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 명의로 주식을 차명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6시간 만에 전격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서 사임했다.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명분이었지만,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정치권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이 의원이 휴대폰 화면을 보는 모습이 <더팩트>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사진에는 이 의원이 보좌관 명의의 계좌로 네이버, 카카오페이, LG CNS 등 1억원대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담겼다. 공직자윤리시스템상 이 의원이 신고한 재산에는 주식 내역이 전무했기에 의혹은 더욱 커졌다.
보도 직후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행위가 잘못임을 인정하면서도 차명거래 의혹 자체는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이 의원이 정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당 지도부도 이를 수용했다.
권향엽 대변인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정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신속한 탈당에도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미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계좌 명의자인 보좌관 차모씨도 방조 혐의로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여러 혐의를 제기하며 이 의원에 대한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 친여 성향의 진보당조차 “주식 차명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탈당을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장관은 “이춘석 의원은 탈당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불법 주식거래에 연루돼있으며 배후에 어떤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만약 차명 계좌를 통한 불법 이익편취가 계획적으로 이뤄진 거라면 이는 제2의 대장동·백현동 사건이라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는 이재명정권이나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에 불꽃이 튈 것”이라며 “이참에 실질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청렴, 도덕성, 부패와 관련된 부분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혀서 국회가 청렴도에 있어서는 상위에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들어가며 “진짜네. 가짜 뉴스인 줄 알았더니”라고 혼잣말을 했고, 다른 의원은 “실드(방어)가 어렵겠네”라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겼던 김상욱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으로 꼬리 끊기가 돼선 안 된다”며 철저한 수사와 국회 윤리위 징계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 시사>에 출연해 “다른 의원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은 법사위원장이 보좌관 명의로 차명거래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 잘못”이라며 “국민들께 참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지명한 김 원내대표의 인사 검증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지도부의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이재명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터져 더욱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시점에 법사위원장이 차명거래 의혹에 휩싸인 모습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중 잣대로 비치기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의원석 뒤쪽 높은 곳에서 취재하는 사진 기자들의 특수성 때문에 의원들의 휴대전화 화면이 자주 노출되곤 했다. 과거에도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 ‘조건 만남’ 검색, 심지어 ‘비키니 누드 사진’을 보는 장면 등이 카메라에 담겨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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