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조국 미묘한 삼각관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1 10:44:30
  • 호수 1547호
  • 댓글 1개

물밑 신경전…벌써 대권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금관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노선과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민주 진영의 적자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여기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됐다. 혁신당은 지난달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을 최종 의결한 후 조 전 대표를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했다.

석방되고
논란부터

조 원장은 석방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석방 직후부터 특유의 활발한 SNS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석방됐던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식사’란 게시글이었다. 이 게시글엔 된장찌개가 끓는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조 원장의 가족이 함께 식사한 곳은 고급 한우전문점이었고, 된장찌개는 후식이었다. 조 원장에 대해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서민 코스프레’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싼 집에서 먹었으면,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다 가려놓고, 소박한 된장찌개만 게시해서 정말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저런 위선이 조국다운 것”이라면서 “입만 열면 진보를 언급하면서, 누구보다 기득권과 특권의 삶을 살아온 조국”이란 게시글을 올렸다.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우 고기를 다 먹고, 후식 된장말이밥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가족을 조용히 시킨 후 된장찌개를 촬영해 올린 이가 그 유명한 ‘조국의 적은 조국’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하게 극우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세대·성별이 2030 남성이기 때문에, 이 발언도 곧바로 논란이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탈은 편향된 젠더 정책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위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2030 남성을 극우로 몰아세워 자신의 실패를 덮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300여차례 묵비권을 행사해 국민을 기만하던 조 원장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광폭 행보 “정통성 내게 있다”
금관 쓴 사진으로 속내 드러낸 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2030 청년과 70대 어르신 모두 우리 국민이니, 나눠서 공격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게 사과의 시작”이란 게시글을 올려 조 원장을 비판했다.


조 원장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원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성찰하고, 겸허히 때를 기다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 같은 비판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된장찌개 논란에 대해선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반박했다. 이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엔 부산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되진 않았다”며 “2030의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있다고 본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나 고민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의 행보는 SNS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그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사람은 극장을 방문해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함께 관람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소 방명록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란 소감을 남겼다.

이 행보들은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대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나눠 갖는 행보는 결국 “민주 진영의 정통성은 내게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통성을 챙기는 행보는 곧 “이 대통령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과 갈등하던 관계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일컬어 “그냥 싫다. 생각하는 자체가 싫다”며 “분란을 만들어서 도와주기 싫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묘한 기류

지난 2023년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볼링을 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검찰 독재정권을 향해 스트라이크”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의 당선 후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해산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미묘한 관계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방문 도중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미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천마총 금관을 감상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대표 맞은편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가 마치 금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듯한 사진이 촬영됐다.

정 대표는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게시글을 봤다. 이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있는데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거나 “이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비중과 관련된 각종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고,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했다. 당선 직후의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고, 외부 방송인이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된 상황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특이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 그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연정에 가깝게 시정을 운영했단 것이었다.


“안미경중
못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미희 시장 후보와 단일화한 후 시장에 당선됐고,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수위원회엔 김 후보가 소속됐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참여했다. 성남시 청소 용역 업무도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정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 당선 이후 김씨에 대해선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접점이 없는 조 원장·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조 원장은 곧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그 뒷감당은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진행한 한일·한미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가 갈등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 주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침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운동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23년 6월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선전 행사에 참석한 후 “티베트 인권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을 하자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이 친중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에선 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발표문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가 담겼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한일·한미일 협력 인식 공유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 기틀 마련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관련 협력 지속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면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성공적 정상회담 계기
민주당과 다른 길 가능성

그러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 주시길 기대한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맞는 덕담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이 과거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을 취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책이 중국 견제 방향으로 명확해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기본 정책과 어긋나게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발언 후 곧바로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우리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 붙기 시작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엔 ▲이라크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친미 노선을 걸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게 내부 투쟁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패해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 대표 당선과 조 원장의 행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명한 외교 노선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센 시기는 취임 직후가 아니라 취임 이전 당선인 시절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는 지난 6월 더 파워풀 콘서트를 개최해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1만 이상의 인파를 집결시켰다.

일련의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위력 시위를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씨·정 대표·조 원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비주류를 상기시키면서 ‘군기 잡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조 원장에게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민주당·혁신당이 합당해서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한다”며 “찬반이 있지만, 합당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적자 쟁탈

하지만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자 합당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합당론은 ‘민주 진영 적자’ 자격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정 대표·조 원장의 삼각관계는 현 정부의 적통은 누구고, 진짜 실력자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미묘한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와 조 원장의 언행을 놓고 벌써 차기가 거론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 사람 모두 “내가 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진짜 적자는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