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진 권영국 후일담

진흙탕 대선 속 꽃피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거대 양당의 싸움인 줄 알았던 6·3 조기 대선서 의외의 인물이 주목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당 이름만큼이나 낯선 권영국 후보다. 해고 노동자서 ‘거리의 변호사’로 활약한 그가 대선후보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당은 지난해 치러진 4·10 총선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한국의 대표 진보 정당이자 노동·기후·여성 등 소수를 대변하던 목소리가 원외로 밀려난 것이다. 국회 진입에 실패한 정의당은 지난해 5월 신임 당 대표로 권영국 변호사를 세웠다.

약자의 편

1963년생인 권영국 후보는 풍산금속 해고 노동자 출신이다. 1989년 풍산 안강 공장의 파업을 주도해 옥 생활을 한 뒤 해직 10년 만인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경찰이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도 불심검문하자 이를 거부하다가 강제 연행됐다. 경찰의 쌍용차 파업 노동자 불법 체포에 항의하며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권 후보는 2009년 재개발 보상 문제를 놓고 농성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충돌해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와 ‘쌍용차 해고 무용 소송’ 사건, 2016년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산재와 참사의 변호를 맡으며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2019년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며 정의당에 입당했다.

6년이 지난 뒤 정의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되고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강령에 초점을 맞춰 ‘노동 중심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여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12월 밤 권 후보는 국회로 달려와 확성기를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대선 정국서 권 후보는 93.6%의 찬성률로 대통령 후보로 가결됐다. 25년 동안 지켜오던 정의당이라는 당명도 민주노동당으로 변경했다.

권 후보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서 출마를 선언했다.

권 후보는 “진보는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차별·억압하는 세상을 바꿔 사회적 소수자가 그대로 존중받게 하는 것”이라며 “광주 5월 정신, 동학농민혁명 호남 정신을 우리 사회 깊숙이 새겨 진보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참배에 앞서서는 방명록에 ‘5월 정신으로 용기를 내겠습니다. 이곳 묘역에는 자신의 몸을 내던진 열사들께서 잠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으로 대선을 치르겠습니다. 여러분의 기억으로 힘차게 싸워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2019년 입당 후 당대표로
정의당→민주노동당 새단장


‘권 후보는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갈아엎는 진보 정치”라고 답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넘어 탈탄소를, 부자 감세냐 원상복구냐를 넘어 부자 증세로, 노동자 권리 증진을 넘어 노동법 대폭 강화로 (가야 한다). 불평등 세상 아래 신음하는 시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전환의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TV 토론이 시작되면서 유권자의 시선이 권 후보에게로 향했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 자리서 네거티브 공세를 최소화하고 공약과 정책 위주로 토론을 이끌어갔다는 평을 받은 것이다.

권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그는 김 후보에게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와 탈당하란 말도 못하고 뜻대로 하시라고 조아렸다”며 “그 대가로 윤석열 지지 선언 받으니 기쁘냐, 내란 우두머리 대리인 아니냐, 무슨 자격으로 여기 나왔느냐. 사퇴할 생각 없느냐”고 말했다.

사회 분야 토론서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늘 왜 갈라치기 하냐” “토론하는 걸 보니까 그동안 남녀 갈라치기, 장애인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이런 걸 갖고 분열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꾸짖기도 했다.

아울러 “장애인 시위에 대해서도 왜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서 비난했던 것 같고, 주로 이대남(20대 남성)의 얘기를 주로 하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탈원전, 재생 에너지 등의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자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얘기를 듣다 보니 자기 지식 자랑하러 나온 것 같다. 이념의 문제로 원전과 재생 에너지를 바라본다고 했는데, 누가 그렇게 보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이후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권영국’이 1위로 올랐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형수 욕설’ ‘형 강제 입원’ 같은 원색적인 네거티브 공세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권 후보는 공약 위주의 질문을 했다.

네거티브 쏟아진 대선 TV 토론회
이후 관심 높아져 검색어 최상단

권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공약집 어디에도 기후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시민단체가 재생 에너지 관련 질의했을 때도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따졌고 이에 이 후보는 “당 차원서 RE100(재생 에너지 100%) 등 국제적인 기준에 잘 쫓아가겠다는 입장을 냈다”고 했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은)영원히 입법을 못할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마지막 TV 토론은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으로 진흙탕 싸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 아들의 과거 논란을 거론하며 권 후보를 향해 “민주노동당의 기준으로 여쭤보고 싶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면 이건 여성혐오에 해당하냐, 아니냐”라고 질문한 것이다.


권 후보는 “이런 걸 묻는 취지를 모르겠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민노당은 이런 성폭력적인 발언에 대한 기준이 없느냐”고 되물었고 권 후보는 “성적인 학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 후보는 <일요시사>를 통해 “이번 TV 토론서 민생과 기후, 우리 삶의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말았다”며 “말꼬리 잡기, 주제와 상관없는 네거티브 등 토론회를 지켜보는 시민들께서 크게 실망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TV 토론회 출연 이후 당에 후원금이 쏟아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씀들이 참 많았다. 그중엔 여성도 있었고, 성소수자도 있었고, 장애인도 있었다. 노동자, 농민도 마찬가지”라며 “진보 정치가 아니면 누가 그들을 호명하나? 누가 그들을 위한 정책에 목소리 높이나? 나와 민주노동당이 해야만 할 일이 있으니 나왔다”고 말했다.

주어진 일

권 후보는 “30년 동안 거리의 변호사로 살면서 제가 마음에 품은 약속은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치 경험도 짧고 당세도 크지 않다. 하지만 약속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며 “노동자, 여성, 장애인, 소수자, 아동과 청소년, 사회적 약자, 피해자들의 곁을 지킬 것이다. 끝까지 약속을 지킨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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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