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누명 벗고 돌아온 김건모

6년 만에 무대 오르는 ‘가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김건모가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무려 6년 만의 복귀다. 그간 성폭행 의혹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된 그는 무혐의 처분에도 지난 6년간 꽁꽁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김건모는 마침내 용기 내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러 무대에 선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이 시작된 건 2019년 12월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운영하던 강용석과 김세의는 가수 김건모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직접 메일을 보내와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거짓된 미투
실추된 명예

피해 여성의 진술에 따르면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김건모가 그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뒤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강용석은 “피해 여성이 직접 가게 내부 구조를 그려 줬고, 김건모가 당시 입고 있던 의상은 7부 길이 배트맨 티셔츠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세연 측은 “구체적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즉시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월요일(12월9일)에 고소장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건모 소속사 건음기획은 같은 날 “본인 확인 결과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2월9일, 강용석 변호사는 피해 여성 A씨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2016년 8월 김건모가 술집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는 피해 사실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한 뒤, 사건 발생 장소와 관계인 주거지 등을 고려해 강남경찰서에 수사 지휘를 내렸다.

김건모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소속사는 12월13일 입장문을 내고 “김건모는 피해 사실조차 전혀 모른다”며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거짓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맞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건음기획은 A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입장문에서 김건모 측은 “진실된 미투는 보장돼야 하지만 거짓 미투와 미투 피싱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정했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곧 방송과 공연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제작진은 당시 고정 출연하던 김건모의 분량을 편집하거나 촬영을 취소했다. 논란 이후의 방영분부터는 김건모 모친의 출연 분량까지 편집됐고, 프로그램의 오프닝·엔딩 음악으로 사용되던 김건모의 곡 ‘My Son’도 교체됐다.

MBC 에브리원의 <비디오스타>에서도 김건모 예비 처남 장희웅이 출연해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부분은 통편집됐다. 25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도 타격을 받았다.

인천 공연 이후 부산, 광주, 수원, 대구, 서울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던 공연은 예매 티켓 환불이 잇따르면서 전면 취소됐다. 주관사 아이스타미디어는 “최근 발생한 아티스트 측 이슈로 전국 투어 일정을 취소한다”며 전액 환불 조치를 안내했다.

이후 가세연은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B씨의 사례를 공개했다. B씨는 2007년 1월10일 강남 테헤란로의 한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쟁 끝에 김건모가 욕설을 하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과 복부를 때려 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성폭행 의혹 무혐의 처분
2019년 중지한 활동 재개

그가 병원에서 안와상·코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는 의무기록 사본도 공개됐다. 당시 업소 관계자가 가세연 인터뷰에 등장해 “피해자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나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반론도 나왔다. 2020년 1월, 유튜브 채널 ‘이진호의 기자싱카’에서는 또 다른 인터뷰를 공개하며 당시 상황이 가세연 주장과 달랐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서 제3의 인물과 피해자로 지목된 다른 종업원은 “실제 폭행의 시작은 B씨였고, 김건모는 말리는 과정에서 휘말렸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B씨 측이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900만~1000만원가량을 건넸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성폭행 의혹의 핵심 단서로 언급된 ‘배트맨 티셔츠’ 역시 논란이 됐다. 피해 여성은 당시 김건모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티셔츠 제작자는 “해당 제품은 2016년 12월부터 제작된 한정판으로, 피해자가 주장한 2016년 8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작자는 “김건모를 위해 특별 제작한 제품이며, 첫 착용 시점도 2016년 12월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2020년 1월15일, 김건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약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차량 GPS 기록 등을 분석했지만, 피해자 진술 외에는 직접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20년 3월, 경찰은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모가 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을 상대로 제기했던 명예훼손 고소는 2020년 5월 취하됐다. 반면, 김건모의 무고 고소 건은 경찰이 “무고죄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려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2021년 11월18일, 검찰은 김건모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인 행위 부분에서 모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는 점 때문이었다.

피해 여성은 이에 반발해 항고했으나 2022년 6월 기각됐다. 이어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지만 2022년 11월4일에도 기각됐다. 이로써 김건모는 성폭행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정당하며, 달리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90년대
아이콘

김건모 측은 “혐의를 벗는 데 고통스럽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수사 과정에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건모 성폭행 의혹은 2019년 12월 가세연의 폭로로 시작해 2022년 11월 최종 무혐의 확정까지 약 3년에 걸쳐 이어졌다. 김건모는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이후 방송과 공연에서 사실상 퇴출됐고, 수십억원의 금전적 손해와 명예훼손을 겪었다.


김건모가 성폭행 무혐의를 받자 대중들은 “명예가 크게 실추돼 잃은 것이 너무도 많다”는 반응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건모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음악가로서의 명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김건모는 199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가수로 꼽힌다.

데뷔 직후부터 독특한 음색과 폭넓은 장르 소화력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국민 가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음반 판매량과 방송 출연, 각종 시상식에서의 기록은 당시 한국 가요계의 절대적인 입지를 보여준다.

김건모는 1992년 1집 앨범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서울예술대 국악과 출신으로, 군 복무 시절 해군 홍보단에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며 실력을 다졌던 그는 프로듀서 김창환과의 인연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틀곡은 라디오와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후속곡 ‘첫인상’은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에 오르며 골든컵을 수상했다. 1집은 약 70만장이 판매되며 신인으로서는 큰 성과를 거뒀고, 방송 3사 신인상과 10대 가수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렸다.

김건모는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서 흔치 않았던 재즈·소울 기반의 음악을 보여줬다. 여기에 레게와 힙합 리듬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1993년 말 발표된 2집 <핑계>는 김건모의 입지를 노래 잘하는 ‘인기 가수’에서 ‘국민 가수’로 끌어올린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핑계’는 레게 리듬을 도입한 댄스곡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길거리 불법 테이프 판매점에서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히트를 쳤고, 다수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후속곡 ‘혼자만의 사랑’은 발라드를 소화하는 그의 역량을 보여줬다. 김건모표 발라드는 이후에도 꾸준히 호평을 받았다. 2집은 약 18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1994년 음반 판매량 전체 1위를 차지했고, 그해 방송 3사 연말 가요대상,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다 판매
기네스북 등재

당시 5대 가요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가수는 김건모가 최초였다.

1995년 2월 발매된 3집 타이틀곡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의 대표곡이 됐다. 빠른 비트와 랩, 고음이 결합된 곡은 유로비트 기반의 하우스 음악을 국내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곡은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 SBS <TV가요20> 6주 연속 1위,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2주 연속 1위 등 각종 방송 차트를 석권했다.

3집 앨범은 약 286만장이 판매돼 당시 대한민국 음반 역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였다. 이는 현재까지도 한국 가요사에서 손꼽히는 판매량이다. 3집에는 ‘아름다운 이별’ ‘너에게’ ‘드라마’ ‘넌 친구? 난 연인!’ 등 히트곡이 다수 수록되어 음반 전반의 완성도가 높았다.

3집 활동 이후 김건모는 홀로서기를 택했다. 1996년 발표한 4집 <Exchange>에서는 타이틀곡 ‘스피드’가 인기를 얻었고, 16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997년 5집 <Myself>에서는 ‘사랑이 떠나가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이 사랑받았고, 1999년 6집 <Growing >은 대중적 흥행은 다소 저조했지만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높게 평가됐다. 이 시기 김건모는 자작곡을 늘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2001년 발표한 7집 <Another Days...>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김건모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타이틀곡 ‘미안해요’ 코믹 댄스곡 ‘짱가’ 리메이크곡 ‘빗속의 여인’ 등이 모두 히트했고, 앨범 판매량은 143만장에 달했다. 김건모는 서울가요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다시 정점에 섰다.

2003년 8집 <History>에서는 발라드 ‘청첩장’ 자전적 곡 ‘My Son’ 코믹송 ‘제비’ 등이 발표됐다. 앨범은 53만장 이상 판매되어 그해 국내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김건모의 8집은 대한민국 음반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하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앨범으로 평가된다.

2005년 발표한 9집 <잔소리>와 2006년 10집 <Soul Tree>는 대중적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않았지만, 평단에서는 김건모의 음악적 색채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10집 타이틀곡 ‘서울의 달’은 시간이 흐른 뒤 재평가받으며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원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김건모는 이 곡을 공연에서 즐겨 부르며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건모는 특유의 까랑까랑하면서도 간드러지는 보컬과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재즈, 소울, 레게,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한국 대중가요에 접목시켰으며, 무대에서 보여주는 라이브 실력도 동시대 가수들과 견주어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음악 한순간도 놓은 적 없어”
깜짝 복귀에 콘서트 전석 매진

그는 서울예대 재학 당시 ‘천재’로 불릴 정도로 작곡·편곡·피아노 실력까지 겸비한 뮤지션이었다.

199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김건모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1994년 한 해 동안 방송 3사 연말 가요제,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 등 5대 시상식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가수다. 또 1994년, 1995년, 2003년 세 차례 음반 판매량 연간 1위를 기록했다.

‘핑계’ ‘잘못된 만남’ ‘아름다운 이별’ ‘스피드’ ‘청첩장’ ‘서울의 달’ 등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히트곡이다. 윤일상 작곡가는 저서에서 “조용필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적 역량을 가진 가수”라고 김건모를 평가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김건모는 방송 출연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0년대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파일럿 방송부터 원년 멤버로 합류한 그는 ‘철없는 형’ 캐릭터와 어머니 이선미 여사의 솔직한 입담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횟집 어항을 집에 들여놓거나 5시간 넘게 대왕 김밥을 만드는 장면 등은 프로그램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히 어머니 이선미 여사가 서장훈과 주고받던 직설적인 대화는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김건모는 예능 활동을 통해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며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다.

긴 공백 끝에 김건모는 올해 9월부터 6년 만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며 가요계 복귀를 알렸다. 공연제작사 아이스타미디어컴퍼니는 “김건모가 부산 KBS홀을 시작으로 대구, 대전,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KIM GUN MO.’ 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건모의 전국 투어는 오는 27일 부산 KBS홀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 10월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팬들과 만날 예정이며, 12월2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도 무대를 이어간다. 투어의 마지막은 내년 1월 서울 공연으로 예정돼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예스24를 통해 오픈된 부산 공연 티켓은 전석 매진됐고, 대구와 대전 공연도 빠르게 판매되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공연 관계자는 “김건모는 오랜만의 무대인 만큼 세트 구성과 밴드 편성, 곡 순서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팬들에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건모는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음악만큼은 단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라고 덧붙였다.

공연 일정이 발표되자 팬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난다” “힘든 시간을 겪고도 팬들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이 이어졌고, 중장년층 팬들뿐 아니라 과거 히트곡으로 김건모를 접한 젊은 세대까지 티케팅에 동참했다.

오랜 기다림
팬들과 조우

방송인 박명수는 자신의 라디오에서 김건모의 대표곡을 직접 선곡하며 “개인적으로 건모 형 노래를 좋아한다. 다시 활동하신다니 반갑다”며 “‘서울의 달’ 같은 곡은 다시 무대에서 듣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건모 형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 꼭 라디오 쇼에 나와주셨으면 한다”며 섭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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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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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