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체공휴일에 대한 불편한 진실

올해 추석연휴는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연휴, 8일 추석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이어져 총 7일간이다. 비록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쉬는 기업이 많고, 연차를 낸 직장인들이 많아 국민이 느끼는 추석연휴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이다. 역대급 황금연휴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체공휴일 때문이다. 올해 추석연휴가 7일로 된 것도 8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다. 만약 대체공휴일 제도가 없었다면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징검다리연휴였을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보전하는 제도다. 이후 대체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성탄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3조(대체공휴일) 2항에 의하면, 대체공휴일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공휴일은 자동 지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12월에 해당 연도 공휴일을 검토해 올린 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만 비로소 공휴일이 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결정 없이는 휴일이 될 수 없다.

지난 2021년, 개천절과 성탄절이 일요일과 겹쳤지만 문재인정부는 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체공휴일이 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체공휴일은 법의 틀 속에서 보장되는 동시에,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기도 하다. 국민에게는 “쉬는 날이 생겼다”는 체감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대통령의 계산이 깔려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산업계 부담, 여론의 기대, 정치적 상징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가 바로 대체공휴일 지정이다.


올해 대체공휴일은 어수선한 가운데 지정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권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넘어간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2025년 대체공휴일 지정은 윤 전 대통령이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추석 대체공휴일을 지정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대통령이 이번 추석연휴 때 휴일 관련해서 결정한 건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임시공휴일은 미리 정하지 않고 전년도 12월,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필자는 만약 이 대통령이 올해 추석 대체공휴일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이 대통령도 국민 삶의 질을 강조해 온 만큼, 대체공휴일 지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국민 여가와 휴식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8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행보로 보면 올해 추석 황금연휴가 길어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8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실이 “10일을 임시공휴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걸 보면 가능한 추측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제헌절(7월17일)을 “헌법 정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공휴일제도나 휴일 확대 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상황이 달라진 느낌이다.

민주당도 ‘휴식권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체공휴일 제도를 모든 공휴일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황금연휴로 만들자”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지정 요청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재정적 부담을 고려한 신중론으로 이해된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내수 진작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생산 차질과 중소기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공휴일 확대가 오히려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휴식권 보장을 외치면서도 경제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느낌이다. 과거엔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으로 대체공휴일 확대를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국정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무게 있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정치가 휴일을 늘려주길 바라기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지탱할지를 보고싶어 한다. 대체공휴일 지정 여부는 단순히 ‘쉬는 날’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 휴가 제도, 일터 문화 전반과 연결된 삶의 질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임시공휴일을 둘러싼 ‘생색내기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과거의 공약과 현재의 태도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아니라, 장기적 제도 설계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은 단 하루의 휴일보다 안정된 삶의 균형을 더 원한다.

대체공휴일은 실제 대통령이 사인해야 국민의 휴일이 된다. 반대로 대통령이 외면하면 휴일이 될 수 없다. 대체공휴일이 제도가 아니라, 결국 권력자의 선택이 만든 하루라는 게 안타깝다.

공휴일에 관한 법을 개정해서라도 대체공휴일을 대통령령으로 두지 말고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현행법에는 “대체공휴일이 될 수 있다”로 적시돼 있어 지정 여부를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했는데, ‘대체공휴일이 돼야 한다’로 개정해 대통령이 국민의 휴일을 놓고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정부가 올해 추석연휴를 하루는 챙겨주고 하루는 빼앗아가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도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명절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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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