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조국 미묘한 삼각관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1 10:44:30
  • 호수 1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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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신경전…벌써 대권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금관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노선과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민주 진영의 적자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여기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됐다. 혁신당은 지난달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을 최종 의결한 후 조 전 대표를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했다.

석방되고
논란부터

조 원장은 석방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석방 직후부터 특유의 활발한 SNS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석방됐던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식사’란 게시글이었다. 이 게시글엔 된장찌개가 끓는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조 원장의 가족이 함께 식사한 곳은 고급 한우전문점이었고, 된장찌개는 후식이었다. 조 원장에 대해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서민 코스프레’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싼 집에서 먹었으면,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다 가려놓고, 소박한 된장찌개만 게시해서 정말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저런 위선이 조국다운 것”이라면서 “입만 열면 진보를 언급하면서, 누구보다 기득권과 특권의 삶을 살아온 조국”이란 게시글을 올렸다.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우 고기를 다 먹고, 후식 된장말이밥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가족을 조용히 시킨 후 된장찌개를 촬영해 올린 이가 그 유명한 ‘조국의 적은 조국’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하게 극우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세대·성별이 2030 남성이기 때문에, 이 발언도 곧바로 논란이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탈은 편향된 젠더 정책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위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2030 남성을 극우로 몰아세워 자신의 실패를 덮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300여차례 묵비권을 행사해 국민을 기만하던 조 원장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광폭 행보 “정통성 내게 있다”
금관 쓴 사진으로 속내 드러낸 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2030 청년과 70대 어르신 모두 우리 국민이니, 나눠서 공격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게 사과의 시작”이란 게시글을 올려 조 원장을 비판했다.


조 원장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원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성찰하고, 겸허히 때를 기다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 같은 비판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된장찌개 논란에 대해선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반박했다. 이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엔 부산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되진 않았다”며 “2030의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있다고 본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나 고민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의 행보는 SNS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그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사람은 극장을 방문해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함께 관람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소 방명록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란 소감을 남겼다.

이 행보들은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대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나눠 갖는 행보는 결국 “민주 진영의 정통성은 내게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통성을 챙기는 행보는 곧 “이 대통령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과 갈등하던 관계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일컬어 “그냥 싫다. 생각하는 자체가 싫다”며 “분란을 만들어서 도와주기 싫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묘한 기류

지난 2023년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볼링을 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검찰 독재정권을 향해 스트라이크”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의 당선 후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해산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미묘한 관계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방문 도중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미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천마총 금관을 감상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대표 맞은편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가 마치 금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듯한 사진이 촬영됐다.

정 대표는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게시글을 봤다. 이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있는데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거나 “이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비중과 관련된 각종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고,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했다. 당선 직후의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고, 외부 방송인이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된 상황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특이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 그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연정에 가깝게 시정을 운영했단 것이었다.


“안미경중
못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미희 시장 후보와 단일화한 후 시장에 당선됐고,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수위원회엔 김 후보가 소속됐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참여했다. 성남시 청소 용역 업무도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정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 당선 이후 김씨에 대해선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접점이 없는 조 원장·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조 원장은 곧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그 뒷감당은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진행한 한일·한미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가 갈등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 주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침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운동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23년 6월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선전 행사에 참석한 후 “티베트 인권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을 하자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이 친중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에선 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발표문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가 담겼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한일·한미일 협력 인식 공유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 기틀 마련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관련 협력 지속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면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성공적 정상회담 계기
민주당과 다른 길 가능성

그러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 주시길 기대한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맞는 덕담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이 과거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을 취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책이 중국 견제 방향으로 명확해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기본 정책과 어긋나게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발언 후 곧바로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우리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 붙기 시작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엔 ▲이라크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친미 노선을 걸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게 내부 투쟁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패해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 대표 당선과 조 원장의 행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명한 외교 노선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센 시기는 취임 직후가 아니라 취임 이전 당선인 시절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는 지난 6월 더 파워풀 콘서트를 개최해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1만 이상의 인파를 집결시켰다.

일련의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위력 시위를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씨·정 대표·조 원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비주류를 상기시키면서 ‘군기 잡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조 원장에게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민주당·혁신당이 합당해서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한다”며 “찬반이 있지만, 합당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적자 쟁탈

하지만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자 합당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합당론은 ‘민주 진영 적자’ 자격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정 대표·조 원장의 삼각관계는 현 정부의 적통은 누구고, 진짜 실력자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미묘한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와 조 원장의 언행을 놓고 벌써 차기가 거론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 사람 모두 “내가 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진짜 적자는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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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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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