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차명거래 논란으로 물러난 이춘석 의원의 후임으로 6선의 추미애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수하고 비상한 상황이므로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검찰개혁을 이끌어낼 역량을 지닌 추미애 의원에게 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 의원이 보좌진 명의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법사위 수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결정이다.
추 의원은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민주당 내 최다선 의원으로 20대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을 통해 검찰·사법개혁 과제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이력을 고려해 추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명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추미애 의원을 신속히 선출하겠다”며 “특수한 환경에는 특수한 조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신속하게 매듭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의원의 사퇴 직후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이춘석 위원장의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는 추미애 법사위원장 카드로 자신들만을 위한 ‘맘대로 독재 국가’의 최전선을 구축하려 한다”며 “(그 카드와 같은) 대국민 전쟁선포는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보여준 행태는 한마디로 무소불위 여당 맘대로였다”며 “민주당이 일말의 반성을 한다면 당연히 법사위원장 자리를 의회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에 따라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민주당 법사위원장이 대형 사고 쳤으면 의석을 앞세워 탈취해간 그 자리는 야당에 돌려줘야 마땅하다”며 “추 의원도 그동안 사고 많이 치신 분인데 민주당도 인물이 참 없나 보다”라고 직격했다.
같은 당 한지아 의원 역시 2012년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이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법사위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의 역할을 위해 야당이 맡는 것이 맞다”고 말한 기사 내용을 공유하며 “민주당의 논리라면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야당 몫이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또다시 새로운 법사위원장을 내정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되돌려 달라.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도둑질했다고 살인마에게, (그것도) 연쇄살인마인데 (법사위원장직을 넘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말 같지 않은 이야기이니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의원의 의혹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타인 명의 계좌로 보이는 주식거래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 언론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며 불거졌다. 거래 대상은 네이버, 카카오페이, LG CNS 등 1억원 규모의 종목으로, 계좌 명의는 보좌관인 차모 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 의원의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공정 무사하게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해당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휴가 중인 이 대통령이 해당 의혹에 대해 즉시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자본시장 개혁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악영향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 방문 당시에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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