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딱지’ 서보산업 기업사냥꾼에게 먹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0:27:13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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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까지 빼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건설 자재 전문 기업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 스크랩 3227톤 등을 압류당했다. 회사가 약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다. 앞서 지난 6월, 166억원에 지분 100%를 매각한 서보산업 전 대표이사 이모씨는 인수자 신모씨 측의 실사 요청을 거부하고, 신 전 대표를 하루 만에 강제 해임했다. 이후 서보산업 등기상에 ‘기업사냥꾼’ 심모씨가 등장했다.

서보산업은 건축용 거푸집인 알루미늄 폼·유로폼(철제+합판) 등을 설계·제조해 건설 현장에 임대 및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545억3330만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연구소 및 10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실적과 기술력을 갖춰 관련 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회사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폼 생산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 폼은 기존 유로폼보다 약 5배 이상 재활용 효율이 높고 건설 폐기물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소개됐다. 또 기존 제품보다 약 50% 정도 가볍고 조립식 시공으로 간편한 장점이 있어 1군 시공사들과 협력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서보산업의 내부 사정은 크게 달랐다. 2022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406.16%로 자본 대비 4배 이상의 빚이 쌓였고, 2023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71.47%로 개선됐다가 약 157.82%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지난해 12월 기준). 그해 부채비율이 급감한 것을 보면, 재무구조 개편이나 자본 조달 등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베트남 등 동남아 건설 현장에 투입한 알루미늄 폼 등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서보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분 100%를 166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까지 국세, 지방세,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등 총 5억원이 체납돼 대출도 막힌 상태였다.

결국 서보산업은 모 자산운용사 부사장 출신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A사와 지난 6월25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에 관한 약정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위 약정대로 166억원을 서보산업 계좌에 이체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양도받아 명의 개서를 이행해 주식 100%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더불어 신씨는 서보산업 대표 이모씨가 체납한 5억원의 세금 등을 모두 갚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했고, 166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변호사를 대동한 자리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사에 주식을 양도했다.

4대 보험도 못 내 법정관리
기껏 살려줬더니 강제 해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6월27일 신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 7월 초 A사가 지정한 신씨, B씨, C씨 등은 이사 및 감사로 등재됐다. 기존 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등은 양도양수 계약에 의해 기존 사내이사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신씨는 서보산업의 우발 부채 등을 우려해 실사 작업을 요청하면서 166억원을 1개월간 질권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약정 체결상에 질권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은 없지 않았냐”며 실사 작업을 거부하고, 서보산업의 기존 인감도장과 통장을 신씨에게 주지 않았다.

양도양수 계약을 모두 이행한 신씨는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서보산업 인감도장을 새로 발급받아 실사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법무법인 주성에 보관된 양도양수 계약서와 166억원을 이체하면 돌려받기로 한 신씨와 사내이사 2명의 백지 사임서를 빼돌려 이들에 대한 사임 등기를 지난 7월21일 청주지법 음성등기소에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신씨가 발급한 인감 도장을 분실 신고하고, 인감 도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통상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사내이사가 법인 인감도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신씨로부터 인수금 166억원과 5억원을 받았음에도 질권 설정이 돼있다는 이유로 독단적으로 신씨를 해고한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
속은 곪았다

사임 등기 신청의 접수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신씨와 B씨, C씨를 강제 해임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단독으로 사내이사가 됐으므로 대표이사 자격도 자신에게 있다는 논리로 권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사임 의사가 없다고 재차 음성등기소에 신청했고, 지난 7월24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해임 등기는 각하 결정이 났다.

각하 결정이 났음에도 이 전 대표는 양도양수 계약 이전의 과거 주주명부를 이용해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받았고, 신씨 등에 대해 해임등기 신청을 재차 접수했다. 결국 이틀 뒤 음성등기소는 이 전 대표의 등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임 등기가 이뤄졌다.

신씨 등의 해임이 이뤄짐과 동시에 대표이사와 이사에는 김모씨와 사내이사 심모씨가 등재됐다. 심씨는 M&A 업계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경제 사범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씨 측은 이 전 대표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도양수 계약을 근거로 A사는 166억원을 서보산업에 납입했고,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신씨의 귀책 사유는 투자금을 질권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등기소가 계약 해제나 사임을 결정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만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을 두고, 그가 음성등기소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피고소인이 된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심씨는 위법한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출된 이사 내지 감사로 등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 측은 또 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한 법무법인 민주의 박모 공증 담당 변호사도 고소한 상태다.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행위로 회사를 찬탈하기 위해 허위의 주주명부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의사록을 작성한 것인데, 공증 사무실조차 이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서류를 믿고 공증했다는 것이다.

퇴직금
먹튀 논란

또 이 전 대표의 주도하에 서보산업에 새롭게 취임한 김 대표는 신씨가 납입한 166억원의 통장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신씨 측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사내이사 심씨는 “먼저 서보산업의 알루미늄 폼 500톤을 담보로 줄 테니 5억원을 빌려달라”고 협상을 요구했다.


신씨 측이 166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5억원을 빌려주자, 166억원을 돌려줬다. 현재 서보산업의 재산 대부분은 채권자 30여명이 빚을 돌려받기 위해 압류한 상태다. 심씨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500톤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서보산업은 52억원대 미납 대금으로 협력사 중앙알칸과 분쟁 중이다. 중앙알칸은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자재를 반환하지 않았다며 유체동산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앙알칸이 서보산업에 납품한 제품 대금은 총 52억5728만9630원에 달한다.

이 중 외상매출금 잔액 35억7256만3321원과 발급 어음 잔액 16억8472만6309원이 미결제 상태다.

납품 및 미납 현황으로는 ▲2025년 3월 6억7956만7350원 ▲2025년 2월 9억5294만4410원 ▲2025년 1월 5억877만9800원 ▲2024년 12월 6억3962만7230원 ▲2024년 11월 4억8735만6100원 ▲2024년 10월 6억7623만280원 ▲2024년 9월 6억6210만4300원 ▲2024년 8월 5억9533만3200원 ▲2024년 7월 8억1109만7815원이다. 

양측은 2025년 7월17일, 서보산업의 미납 대금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재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중앙알칸에 미납 대금 대신 알루미늄 거푸집 3227톤을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알칸 측 주장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합의된 기한까지 알루미늄 3227톤을 인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5년 8월 초,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을 화물트럭에 싣고 반출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중앙알칸은 이를 확인하고 8월7일 서보산업 현재 대표이사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알루미늄 반출을 막고자 했다. 


“166억 인수금? 5억 더 주면 돌려줄게”
채무불이행 52억, 사문서위조로 고소

서보산업 경영진이 채무를 불이행한 채 현금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보산업 부지에서 화물 트럭 여러 대가 알루미늄 자재를 적재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중앙알칸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서보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알루미늄 거푸집을 외부로 반출하려 한다”며 “채권자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점유권을 인도하고, 그 외 자재를 무단 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산이 반출될 경우 미납 대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충북 음성 지역 주요 제조업체 간의 분쟁으로, 판결 결과에 따라 지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 여부는 알루미늄 자재가 중앙알간의 담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법원이 보전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서보산업의 자산 이동이 당분간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산업에 166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A사는 “우리 측은 적법하게 주식을 인수했고, 명의 개서도 마쳤다”며 “계약 해지나 법원 판결 없이 기존 주주의 지위가 부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 심씨와 이 전 대표 등이 주도한 임시주주총회는 실질적 주주가 아닌 자들이 소집하고 진행한 불법 회의”라며, “허위 주주명부로 회사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사 측은 이번 사건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채권자에게 5억원을 빌린 심씨의 도주 우려도 제기됐다. 고소장에는 심씨가 현재 다수의 수사 사건에 연루돼있으며, 최근 “자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는 첩보가 접수됐다고도 언급됐다.

A사 측은 수사 당국에 출국금지 등 긴급 조치를 요청하며, 도주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경영권
중대한 범죄”

이번 사건은 음성경찰서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허위 주주총회 소집과 초고속 등기 처리 과정에서 등기소 내부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A사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중대한 범죄”라며 “관계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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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