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 조리사 쓰는 이유

‘밥맛? 몰라!’ 자격증만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요양병원에서 적용하는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식사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조리사가 아닌 조리원과 영양사가 업무를 떠안고, 이 때문에 환자 식사와 위생 관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환자의 식사 질과 위생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집단 급식소 운영이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만큼, 자격을 갖춘 조리사를 일정 규모 이상 채용한 의료기관에 추가 수가를 지급해 인력 확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돈 때문에?

현행 제도는 환자 식대에 붙는 기본 수가에 ‘가산’을 얹어주는 구조다. 일정 인원 이상의 조리사를 채용하면 병원은 그만큼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병원들은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확보해야만 추가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형식적 채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조리사 채용이 실제 조리 능력이나 위생 관리 역량과 무관하게, ‘자격증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영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실제 업무 환경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병원은 수가 가산 확보를 위해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하지만, 채용된 인력이 현장에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는 지적이다.


5년차 영양사 A씨는 “조리사라고 해서 다 조리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부는 설거지는 하지 않겠다, 쌀이 무거워서 밥은 못한다, 배식은 조리원이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업무를 피한다”고 토로했다. 또 “돈가스는 튀기지만 써는 건 조리원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기도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조리와 위생 관리의 상당 부분은 조리원과 영양사에게 전가된다. A씨는 “오히려 조리원 인력 중 더 성실하고 위생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가 무책임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영양사 역시 본래의 전문 업무인 영양 관리, 식단 관리, 위생 점검에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인력 충원과 업무 조율에 매달리느라 하루 대부분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산 수가만 보고 우선 채용
환자들 식사 품질 저하 우려

요양병원 조리 인력이 처해진 상황은 전형적인 저임금·고강도 노동 환경에 속한다. 주말·공휴일에도 근무가 이어지고, 조리실 환경도 열악하다. 이 때문에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라도 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사 자격증을 딴 뒤 현장에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병원은 하루 세 끼, 수십 명에서 수백 명 환자 식사 분량을 동시에 준비하는 대량 조리를 해야 한다. 환자가 먹을 음식이니 위생 절차도 까다롭고, 반복 노동강도가 높아 장기간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자격증 취득은 쉬운 편이지만, 실무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조리원 인력난도 마찬가지다. 조리원은 법적으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지만, 음식 손질·조리 보조·배식·설거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낮고 업무 강도는 높아 지원자가 적다. 특히 지방의 중소 요양병원일수록 조리원 충원이 어려워, 기존 인력의 피로도가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씨는 “(채용돼) 들어온 조리사조차도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사람이 항상 부족하다”며 “영양사가 식단 관리보다 사람 채우는 데 더 신경 쓰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현장은 점점 지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환자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떨어지고, 위생 관리도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능력·무책임자 많아”
업무는 조리원·영양사 몫

A씨는 “수가를 받으려는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하지만, 환자 식사 품질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실제로 영양사가 관리하지 않으면 위생은 금세 엉망이 된다”고 토로했다.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환자 식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는 자격증 취득 과정과 실제 병원 조리실 업무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조리사 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법’에 근거한 국가 자격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은 비교적 단기간의 학원 수강과 시험 준비로도 취득이 가능하다. 조리 기능 평가와 이론 시험을 거쳐 합격하면 곧바로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현장 실무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량 조리와 위생 관리가 필수인 병원 급식 업무와는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현장 적응을 못하거나 업무를 기피하는 점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라고 해도 병원 특수식, 다수 환자 대상의 대량 급식, 철저한 위생 관리 절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병원은 가산 수가를 위해 채용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들이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의 전제가 “자격증을 갖추면 곧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격증 보유 여부가 현장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유명무실

그 결과 병원은 수가 가산을 위한 형식적 채용을 반복하고, 이에 따라 조리사·조리원 간 업무 불균형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환자 식사의 질과 위생 관리라는 제도의 본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식적 조리사 채용 위법


과거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실제로 영양사와 조리사를 관리·감독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근로계약만 맺고 식대 가산을 청구한 사례에 대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가산금 제도의 본래 취지는 전문 인력을 상근으로 고용해 환자 식사의 질과 위생을 높이는 데 있다”며, 단순히 계약서상 명목만으로는 가산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당시 사건에서는 한 병원이 외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고 급식 업무를 사실상 맡긴 뒤, 해당 인력을 자사 소속으로 기재해 식대 가산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환자 식사를 책임지는 인력을 실제로 고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꾸민 행위”라고 판단했고, 해당 병원의 가산 청구는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영양사·조리사의 채용 과정, 식단 작성과 식자재 검수, 위생 관리 등에서 병원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무를 타 기관이나 외부 위탁업체가 맡고 병원이 형식적으로만 인력을 둔 경우라면, 가산금을 청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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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