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딱지’ 서보산업 기업사냥꾼에게 먹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0:27:13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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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까지 빼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건설 자재 전문 기업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 스크랩 3227톤 등을 압류당했다. 회사가 약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다. 앞서 지난 6월, 166억원에 지분 100%를 매각한 서보산업 전 대표이사 이모씨는 인수자 신모씨 측의 실사 요청을 거부하고, 신 전 대표를 하루 만에 강제 해임했다. 이후 서보산업 등기상에 ‘기업사냥꾼’ 심모씨가 등장했다.

서보산업은 건축용 거푸집인 알루미늄 폼·유로폼(철제+합판) 등을 설계·제조해 건설 현장에 임대 및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545억3330만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연구소 및 10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실적과 기술력을 갖춰 관련 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회사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폼 생산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 폼은 기존 유로폼보다 약 5배 이상 재활용 효율이 높고 건설 폐기물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소개됐다. 또 기존 제품보다 약 50% 정도 가볍고 조립식 시공으로 간편한 장점이 있어 1군 시공사들과 협력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서보산업의 내부 사정은 크게 달랐다. 2022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406.16%로 자본 대비 4배 이상의 빚이 쌓였고, 2023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71.47%로 개선됐다가 약 157.82%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지난해 12월 기준). 그해 부채비율이 급감한 것을 보면, 재무구조 개편이나 자본 조달 등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베트남 등 동남아 건설 현장에 투입한 알루미늄 폼 등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서보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분 100%를 166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까지 국세, 지방세,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등 총 5억원이 체납돼 대출도 막힌 상태였다.

결국 서보산업은 모 자산운용사 부사장 출신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A사와 지난 6월25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에 관한 약정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위 약정대로 166억원을 서보산업 계좌에 이체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양도받아 명의 개서를 이행해 주식 100%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더불어 신씨는 서보산업 대표 이모씨가 체납한 5억원의 세금 등을 모두 갚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했고, 166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변호사를 대동한 자리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사에 주식을 양도했다.

4대 보험도 못 내 법정관리
기껏 살려줬더니 강제 해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6월27일 신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 7월 초 A사가 지정한 신씨, B씨, C씨 등은 이사 및 감사로 등재됐다. 기존 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등은 양도양수 계약에 의해 기존 사내이사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신씨는 서보산업의 우발 부채 등을 우려해 실사 작업을 요청하면서 166억원을 1개월간 질권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약정 체결상에 질권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은 없지 않았냐”며 실사 작업을 거부하고, 서보산업의 기존 인감도장과 통장을 신씨에게 주지 않았다.

양도양수 계약을 모두 이행한 신씨는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서보산업 인감도장을 새로 발급받아 실사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법무법인 주성에 보관된 양도양수 계약서와 166억원을 이체하면 돌려받기로 한 신씨와 사내이사 2명의 백지 사임서를 빼돌려 이들에 대한 사임 등기를 지난 7월21일 청주지법 음성등기소에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신씨가 발급한 인감 도장을 분실 신고하고, 인감 도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통상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사내이사가 법인 인감도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신씨로부터 인수금 166억원과 5억원을 받았음에도 질권 설정이 돼있다는 이유로 독단적으로 신씨를 해고한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
속은 곪았다

사임 등기 신청의 접수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신씨와 B씨, C씨를 강제 해임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단독으로 사내이사가 됐으므로 대표이사 자격도 자신에게 있다는 논리로 권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사임 의사가 없다고 재차 음성등기소에 신청했고, 지난 7월24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해임 등기는 각하 결정이 났다.

각하 결정이 났음에도 이 전 대표는 양도양수 계약 이전의 과거 주주명부를 이용해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받았고, 신씨 등에 대해 해임등기 신청을 재차 접수했다. 결국 이틀 뒤 음성등기소는 이 전 대표의 등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임 등기가 이뤄졌다.

신씨 등의 해임이 이뤄짐과 동시에 대표이사와 이사에는 김모씨와 사내이사 심모씨가 등재됐다. 심씨는 M&A 업계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경제 사범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씨 측은 이 전 대표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도양수 계약을 근거로 A사는 166억원을 서보산업에 납입했고,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신씨의 귀책 사유는 투자금을 질권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등기소가 계약 해제나 사임을 결정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만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을 두고, 그가 음성등기소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피고소인이 된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심씨는 위법한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출된 이사 내지 감사로 등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 측은 또 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한 법무법인 민주의 박모 공증 담당 변호사도 고소한 상태다.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행위로 회사를 찬탈하기 위해 허위의 주주명부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의사록을 작성한 것인데, 공증 사무실조차 이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서류를 믿고 공증했다는 것이다.

퇴직금
먹튀 논란

또 이 전 대표의 주도하에 서보산업에 새롭게 취임한 김 대표는 신씨가 납입한 166억원의 통장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신씨 측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사내이사 심씨는 “먼저 서보산업의 알루미늄 폼 500톤을 담보로 줄 테니 5억원을 빌려달라”고 협상을 요구했다.


신씨 측이 166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5억원을 빌려주자, 166억원을 돌려줬다. 현재 서보산업의 재산 대부분은 채권자 30여명이 빚을 돌려받기 위해 압류한 상태다. 심씨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500톤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서보산업은 52억원대 미납 대금으로 협력사 중앙알칸과 분쟁 중이다. 중앙알칸은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자재를 반환하지 않았다며 유체동산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앙알칸이 서보산업에 납품한 제품 대금은 총 52억5728만9630원에 달한다.

이 중 외상매출금 잔액 35억7256만3321원과 발급 어음 잔액 16억8472만6309원이 미결제 상태다.

납품 및 미납 현황으로는 ▲2025년 3월 6억7956만7350원 ▲2025년 2월 9억5294만4410원 ▲2025년 1월 5억877만9800원 ▲2024년 12월 6억3962만7230원 ▲2024년 11월 4억8735만6100원 ▲2024년 10월 6억7623만280원 ▲2024년 9월 6억6210만4300원 ▲2024년 8월 5억9533만3200원 ▲2024년 7월 8억1109만7815원이다. 

양측은 2025년 7월17일, 서보산업의 미납 대금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재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중앙알칸에 미납 대금 대신 알루미늄 거푸집 3227톤을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알칸 측 주장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합의된 기한까지 알루미늄 3227톤을 인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5년 8월 초,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을 화물트럭에 싣고 반출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중앙알칸은 이를 확인하고 8월7일 서보산업 현재 대표이사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알루미늄 반출을 막고자 했다. 


“166억 인수금? 5억 더 주면 돌려줄게”
채무불이행 52억, 사문서위조로 고소

서보산업 경영진이 채무를 불이행한 채 현금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보산업 부지에서 화물 트럭 여러 대가 알루미늄 자재를 적재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중앙알칸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서보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알루미늄 거푸집을 외부로 반출하려 한다”며 “채권자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점유권을 인도하고, 그 외 자재를 무단 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산이 반출될 경우 미납 대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충북 음성 지역 주요 제조업체 간의 분쟁으로, 판결 결과에 따라 지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 여부는 알루미늄 자재가 중앙알간의 담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법원이 보전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서보산업의 자산 이동이 당분간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산업에 166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A사는 “우리 측은 적법하게 주식을 인수했고, 명의 개서도 마쳤다”며 “계약 해지나 법원 판결 없이 기존 주주의 지위가 부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 심씨와 이 전 대표 등이 주도한 임시주주총회는 실질적 주주가 아닌 자들이 소집하고 진행한 불법 회의”라며, “허위 주주명부로 회사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사 측은 이번 사건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채권자에게 5억원을 빌린 심씨의 도주 우려도 제기됐다. 고소장에는 심씨가 현재 다수의 수사 사건에 연루돼있으며, 최근 “자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는 첩보가 접수됐다고도 언급됐다.

A사 측은 수사 당국에 출국금지 등 긴급 조치를 요청하며, 도주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경영권
중대한 범죄”

이번 사건은 음성경찰서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허위 주주총회 소집과 초고속 등기 처리 과정에서 등기소 내부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A사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중대한 범죄”라며 “관계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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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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