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한 이유

“전재수 후보자와 공개 토론” 제안
해수부 노조 “준비 부족한 껍데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정부세종청사 소재의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던 최민호 세종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선다.

최 시장은 1일 세종시청에서 시정 3년 성과와 향후 방향을 설명하면서 “오는 2일부터 사흘 정도 정부세종청사 내 해수부 정문 앞에서 ‘해수부 이전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를 비판하는 선정적인 문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해수부 부산 이전이 예상 외로 조속히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정부 부처의 위치를 옮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며 560만 충청도민뿐만 아니라 인천, 전북, 전남 등 해양 수산 관련 지역민과 국민들의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북극 항로 전진기지로 부산을 지목한 데 대해선 “북극 항로 개척에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선도적으로 달려드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일본, 중국 등”이라면서도 “그러나 주관 부처인 해양수산부, 환경부, 외교부 등은 다 각국 수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 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과 북극해를 따라 연결되며 아시아와 유럽 간 거리를 최대 40%까지 단축 가능한 새로운 해상 물류 항로로, 최근 북극 해빙이 줄면서 미래 물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6·3 대통령선거 기간 당내 경선 유세에서 “북극 항로 개척 등 미래산업 전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물류와 산업 중심의 해양 수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의 해양 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 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 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적 과업을 책임지는 세종시장으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다른 방안은 없는지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솔직하게 토론해 국민들이 충분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가에선 이 대통령이 당초 공약했던 바 있는 만큼 반대 의견이 나오더라도 실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이를 ‘국민 체감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하면서 이전론에 불을 붙였다.

이날 해수부는 ‘북극 항로 태스크포스(Task Force, 이하 TF)’를 꾸리기도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북극 항로 TF는 상업화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판단해 조선, 금융, 에너지, 제조업 등 관련 산업과 연계 효과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북극 항로 TF 관계자는 이날 “당장 북극 항로가 당장 상업화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항로 개발 거점 육성,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을 추진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해수부가 이를 구체화하면서 민간 전문가, 관계 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와 정부는 청사 이전으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과학기술원 등 부산 내 공공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책 수행에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광역시는 지난달 26일, ‘해수부 이전 지원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수부 이전이) 단순한 공간 이동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의 출발점이 되도록 힘을 쏟겠다”며 반겼다.

다만 이재명정부의 해수부 이전에 대한 반발 의견도 거세다.


해수부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 직원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속도와 형식만이 앞세워졌다”며 “해양 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명확한 정책 로드맵과 실행 가능한 예산, 정책을 뒷받침할 인력과 기능이 먼저 준비돼야 하는데, ‘신속히 이전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껍데기뿐인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위가 해수부에서 제시한 2029년 이전 계획을 질타한 데 대해) 북극 항로 개척과 해양 수도 추진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부산에 먼저 보내고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주 여건을 검토한 뒤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법이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해수부는 특정 지역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전에서 열린 6·25 전쟁 제75주년 행사에 참석해 “시민과 해수부 공무원들, 관계기관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야 하는데, 정권을 잡고 갑자기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것은 행정 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며 “졸속으로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해수부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내년 6월3일에 실시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해수부 이전에 대해 “지금 정부의 인사와 전반적인 정책을 봤을 때 대통령의 머릿속 최우선 순위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읽힌다”며 “(행정수도를 사실상 해체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재명정부가 정말 국가를 위한 미래의 청사진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 후보자가 해수부 이전 실적을 쌓은 후, 내년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주장을 내놨던 바 있다.

신현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속한 이전을 지시하고서) 운영을 못하면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금 (부산시민에게) 민주당이 유능하구나라는 인상을 새기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해수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근혜정부 때도 전 정부였던 이명박정부에서 해체했던 해수부를 재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부산 이전 논의가 나왔으나, 세종시 행정수도 계획을 이유로 정부세종청사로 확정했다.

노무현정부 때도 “부산이 해수부의 기능과 맞다”는 취지로 부산 이전을 추진했으나 행정 효율성, 조직 안정 등 현실적 반발이 심해 백지화됐던 바 있다. 

지난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시절엔 ‘업무 비효율’을 이유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노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 행정기관의 이전은 그 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바람직한 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차관은 국무회의와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결재 등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부처 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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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