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상흔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5 19:48: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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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자국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두툼한 외투를 여민 여대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율동기념음악관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잠시 평온한 캠퍼스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건물 뒤편의 그림자 아래에는 여전히 붉고 푸른 래커 자국이 선명하다.

동덕여대는 지난해부터 공학 전환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내부 갈등은 폭발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총장의 기습 발표가 뇌관이었다. 학생들의 반대가 컸음에도 학교는 2029년 공학 전환을 향해 방향을 굳혔다. 거리에 남은 건 공학 반대의 잔흔뿐이다. 이제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확정’이라는 한 줄이 운명을 대신하고 있다.

캠퍼스는 지금…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일 <일요시사> 취재진은 오후 3시에 예정됐던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에 참석하기 위해 동덕여대로 향했다. 그러다 1시50분경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동덕여대 2029년 남녀공학 전환’ 화면에 떠오른 제목은 계획된 발표를 앞질러 이미 내린 결론인 듯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2029년부터 대학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교문 앞을 서성이는 취재진과 마주한 A씨는 자신을 동덕여대 동문이라고 소개하면서 “교내 경비가 동문인 본인의 교내 출입을 저지했다”며 “나보고 경찰을 부른다고 했다”고 외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은 공론화위로부터 제출받은 최종 권고안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면서 “지난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해 대학의 담대한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학 전환 논란이 불거지며 동덕여대 내에 극단적인 시위 소동이 벌어지자 대학은 공론화위를 7월 출범시켰다. 김 총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위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로 이뤄질 것이며, 공학 전환에 대한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부터 외부 컨설팅 용역업체를 통해 중장기 발전 계획 연구와 공론화 과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대학 본부가 갑작스레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를 지난 3일에 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6월부터 외부 컨설팅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진행한 공학 전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대학은 또 지난달 26일부터 사설 경비업체를 통해 본관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동덕여대는 그동안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 왔는데, 오전·오후로 번갈아가며 경비를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내에는 긴장감이 조성됐다.

대학은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 ‘건물 래커 제거 행사’를 공지했으나, 위협성 글이 확인돼 잠정 연기했다. 이 행사는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참여가 가능했으며,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커피 쿠폰을 증정하고, 교내 마일리지를 준다는 혜택이 있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이 행사가 “학생 사회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총투표 앞두고 기습 발표
학생 반대 무릅쓰고 전환

교내 곳곳에는 학생들의 심정이 담긴 대자보가 잇따라 붙기 시작했다. 졸속으로 추진되는 공학 전환과 교내 경비 투입으로 불안감이 조성됐다는 의견 등 다양한 내용이었다. 정문 기둥에 부착된 가장 큰 대자보는 “래커 시위 복구 비용으로 대학이 학생에게 요구했던 54억원의 산정 근거와 논리적 구조를 밝히고 있지 않다. 학생을 향한 압박으로 느껴지는 행사를 취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은 이번 결정에 학교 구성원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20학번 B씨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공학 전환을) 이해할 거다. 다만 여대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과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이 미흡했고, 총장 직선제 등 투명한 재정 운영과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산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이날 총장 입장문 발표에 대해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조정을 요청해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학을 위해 학우들과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운위는 학교 측에 지난 3일부터 5일 오후 6시까지 이뤄지는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총투표’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동덕여대의 정관 변경을 허가하지 말고 공학 전환 추진 과정에 개입해달라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된 동덕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 공학 전환 타당성 분석 결과 발표회가 열리는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섰다. 이들은 동문과 학생의 의사 존중 없이 여대 존치를 무너뜨리고, 이해당사자를 포괄적으로 구성하지 않는 등 대학 본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김종분(국어국문학과 77학번) 동덕여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공학 전환 논란의 본질은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열악한 교육 환경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방향만 바꾸는 것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동덕여대 24학번 C씨는 “학교의 경쟁력을 이유로 공학 전환을 한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 그동안 제기됐던 사학 비리부터 우선 해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래커칠 시위와 고소 후…
본관 통제 및 동문 패싱

김 총장은 공학 발표문에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으나, 사실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의 다수 의견은 ‘여대 유지’였다. 지난 2일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논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생 2059명(71.3%, 최종조사 기준)은 여대 유지 의견을 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구성원 수가 3176명(학생 2889명, 교원 163명, 직원 124명)임을 따져보면, 응답자 3명 중 최소 2명이 여대 존치 의견을 낸 셈이 된다. 다만 대학은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가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했다.

중운위는 입장문을 통해 “115년간 이어져 온 여성고등교육기관인 동덕여대가 2029년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원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미래 발전이나 구성원 간 화합이라는 추상적 표현 뒤에 숨지 말아야 하며, 재학생들이 왜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5일, 대학의 발전을 논의하는 대학비전혁신추진단 2차 회의에서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대비해 남녀공학 전환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의 도중 나온 수의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이 확실해졌다는 소문은 빠르게 확산돼 며칠 뒤인 11월11일부터 2000여명의 반대 시위, 서명, 대자보와 총학생회의 반발을 낳았다.

대학 측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 결정된 건 없다”고 해명했으나, 총학생회 측은 공학 전환이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전환 시도의 철회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동덕여대 캠퍼스 교문 앞에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래커로 ‘공학 반대’ 등 문구를 칠하는 등 교내 시설을 훼손하고 수차례 농성까지 벌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총장의 임기 내 역할 수행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학교 측은 교내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학교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해당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 22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9월에 네 차례, 양일에 걸쳐 하루 두 차례씩 진행한 타운홀미팅에 김 총장은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성 대학의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자리에 의사결정권자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에 논란이 일었다.

한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김명애 총장보다 재단의 결정권이 더 크기 때문에 교수나 교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결정된 공학 전환에 대해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조속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횡령 혐의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4일, 김명애 총장을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교육과 무관한 법률 자문·소송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학교 측은 “대학 운영상 필요한 법률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성의당은 “총장이 횡령 혐의로 송치됐는데도 학교는 아무 조치 없이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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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