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빚 갚고 장가가는 방송인 이상민

기나긴 암흑기 견디고 새출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암흑 같은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온 이상민이 모든 빚을 청산한 후 봄날을 맞았다. 20년간 한 푼 한 푼 갚아온 끝에 마침내 채무를 모두 청산한 그는, 현재 빚더미서 벗어나 ‘재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이상민이 이혼 20년 만에 재혼 소식을 전하며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상민은 연하의 비연예인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 부부가 됐음을 밝혔다.

20년 만에
재혼 발표

지난달 30일, 이상민은 자필로 쓴 편지를 SNS에 게재하며 재혼 소식을 직접 전했다. 그는 “제게 많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생겼다. 그녀와 인생의 2막을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고난서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사람”이라며 “뒤늦게 찾은 소중한 사람인 만큼 조심스러워 알리는 것이 늦어졌다. 놀라셨겠지만 함께 기뻐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격려해주시는 분들게 보답할 수 있도록 책임감 가지고 살겠다”며 마무리지었다.

이상민의 아내는 1983년생의 비연예인으로, 두 사람은 약 3개월 전 비즈니스 미팅서 처음 만난 뒤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다 결혼을 결심했고,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이로써 이상민은 지난 2004년 배우 이혜영과 이혼한 지 20년 만에 재혼하게 됐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상민은 혼인신고를 마친 직후, SBS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했다. 결혼식도 따로 올리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적인 결혼식이나 발표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조용히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비연예인인 아내와 가족에 대한 배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의 재혼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연예계 동료들은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딘딘은 “형님 축하드려요”, 하하는 “행복합니다! 축하해요 우리 형! 축복해요! 레게의 신”, 신지는 “축하드려요”, 동현배는 “형님! 너무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송가인은 박수 이모티콘을, 채리나는 손하트 이모티콘을 남겼으며, 김상혁, 박슬기, 이연복 셰프, 심진화, 문지애 등도 축하 물결을 이었다.

이상민의 전 아내였던 이혜영이 과거 방송서 그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을 전했던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2023년 9월, 유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에 출연한 이혜영은 이상민과의 과거를 언급하며 “그 시절도 모두 추억이고, 피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민이 결혼도 못 하고 있어서 내가 가슴이 아프다. 방송국서 마주치면 참 좋을 텐데,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책임감 갖고 살겠다” 굳은 다짐
3개월 연애 후 초고속 혼인 신고

당시 함께 출연했던 가수 이지혜의 권유로 영상 편지를 보내게 된 이혜영은 과거 인연에 대한 담담한 회고와 함께 이상민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민과 이혜영은 2004년 6월, 8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1년2개월 만인 2005년 8월 이혼했다. 이상민의 사업 실패로 인한 갈등이 원인이었다. 이상민은 과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었다. 채무는 사업 실패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그룹 룰라로 데뷔한 그는 당시 음반 시장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프로듀서로서도 활동하며 샤크라, 디바, 컨츄리꼬꼬 등 여러 팀을 성공시켰다.

1995년 ‘날개 잃은 천사’가 수록된 룰라 2집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각종 가요 시상식서 대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룰라 노래를 직접 작곡·프로듀싱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음악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또 컨츄리꼬꼬, 디바, 샵 등의 기획 및 음악 제작을 맡으며 제작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당시 이상민의 월수입은 수억원에 달했으며, 저작권 수익만 해도 한 달에 150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민은 그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1년 자신의 기획사 ‘상마인드(Sangmind)’를 설립하고,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맞은편에 대형 사옥을 임대해 의상실, 연습실, 음반 제작실까지 갖춘 종합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통장에만 현금 48억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이상민은 서울 코엑스 인근에 127억원을 들여 ‘김미파이브(Gimme Five)’라는 초대형 복합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격투기 경기, 트랜스젠더 쇼, 치어리더 공연, 디제잉, 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과 오락을 함께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신개념 공간으로, 최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1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이었다.

사업가
빚더미

시설 곳곳에는 룰렛, 블랙잭, 포켓볼 등의 오락 요소가 배치됐고, 당시 기준으로는 보기 드문 라이브 음악 공연, 서빙걸 패션쇼 등 다양한 요소가 혼합돼있었다.

특히 격투기 대회를 레스토랑 안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식사와 스포츠 관람의 융합’이라는 신개념 콘셉트를 선보였다. 실제로 김미파이브는 단순 외식업을 넘어 격투기 흥행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다수의 격투기 선수가 출전했고, 수많은 경기가 치러졌다.

격투기 선수 유우성, 김훈 등이 김미파이브 출신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이며 관심을 모았지만 경기 중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내부 운영권을 두고 주주들과 갈등이 불거지자 1호점서 나오게 됐다. 성사 직전이던 라스베이거스 2호점 계약도 파기됐다. 이상민이 김미파이브의 얼굴로 적극 홍보에 나섰던 탓에, 실질적 책임이 없던 상황서도 법적·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상민은 김미파이브 실패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수많은 계약 위반 문제에 휘말리며 2005년 11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로 인해 총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채무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방송서도 퇴출되는 등 긴 암흑기를 겪었다. 이 시기 이상민은 아내 이혜영과 파경을 맞았다.


이후 방송계와도 멀어진 채 7년간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2년, 엠넷의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을 통해 예능계에 복귀했다. 출연을 고사하던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상민을 망가뜨리는 프로그램”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서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등장해, 과거의 시건방졌던 이미지와 대조되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고, tvN의 <더 지니어스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결승전서 임요환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였으며, 마지막 게임 ‘콰트로’서 특유의 촉을 발휘해 승리를 거뒀다. 상금은 총 6200만원이었다.

이후 SBS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JTBC <아는 형님> 등에 고정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한편, 이상민의 가족사는 비교적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아버지가 본처가 있었고, 자신은 혼외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어린 시절 몇 년간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이애기’라는 이름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실제 생년월일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다르며, 호적은 아버지와 본처의 가계로 올려졌기 때문에 어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장례 절차서도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고 밝혔다.

어두운
가족사


그는 중학교 3학년 무렵 처음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갔을 때, 묘비에 자신의 이름이 없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자리서 자신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며 오열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어머니 임여순 여사에 대한 이상민의 효심은 유명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중국집을 도우며 배달 일을 함께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받은 용돈을 저금해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통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크게 화를 내자, 그는 “목돈을 만들어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고 울먹이며 해명한 일화도 밝혀진 적이 있다.

임 여사는 방송프로그램 <음악의 신>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해 이상민과의 일상을 함께 공개하며 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민 역시 SBS <연예대상 시상식> 수상 당시 “아들이 방송을 통해 어머니에게 웃음을 돌려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며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고, 이상민은 여러 방송과 시상식서 어머니의 병세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2023년 방송에서는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힘겨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서 “어느 날 ‘엄마 갈게. 나 또 올게’라고 했더니, 누워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손을 들고 인사하셨다”며, “이게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2023년 11월4일, 모친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동료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애도를 표했다.

과거 사업 실패와 파산 직전의 상황을 겪으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된 이상민은 이를 20년에 걸쳐 모두 갚아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서 많은 대중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상민은 여러 방송을 통해 빚 청산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7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채권자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공개하며 대중의 뭉클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상민은 17명의 채권자에게 총 69억7000만원의 빚을 갚았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200만원은 압류 해제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상민이 20년간 인연을 맺어온 채권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채권자는 “가장 아쉬웠던 건 어머님께서 빚 다 갚은 걸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상민도 “오래 걸렸어요, 형님”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했고, 채권자는 “이 서류들을 찢고 훌훌 털어라”고 말해 이상민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결혼식은 생략” 결정
일반인 예비신부 배려

이상민은 과거에도 자신의 채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파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2017년, SNS를 통해 자신의 채무 상황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5년 부도 이후 저의 전체 채무액의 대부분은 저와 직접적인 만남이 아닌 일부 경영진의 권유에 의한 법인투자가 60% 가까이 됐으며, 회사 법인 자금 조달로 인한 채무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는 법인 청산, 개인 파산, 법인 파산 등 제도적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부도 후 12년 동안 법인 청산이나 개인 파산, 회생 등을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누구의 도움 하나 받지 않은 채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파산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 및 채권자들의 어려운 상황과 법인의 오너였던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이후 어떤 성공을 이뤄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성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부도 당시 내 인생서 가장 큰 고난이자, 내가 이뤄야 할 진정한 성공은 이 실패를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일부 언론서 제기된 “법적 파산이 되지 않아 억지로 빚을 갚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파산이나 회생을 하지 않아 고맙다며 매달 건강식품을 보내주는 채권자들도 있다. 그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방송서 “빚을 다 갚았다. 지금 연봉은 10억 이상”이라고 언급하며 재혼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혼 발표 몇 달 전이던 지난 1월, 예능프로그램 <중매술사2>에 출연, 당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해야죠”라고 단호히 말하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상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도 언급했다. “옷을 사줬을 때 예쁘게 어울리는 정도의 몸매를 원한다”며 “48kg에서 54kg 사이, 키는 165cm에서 170cm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MC 이지혜가 “165㎝에 50kg이면 거의 아이돌이나 배우 수준”이라며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상민은 “외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밝은 사람이 좋다”고 덧붙였지만, 이지혜는 “거짓말”이라며 웃으며 받아쳤다.

도움 없이
자력 해결

나이 차이에 대한 기준도 공개했다. 그는 “저보다 8살에서 12살 어린, 94년생까지 괜찮다”고 밝히며 “이제 빚도 다 갚았고 연봉도 10억 이상”이라며 재정 상태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자 이지혜는 “눈을 좀 낮춰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이상민이 실제로 1983년생 비연예인 여성과 재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발언들이 예비신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회자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속의 기사> 유부남 이상민 프로그램 하차?

이상민이 자필 편지를 통해 재혼 소식을 알리자, 방송가에도 즉각적인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이상민이 고정 출연 중이던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향후 출연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된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비혼’ 또는 ‘돌싱(이혼 남성)’의 삶을 관찰하는 포맷을 가지고 있어, 이제 ‘기혼’이 된 이상민의 상황과는 설정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짠내 나는 돌싱남’ 이미지와의 괴리도 불가피한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시선은 같은 SBS의 또 다른 간판 예능인 <동상이몽>으로 향하고 있다.

<동상이몽>은 부부 관계 중점형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과거 채무 변제 과정, 검소한 일상, 이혼 후 홀로서기까지 모두 방송 콘텐츠로 승화시켜 온 그의 서사가 이제는 ‘부부의 삶’을 다루는 관찰 예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차 여부에 대해 SBS는 “향후 출연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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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