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 출시 임박⋯국내 비만약 시장 경쟁 본격화?

오는 8월 중순 출시 예정
위고비보다 전 지표서↑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한국릴리가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독주 체제를 이어온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강력한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인 ‘마운자로 프리필드펜주’ 2.5·5mg 제품을 이달 중순 선보일 계획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셋째 주(오는 18~22일)이 유력하며, 고용량 제형도 순차적으로 낼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는 세계 최초로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로, GLP-1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와 기전에서 차이가 있다.

GLP-1 수용체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식욕을 낮추고 위의 음식물 배출을 지연시켜 혈당을 낮춘다. GIP 수용체는 혈당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지방조직과 중추신경계에서 대사를 조절해 에너지 균형을 맞춘다.

앞서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지난 5월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72주간 진행된 임상실험에서 마운자로 투여군의 평균 체중이 감소율은 20.2%(22.8kg)로, 위고비의 13.7%(15.0kg)보다 감량 폭이 컸다. 체중을 25% 이상 줄인 환자 비율도 마운자로는 약 32%로, 위고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부작용 유형은 췌장염, 저혈당 등 두 약 모두 유사했으나, 메스꺼움 등 위장 증상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마운자로가 2.7%로 위고비(5.6%)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선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당뇨·비만 치료제 시장은 삭센다와 위고비를 출시한 노보노디스크가 독점해왔으나, 마운자로의 등장으로 점유율 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국에선 마운자로가 53.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위고비(46.1%)를 앞질렀다.

가격 경쟁력도 주목된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초기 투입용량인 2.5mg의 공급가를 위고비보다 약 25% 낮게 책정했다. 용량별 가격은 ▲2.5mg 27만8066원 ▲5mg 36만9307원 ▲7.5mg과 10mg은 각각 52만1377원이다.

같은 투입 단계인 위고비 0.25mg의 공급가는 약 37만2000원으로, 초기 투여 단계에서 마운자로가 더 저렴하다. 다만 고용량 제형은 위고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제품의 전반적인 가치와 제품의 효능 및 안전성 프로파일, 각국의 시장 및 규제 환경을 고려해 책정했다”며 “다만 비급여 약제의 경우 시장 자율 가격이 적용되므로,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상이해 일정한 약가 수준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들의 비만약 사용 부담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 등 GLP-1 계열의 비만약 특허가 만료돼 최대 70% 저렴한 복제약이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대형 제약사인 닥터 레디스(Dr. Reddy’s)는 지난달 23일,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는 오는 2026년부터 복제약을 87개국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제약사 산도스(Sandoz)도 내년부터 캐나다에서 기존 대비 60~70% 낮은 가격의 GLP-1 계열 비만약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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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