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 둥지 찾은 손흥민

‘쏘니’로 도배된 스포츠 천국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벗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10년 동안 북런던을 홈으로 삼았던 그는 이제 새로운 무대에서의 도전을 시작한다. 양 구단의 공식 발표와 함께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는 작별 인사를 전했고, 토트넘 역시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남긴 족적을 상세히 조명하며 이별을 알렸다.
 

LAFC(로스앤젤레스 FC)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토트넘으로부터 손흥민을 완전 영입했다”며 “그는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이며, 토트넘에서의 10년 활약을 뒤로하고 LAFC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LAFC와 2027년까지 계약을 맺었으며, 2028년까지 연장 옵션을 포함했다. 추가로 2029년 6월까지 연장 가능한 조건이 있다.

2029년 6월
연장 가능

구단은 손흥민을 MLS의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지정 선수는 샐러리캡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연봉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손흥민은 LAFC의 국제 선수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하며, 향후 P-1 비자와 국제 이적 증명서(ITC) 발급이 완료되는 대로 공식 출전이 가능하다.

손흥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스포츠 도시 중 하나인 LA에서, 큰 야망을 가진 LAFC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LA는 수많은 챔피언의 역사를 지닌 도시이고, 저는 그다음 장을 함께 써 내려가기 위해 왔다”며 “MLS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이 구단과 도시, 팬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LAFC의 공식 입단 기자회견은 현지 시간 지난 6일 오후 2시,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BMO 스타디움에서 진행됐다. 손흥민은 자신의 입단 과정에 대해 “꿈이 현실이 됐다”며 “이곳이 처음에는 제 선택지가 아니었지만, 시즌이 끝나고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곳이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특히 베넷 로즌솔 공동 구단주와의 대화가 자신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로즌솔 구단주와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LAFC는 손흥민의 입단을 기념해 홈구장 BMO 스타디움 전광판에 ‘Welcome Son Heung-min’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손흥민은 경기장을 찾아 팬들과 직접 만났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손흥민이 LAFC 관계자들과 함께 관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고, 관중들은 큰 환호로 환영했다.

손흥민은 미국행을 위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으며, 도착 직후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스컵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새로운 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적 발표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의 미국행에 대한 추측이 이어졌고, 구단은 보도자료와 생중계 예고를 통해 공식 발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이날 입단 기자회견에는 LA 시장 캐런 배스와 김영완 주 LA 총영사를 비롯해 다양한 현지 인사들이 참석해 손흥민의 입단에 대한 기대를 보여줬다. LAFC의 존 소링턴 회장은 손흥민을 “세계적인 아이콘이며 세계 축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고, “그의 열정과 인성은 구단의 가치와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베넷 로즌솔 공동 구단주는 “손흥민을 LAFC와 우리 도시로 데려오는 것은 몇 년간 우리의 꿈이었다”며 “쏘니라는 ‘선수’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있다”고 밝혔다.

10년 토트넘 떠나 LAFC 새출발
PL 최고 선수와 아름다운 이별


토트넘 훗스퍼(이하 토트넘)도 같은 날 손흥민의 이적을 공식화했다. 홈페이지에는 “쏘니가 MLS의 LAFC로 떠났다”는 문구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 고맙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습니다”라는 작별 메시지가 게시됐다.

손흥민은 작별 인사에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며 “토트넘을 떠나기로 한 이번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좋은 상황에서 떠나는 것이 팀을 위해서도 옳다고 생각했다”며 “토트넘에서의 10년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손흥민은 팬들에게 “트로피를 너무 늦게 보내드려 죄송한 마음도 크다. 그래도 팬들의 사랑 덕분에 열심히 달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응원하고, 늘 제 가슴속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사 말미에는 “지금은 울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웃는 얼굴로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홈페이지에는 손흥민이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인터뷰 영상,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포함된 사진 자료들이 게시됐다. 작별 인터뷰 영상에서 손흥민은 “팬들의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처음 북런던에 왔을 때는 영어도 못 하고 긴장했지만, 환영해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을 맡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우승을 안기겠다는 꿈은 늘 있었다”며 “모든 사진을 간직해 달라. 여러분은 항상 제 사진 안에 있다”고 인사했다.

눈물 흘린
영국 팬들

토트넘이 게시한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손흥민이 “영원한 것은 없다. 어릴 때 이곳에 왔지만 어른이 되어 떠나는 이 순간은 정말 특별하다. 토트넘 가족은 제 이름을 기억할 것이고, 그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힘든 환경에서 자랐지만 축구를 통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다. 부모님께서 ‘축구선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하셨다. 제가 받은 사랑을 되돌리는 것이 제 방식”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응원한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기뻤고, 여기서 이룬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퍼레이드의 그 날, 팬들의 미소와 눈물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말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아이콘, 손흥민 10년, 20컷’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2015년 입단 당시부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8월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경기까지의 장면이 담겼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독일 레버쿠젠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FC로 이적했다. 계약 당시 이적료는 약 2200만 파운드(한화 약 400억원)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액이었다. 이적 직후 손흥민은 등 번호 7번을 배정받았고, 같은 해 9월13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 시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잦은 부상과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 출전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에는 독일 복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팀에 남았고, 2016-2017시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처음이었다. 그해 시즌 전체로는 리그 14골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총 21골을 기록했고, 이로써 팀 내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손흥민은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꾸준히 이어갔고, 토트넘의 공격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토트넘의 새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완공된 뒤 열린 첫 공식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재건축을 마친 홈구장은 2019년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치른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처음 관중에게 공개됐다. 당시 토트넘은 약 5년에 걸쳐 구장을 새로 지으며 기존 화이트 하트 레인을 없애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6만석 규모의 최신식 경기장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후반 10분, 수비수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잡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이전까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도 인상적인 득점력을 보여줬지만, 구단의 새로운 터전에서도 첫 골을 넣으며 중심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손흥민의 득점 이후 분위기를 탄 토트넘은 경기 막판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고, 손흥민은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와 접전을 펼쳤다. 손흥민은 1차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고, 이어진 2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전반 7분과 10분에 연속골을 터뜨리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팀은 이날 경기에서 3-4로 패했지만, 두 경기 합계 4-4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토트넘이 4강에 진출했다.

다시 보는
대기록들

이때 아시아 선수로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손흥민의 누적 득점도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4강에서는 아약스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는 리버풀에 0-2로 패했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팀 내 최다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고군 분투했으나, 우승은 불발됐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팀 동료와 리버풀 선수들의 위로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2021-2022시즌에는 35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두 선수 중 유일하게 페널티킥 득점 없이 모든 골을 필드골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득점이 더욱 조명받았다. 아시아 선수로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 시즌 손흥민은 토트넘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3년 여름, 오랜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손흥민은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뽑히게 됐다. 해리 케인과 오랫동안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추며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팀 내 최고참으로서 선수단 전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주장 완장을 처음 찬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력 면에서 흔들림 없이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꾸준한 출전과 득점, 도움을 기록했고, 경험이 부족한 후배 선수들과의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멘체스터 시티전 결승 등 수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2025년은 손흥민의 시즌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흥민은 지난 5월22일, 유럽 무대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UEFA 주관 대회 트로피 가운데 가장 무겁다고 알려진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얻으면서 그간의 무관의 한을 풀게 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꿈꾸던 순간이 현실이 됐다”며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UEFA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으로부터 직접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이후 SNS에 “챔피언! 토트넘 가자!”라는 글과 함께 트로피를 든 사진을 게시했다.

MLS 역대 최고 이적료
367억원에 2+2년 계약

이날 우승은 손흥민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경기이기도 했지만, 토트넘 구단에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했고,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유럽 클럽대항전 결승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기록을 세웠다.

비록 정규리그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 집중하며 시즌 마지막 무대에서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시즌 중 부상으로 한 달여간 공백기를 가졌지만, 결승전 복귀전에서 침착한 경기 운영과 팀플레이로 드디어 간절히 바라던 우승을 거두게 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10시즌을 뛰는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00골 이상을 넣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EFL컵 등 유럽 및 국내 주요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총 398경기에 출전해 160골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클럽 역대 통산 득점 순위에서 상위권에 해당하고, 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토트넘의 전설적인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또한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100호 골을 기록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시아 선수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으며, 유로파리그에서도 결정적인 골을 수차례 기록했다. 득점뿐 아니라 손흥민은 도움 부문에서도 꾸준한 기여를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도움 수는 50개를 넘겼으며, 이는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다 도움 기록으로, 단일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에도 손흥민의 이름이 있다. 특히 해리 케인과의 공격 조합은 프리미어리그 최다 합작 골 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손세이셔널’ ‘슈퍼 소닉’ ‘쏘니’ 등 별명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는 한편,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언론과 팬들도 손흥민을 지미 그리브스, 해리 케인, 글렌 호들 등 최고의 선수들과 나란히 언급하며, 토트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대되는
관중 몰이

한편, LAFC와 새로운 도전에 나선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최대 4년이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에서는 약 2650만 달러(한화 약 368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MLS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10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곳은 언제나 내 마음 속 고향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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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