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섯 번째 피소 박은수

사기로 얼룩진 일용이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원일기> ‘일용이’가 또 사기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기 사건 연루에 대중들은 그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역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로부터 박은수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2500만원
안 갚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은수에게 2500만원을 빌려줬으며, 박은수가 이를 갚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4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적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2008년, 박은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화기획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비 8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한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박은수가 영화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계약을 체결했고, 시공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은수가 사무실 임차 시점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재산도 없었던 점을 들어 공사비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0년 박은수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은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동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입장”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tvN, eNEWS와의 인터뷰서 “사기 혐의로 기사화되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2009년에 발생한 연예인 지망생 사기 사건이다. 박은수는 지인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가 지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도와주겠다”며, 영화사 설립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은수가 당시 영화사 설립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와 사무실 비용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은수의 편취 수법, 금액, 피해 변상 여부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은수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개월간 구금돼있던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6년에는 또 다른 사기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전원주택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기 안성시 일대에 전원주택을 개발하던 한 업체는 박은수의 연예인 인지도를 활용해 분양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다.

박은수는 2015년 7월, 분양 사무실서 고소인을 직접 만나 “나도 인근 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고,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고 발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소인은 이를 믿고 2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박은수가 실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돈 빌리고 안 갚아” 기획사 대표 고소
“공연 출연료일 뿐” 발끈…맞고소 예고

박은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나는 실제로 5개월간 거주했으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후 예술인 공동체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 경, 그는 예술인 타운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했고, 설명회 직후 일부 분양 희망자에게 “돈은 나중에 달라”며 전원주택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분양 사업은 무산됐고, 분양자 일부는 박은수를 고소했다. 박은수는 이 역시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서 “그땐 여관에 살고 있었고, 동생뻘 되는 지인이 하자기에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 4건의 사기 사건 중, 2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박은수는 분실 카드 사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024년, 박은수는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카드를 습득해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카드 습득 장면을 확보했고, 사용 내역과 사용 시점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은수는 “아내의 카드인 줄 알고 사용했으며, 이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변제됐고, 경찰도 상황의 경중을 고려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서 “남편은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습득과 신고는 내가 했다”고 밝혀 박은수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밤중에 회를 사러 갔다가 횟집 마당서 카드를 주운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애초에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이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이 잘못 이해하고 말을 전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80억 날리고
지하방 전전

박은수의 인생은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서 그는 ‘일용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수미, 김혜정과 함께한 가족 연기는 당시 한국 농촌 가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서민적이고 정감 넘치던 모습과 달리, 현실의 박은수는 여러 번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사기꾼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은수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며 살아가는 최근 근황과 과거 사기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서 박은수는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건의 사기 사건을 떠올리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죄가 됐다. 악의는 없었는데 지인의 제안을 그냥 믿고 수락했던 게 큰 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테리어 사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는 “술집 운영 당시 이미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인테리어 사업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인의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됐다”며 “50억 넘게 손해를 봤고, 1년도 안 돼 모든 걸 잃고 여관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이 망하고 돈이 없어지자 지인이 인테리어를 해주고 돈은 나중에 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당했고, 그는 “1억도 안 되는 돈이 없어서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했다.


이어 예술인 타운 추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설명회에 갔다가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돈은 나중에 달라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심경을 덧붙였다.

 사건 때마다
“그런 적 없다”

연예인 지망생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박은수는 “받은 돈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했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 이후 몇 차례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박은수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서 드라마를 찍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일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고, 내 자존심으로는 그 10년이 금방 가더라. 그런데 처자식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아내가 갑상선 암을 앓았고, 처자식이 많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여관, 지하방을 전전했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던 집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며느리가 베트남으로 가기 전 내 기초 생활수급 신청을 대신 해줬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온몸이 멀쩡한 데가 없는데도 병원 갈 때마다 정부서 병원비를 다 내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딸과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딸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1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전달한 일화도 전했다.

박은수는 “딸이 5000원 이상 되는 옷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어느 날 딸이 1000만원짜리 통장을 건네줬다. 걔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년 넘게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로 사랑받던 그는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며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20kg짜리 사료 포대를 옮기다 지쳐 주저앉은 그는 “운동할 땐 50kg도 들었는데, 이젠 20kg도 버겁다”며 토로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나이 차도 커서 금세 기진맥진한 그에게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4건 동종 전과 이어 이번에 또…
<전원일기> 종영 후 사건 반복

방송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면서 박은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괜히 바보처럼 혼자 숨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이제는 나 혼자 침묵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박은수는 돼지농장서의 근무는 방송 이후 사장에게 누가 될까 우려돼 그만두기로 했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들이 혹시라도 사람들 발길 때문에 전멸할까 걱정된다”며 조용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많은 걸 배웠고 일을 하며 안정이 됐다”며 “식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 시간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돼지농장서 나와 지인이 운영하는 술 공장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서 “내가 했던 잘못은 반성한다. 이젠 거짓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클레먹타임’에 출연한 박은수는 자신이 겪은 경제적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상서 그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70억, 80억, 100억 가까운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약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장모까지 모시고 있었던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서 농장을 크게 운영하던 동생뻘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계시라’고 말해 그곳에 머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사기를 쳤다는 말이 돌았지만 내가 일일이 ‘나는 아니다’라고 해봐야 말이 먹히겠냐”며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방송서 사실을 조목조목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찰나에 MBN <특종세상>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찍는 바람에 다 커버가 됐다”며 “가장 미안한 건 가족, 처자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에겐 ‘하루빨리 잘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일부”
 억울함 호소

한편, 박은수는 현재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즉각 반박하며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서 고소인 A씨에 대해 “A씨가 공연을 기획하면서 출연을 부탁했고, 나는 출연에 응한 것뿐”이라며, “출연료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지만, 공연이 적자를 보자 모든 돈을 다시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연락도 없었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와 박은수를 각각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원일기’ 일용이는?

‘양촌리 청년회장’으로 나왔던 일용이는 전형적인 시골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잠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성격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끝까지 출연하게 됐다.

작품 속 일용이는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특히 아내와 다툴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본인은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어머니를 조금만 덜 챙기는 듯하면 금방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이는 예전 한국 사회서 흔히 볼 수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며, 가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고 꾸준한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서 시작했다.

원래 양촌리에 살던 친구들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외지에서 들어와 땅도 없이 남의 밭을 빌려 일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조금씩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일용이의 이야기는 시골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많은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일용이는 고집 센 성격에 옛날식이지만, 농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항상 “사람이 먹는 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몇 년마다 농약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용이는 그때마다 바른 소리를 하며 양심적인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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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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