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섯 번째 피소 박은수

사기로 얼룩진 일용이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원일기> ‘일용이’가 또 사기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기 사건 연루에 대중들은 그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역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로부터 박은수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2500만원
안 갚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은수에게 2500만원을 빌려줬으며, 박은수가 이를 갚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4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적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2008년, 박은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화기획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비 8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한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박은수가 영화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계약을 체결했고, 시공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은수가 사무실 임차 시점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재산도 없었던 점을 들어 공사비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0년 박은수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은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동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입장”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tvN, eNEWS와의 인터뷰서 “사기 혐의로 기사화되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2009년에 발생한 연예인 지망생 사기 사건이다. 박은수는 지인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가 지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도와주겠다”며, 영화사 설립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은수가 당시 영화사 설립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와 사무실 비용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은수의 편취 수법, 금액, 피해 변상 여부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은수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개월간 구금돼있던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6년에는 또 다른 사기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전원주택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기 안성시 일대에 전원주택을 개발하던 한 업체는 박은수의 연예인 인지도를 활용해 분양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다.

박은수는 2015년 7월, 분양 사무실서 고소인을 직접 만나 “나도 인근 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고,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고 발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소인은 이를 믿고 2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박은수가 실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돈 빌리고 안 갚아” 기획사 대표 고소
“공연 출연료일 뿐” 발끈…맞고소 예고

박은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나는 실제로 5개월간 거주했으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후 예술인 공동체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 경, 그는 예술인 타운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했고, 설명회 직후 일부 분양 희망자에게 “돈은 나중에 달라”며 전원주택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분양 사업은 무산됐고, 분양자 일부는 박은수를 고소했다. 박은수는 이 역시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서 “그땐 여관에 살고 있었고, 동생뻘 되는 지인이 하자기에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 4건의 사기 사건 중, 2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박은수는 분실 카드 사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024년, 박은수는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카드를 습득해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카드 습득 장면을 확보했고, 사용 내역과 사용 시점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은수는 “아내의 카드인 줄 알고 사용했으며, 이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변제됐고, 경찰도 상황의 경중을 고려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서 “남편은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습득과 신고는 내가 했다”고 밝혀 박은수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밤중에 회를 사러 갔다가 횟집 마당서 카드를 주운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애초에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이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이 잘못 이해하고 말을 전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80억 날리고
지하방 전전

박은수의 인생은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서 그는 ‘일용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수미, 김혜정과 함께한 가족 연기는 당시 한국 농촌 가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서민적이고 정감 넘치던 모습과 달리, 현실의 박은수는 여러 번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사기꾼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은수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며 살아가는 최근 근황과 과거 사기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서 박은수는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건의 사기 사건을 떠올리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죄가 됐다. 악의는 없었는데 지인의 제안을 그냥 믿고 수락했던 게 큰 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테리어 사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는 “술집 운영 당시 이미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인테리어 사업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인의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됐다”며 “50억 넘게 손해를 봤고, 1년도 안 돼 모든 걸 잃고 여관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이 망하고 돈이 없어지자 지인이 인테리어를 해주고 돈은 나중에 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당했고, 그는 “1억도 안 되는 돈이 없어서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했다.


이어 예술인 타운 추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설명회에 갔다가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돈은 나중에 달라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심경을 덧붙였다.

 사건 때마다
“그런 적 없다”

연예인 지망생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박은수는 “받은 돈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했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 이후 몇 차례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박은수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서 드라마를 찍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일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고, 내 자존심으로는 그 10년이 금방 가더라. 그런데 처자식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아내가 갑상선 암을 앓았고, 처자식이 많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여관, 지하방을 전전했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던 집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며느리가 베트남으로 가기 전 내 기초 생활수급 신청을 대신 해줬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온몸이 멀쩡한 데가 없는데도 병원 갈 때마다 정부서 병원비를 다 내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딸과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딸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1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전달한 일화도 전했다.

박은수는 “딸이 5000원 이상 되는 옷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어느 날 딸이 1000만원짜리 통장을 건네줬다. 걔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년 넘게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로 사랑받던 그는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며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20kg짜리 사료 포대를 옮기다 지쳐 주저앉은 그는 “운동할 땐 50kg도 들었는데, 이젠 20kg도 버겁다”며 토로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나이 차도 커서 금세 기진맥진한 그에게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4건 동종 전과 이어 이번에 또…
<전원일기> 종영 후 사건 반복

방송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면서 박은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괜히 바보처럼 혼자 숨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이제는 나 혼자 침묵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박은수는 돼지농장서의 근무는 방송 이후 사장에게 누가 될까 우려돼 그만두기로 했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들이 혹시라도 사람들 발길 때문에 전멸할까 걱정된다”며 조용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많은 걸 배웠고 일을 하며 안정이 됐다”며 “식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 시간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돼지농장서 나와 지인이 운영하는 술 공장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서 “내가 했던 잘못은 반성한다. 이젠 거짓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클레먹타임’에 출연한 박은수는 자신이 겪은 경제적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상서 그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70억, 80억, 100억 가까운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약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장모까지 모시고 있었던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서 농장을 크게 운영하던 동생뻘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계시라’고 말해 그곳에 머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사기를 쳤다는 말이 돌았지만 내가 일일이 ‘나는 아니다’라고 해봐야 말이 먹히겠냐”며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방송서 사실을 조목조목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찰나에 MBN <특종세상>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찍는 바람에 다 커버가 됐다”며 “가장 미안한 건 가족, 처자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에겐 ‘하루빨리 잘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일부”
 억울함 호소

한편, 박은수는 현재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즉각 반박하며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서 고소인 A씨에 대해 “A씨가 공연을 기획하면서 출연을 부탁했고, 나는 출연에 응한 것뿐”이라며, “출연료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지만, 공연이 적자를 보자 모든 돈을 다시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연락도 없었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와 박은수를 각각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원일기’ 일용이는?

‘양촌리 청년회장’으로 나왔던 일용이는 전형적인 시골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잠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성격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끝까지 출연하게 됐다.

작품 속 일용이는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특히 아내와 다툴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본인은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어머니를 조금만 덜 챙기는 듯하면 금방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이는 예전 한국 사회서 흔히 볼 수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며, 가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고 꾸준한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서 시작했다.

원래 양촌리에 살던 친구들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외지에서 들어와 땅도 없이 남의 밭을 빌려 일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조금씩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일용이의 이야기는 시골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많은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일용이는 고집 센 성격에 옛날식이지만, 농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항상 “사람이 먹는 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몇 년마다 농약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용이는 그때마다 바른 소리를 하며 양심적인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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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