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빚 갚고 장가가는 방송인 이상민

기나긴 암흑기 견디고 새출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암흑 같은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온 이상민이 모든 빚을 청산한 후 봄날을 맞았다. 20년간 한 푼 한 푼 갚아온 끝에 마침내 채무를 모두 청산한 그는, 현재 빚더미서 벗어나 ‘재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이상민이 이혼 20년 만에 재혼 소식을 전하며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상민은 연하의 비연예인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 부부가 됐음을 밝혔다.

20년 만에
재혼 발표

지난달 30일, 이상민은 자필로 쓴 편지를 SNS에 게재하며 재혼 소식을 직접 전했다. 그는 “제게 많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생겼다. 그녀와 인생의 2막을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고난서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사람”이라며 “뒤늦게 찾은 소중한 사람인 만큼 조심스러워 알리는 것이 늦어졌다. 놀라셨겠지만 함께 기뻐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격려해주시는 분들게 보답할 수 있도록 책임감 가지고 살겠다”며 마무리지었다.

이상민의 아내는 1983년생의 비연예인으로, 두 사람은 약 3개월 전 비즈니스 미팅서 처음 만난 뒤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다 결혼을 결심했고,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이로써 이상민은 지난 2004년 배우 이혜영과 이혼한 지 20년 만에 재혼하게 됐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상민은 혼인신고를 마친 직후, SBS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했다. 결혼식도 따로 올리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적인 결혼식이나 발표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조용히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비연예인인 아내와 가족에 대한 배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의 재혼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연예계 동료들은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딘딘은 “형님 축하드려요”, 하하는 “행복합니다! 축하해요 우리 형! 축복해요! 레게의 신”, 신지는 “축하드려요”, 동현배는 “형님! 너무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송가인은 박수 이모티콘을, 채리나는 손하트 이모티콘을 남겼으며, 김상혁, 박슬기, 이연복 셰프, 심진화, 문지애 등도 축하 물결을 이었다.

이상민의 전 아내였던 이혜영이 과거 방송서 그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을 전했던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2023년 9월, 유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에 출연한 이혜영은 이상민과의 과거를 언급하며 “그 시절도 모두 추억이고, 피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민이 결혼도 못 하고 있어서 내가 가슴이 아프다. 방송국서 마주치면 참 좋을 텐데,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책임감 갖고 살겠다” 굳은 다짐
3개월 연애 후 초고속 혼인 신고

당시 함께 출연했던 가수 이지혜의 권유로 영상 편지를 보내게 된 이혜영은 과거 인연에 대한 담담한 회고와 함께 이상민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민과 이혜영은 2004년 6월, 8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1년2개월 만인 2005년 8월 이혼했다. 이상민의 사업 실패로 인한 갈등이 원인이었다. 이상민은 과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었다. 채무는 사업 실패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그룹 룰라로 데뷔한 그는 당시 음반 시장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프로듀서로서도 활동하며 샤크라, 디바, 컨츄리꼬꼬 등 여러 팀을 성공시켰다.

1995년 ‘날개 잃은 천사’가 수록된 룰라 2집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각종 가요 시상식서 대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룰라 노래를 직접 작곡·프로듀싱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음악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또 컨츄리꼬꼬, 디바, 샵 등의 기획 및 음악 제작을 맡으며 제작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당시 이상민의 월수입은 수억원에 달했으며, 저작권 수익만 해도 한 달에 150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민은 그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1년 자신의 기획사 ‘상마인드(Sangmind)’를 설립하고,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맞은편에 대형 사옥을 임대해 의상실, 연습실, 음반 제작실까지 갖춘 종합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통장에만 현금 48억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이상민은 서울 코엑스 인근에 127억원을 들여 ‘김미파이브(Gimme Five)’라는 초대형 복합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격투기 경기, 트랜스젠더 쇼, 치어리더 공연, 디제잉, 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과 오락을 함께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신개념 공간으로, 최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1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이었다.

사업가
빚더미

시설 곳곳에는 룰렛, 블랙잭, 포켓볼 등의 오락 요소가 배치됐고, 당시 기준으로는 보기 드문 라이브 음악 공연, 서빙걸 패션쇼 등 다양한 요소가 혼합돼있었다.

특히 격투기 대회를 레스토랑 안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식사와 스포츠 관람의 융합’이라는 신개념 콘셉트를 선보였다. 실제로 김미파이브는 단순 외식업을 넘어 격투기 흥행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다수의 격투기 선수가 출전했고, 수많은 경기가 치러졌다.

격투기 선수 유우성, 김훈 등이 김미파이브 출신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이며 관심을 모았지만 경기 중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내부 운영권을 두고 주주들과 갈등이 불거지자 1호점서 나오게 됐다. 성사 직전이던 라스베이거스 2호점 계약도 파기됐다. 이상민이 김미파이브의 얼굴로 적극 홍보에 나섰던 탓에, 실질적 책임이 없던 상황서도 법적·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상민은 김미파이브 실패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수많은 계약 위반 문제에 휘말리며 2005년 11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로 인해 총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채무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방송서도 퇴출되는 등 긴 암흑기를 겪었다. 이 시기 이상민은 아내 이혜영과 파경을 맞았다.


이후 방송계와도 멀어진 채 7년간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2년, 엠넷의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을 통해 예능계에 복귀했다. 출연을 고사하던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상민을 망가뜨리는 프로그램”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서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등장해, 과거의 시건방졌던 이미지와 대조되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고, tvN의 <더 지니어스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결승전서 임요환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였으며, 마지막 게임 ‘콰트로’서 특유의 촉을 발휘해 승리를 거뒀다. 상금은 총 6200만원이었다.

이후 SBS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JTBC <아는 형님> 등에 고정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한편, 이상민의 가족사는 비교적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아버지가 본처가 있었고, 자신은 혼외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어린 시절 몇 년간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이애기’라는 이름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실제 생년월일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다르며, 호적은 아버지와 본처의 가계로 올려졌기 때문에 어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장례 절차서도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고 밝혔다.

어두운
가족사


그는 중학교 3학년 무렵 처음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갔을 때, 묘비에 자신의 이름이 없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자리서 자신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며 오열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어머니 임여순 여사에 대한 이상민의 효심은 유명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중국집을 도우며 배달 일을 함께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받은 용돈을 저금해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통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크게 화를 내자, 그는 “목돈을 만들어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고 울먹이며 해명한 일화도 밝혀진 적이 있다.

임 여사는 방송프로그램 <음악의 신>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해 이상민과의 일상을 함께 공개하며 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민 역시 SBS <연예대상 시상식> 수상 당시 “아들이 방송을 통해 어머니에게 웃음을 돌려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며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고, 이상민은 여러 방송과 시상식서 어머니의 병세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2023년 방송에서는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힘겨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서 “어느 날 ‘엄마 갈게. 나 또 올게’라고 했더니, 누워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손을 들고 인사하셨다”며, “이게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2023년 11월4일, 모친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동료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애도를 표했다.

과거 사업 실패와 파산 직전의 상황을 겪으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된 이상민은 이를 20년에 걸쳐 모두 갚아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서 많은 대중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상민은 여러 방송을 통해 빚 청산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7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채권자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공개하며 대중의 뭉클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상민은 17명의 채권자에게 총 69억7000만원의 빚을 갚았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200만원은 압류 해제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상민이 20년간 인연을 맺어온 채권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채권자는 “가장 아쉬웠던 건 어머님께서 빚 다 갚은 걸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상민도 “오래 걸렸어요, 형님”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했고, 채권자는 “이 서류들을 찢고 훌훌 털어라”고 말해 이상민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결혼식은 생략” 결정
일반인 예비신부 배려

이상민은 과거에도 자신의 채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파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2017년, SNS를 통해 자신의 채무 상황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5년 부도 이후 저의 전체 채무액의 대부분은 저와 직접적인 만남이 아닌 일부 경영진의 권유에 의한 법인투자가 60% 가까이 됐으며, 회사 법인 자금 조달로 인한 채무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는 법인 청산, 개인 파산, 법인 파산 등 제도적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부도 후 12년 동안 법인 청산이나 개인 파산, 회생 등을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누구의 도움 하나 받지 않은 채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파산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 및 채권자들의 어려운 상황과 법인의 오너였던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이후 어떤 성공을 이뤄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성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부도 당시 내 인생서 가장 큰 고난이자, 내가 이뤄야 할 진정한 성공은 이 실패를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일부 언론서 제기된 “법적 파산이 되지 않아 억지로 빚을 갚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파산이나 회생을 하지 않아 고맙다며 매달 건강식품을 보내주는 채권자들도 있다. 그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방송서 “빚을 다 갚았다. 지금 연봉은 10억 이상”이라고 언급하며 재혼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혼 발표 몇 달 전이던 지난 1월, 예능프로그램 <중매술사2>에 출연, 당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해야죠”라고 단호히 말하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상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도 언급했다. “옷을 사줬을 때 예쁘게 어울리는 정도의 몸매를 원한다”며 “48kg에서 54kg 사이, 키는 165cm에서 170cm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MC 이지혜가 “165㎝에 50kg이면 거의 아이돌이나 배우 수준”이라며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상민은 “외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밝은 사람이 좋다”고 덧붙였지만, 이지혜는 “거짓말”이라며 웃으며 받아쳤다.

도움 없이
자력 해결

나이 차이에 대한 기준도 공개했다. 그는 “저보다 8살에서 12살 어린, 94년생까지 괜찮다”고 밝히며 “이제 빚도 다 갚았고 연봉도 10억 이상”이라며 재정 상태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자 이지혜는 “눈을 좀 낮춰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이상민이 실제로 1983년생 비연예인 여성과 재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발언들이 예비신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회자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속의 기사> 유부남 이상민 프로그램 하차?

이상민이 자필 편지를 통해 재혼 소식을 알리자, 방송가에도 즉각적인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이상민이 고정 출연 중이던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향후 출연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된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비혼’ 또는 ‘돌싱(이혼 남성)’의 삶을 관찰하는 포맷을 가지고 있어, 이제 ‘기혼’이 된 이상민의 상황과는 설정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짠내 나는 돌싱남’ 이미지와의 괴리도 불가피한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시선은 같은 SBS의 또 다른 간판 예능인 <동상이몽>으로 향하고 있다.

<동상이몽>은 부부 관계 중점형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과거 채무 변제 과정, 검소한 일상, 이혼 후 홀로서기까지 모두 방송 콘텐츠로 승화시켜 온 그의 서사가 이제는 ‘부부의 삶’을 다루는 관찰 예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차 여부에 대해 SBS는 “향후 출연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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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