자 0.4~1.5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소세는 임시·일용 근로자에게서 더 뚜렷했다.

이에 대해 집필진은 “기업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용 형태가 유연한 일자리를 청년 고용 조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년 연장은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 심화에 맞춰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데에는 각계가 공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속연수에 비례해 커지는 임금 부담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무급’이 언급된다.

직무급은 근속연수가 아니라 담당 직무의 난이도, 책임 등을 평가해 기본급을 정하는 임금체계다.

국회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달 발표한 ‘정년 연장 시대, 직무급과 사회적 합의’에서 “단순 정년 연장만으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과 세대 간 갈등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직무급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년 미만자의 2.95배로, 일본(2.27배)과 독일(1.8배)을 웃돈다”며 “또 30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5% 수준이다. 현 구조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대기업은 고연차 인건비 부담이 늘고, 기업 간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과거 좌초됐던 성과관리형 직무급과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직무급을 비용 절감 장치가 아닌, 임금체계의 수평적 재편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 연장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고령자 고용과 노동시장 전반의 형평성을 함께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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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