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빚 갚고 장가가는 방송인 이상민

기나긴 암흑기 견디고 새출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암흑 같은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온 이상민이 모든 빚을 청산한 후 봄날을 맞았다. 20년간 한 푼 한 푼 갚아온 끝에 마침내 채무를 모두 청산한 그는, 현재 빚더미서 벗어나 ‘재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이상민이 이혼 20년 만에 재혼 소식을 전하며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상민은 연하의 비연예인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 부부가 됐음을 밝혔다.

20년 만에
재혼 발표

지난달 30일, 이상민은 자필로 쓴 편지를 SNS에 게재하며 재혼 소식을 직접 전했다. 그는 “제게 많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생겼다. 그녀와 인생의 2막을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고난서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사람”이라며 “뒤늦게 찾은 소중한 사람인 만큼 조심스러워 알리는 것이 늦어졌다. 놀라셨겠지만 함께 기뻐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격려해주시는 분들게 보답할 수 있도록 책임감 가지고 살겠다”며 마무리지었다.

이상민의 아내는 1983년생의 비연예인으로, 두 사람은 약 3개월 전 비즈니스 미팅서 처음 만난 뒤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다 결혼을 결심했고,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이로써 이상민은 지난 2004년 배우 이혜영과 이혼한 지 20년 만에 재혼하게 됐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상민은 혼인신고를 마친 직후, SBS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했다. 결혼식도 따로 올리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적인 결혼식이나 발표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조용히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비연예인인 아내와 가족에 대한 배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의 재혼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연예계 동료들은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딘딘은 “형님 축하드려요”, 하하는 “행복합니다! 축하해요 우리 형! 축복해요! 레게의 신”, 신지는 “축하드려요”, 동현배는 “형님! 너무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송가인은 박수 이모티콘을, 채리나는 손하트 이모티콘을 남겼으며, 김상혁, 박슬기, 이연복 셰프, 심진화, 문지애 등도 축하 물결을 이었다.

이상민의 전 아내였던 이혜영이 과거 방송서 그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을 전했던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2023년 9월, 유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에 출연한 이혜영은 이상민과의 과거를 언급하며 “그 시절도 모두 추억이고, 피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민이 결혼도 못 하고 있어서 내가 가슴이 아프다. 방송국서 마주치면 참 좋을 텐데,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책임감 갖고 살겠다” 굳은 다짐
3개월 연애 후 초고속 혼인 신고

당시 함께 출연했던 가수 이지혜의 권유로 영상 편지를 보내게 된 이혜영은 과거 인연에 대한 담담한 회고와 함께 이상민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민과 이혜영은 2004년 6월, 8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1년2개월 만인 2005년 8월 이혼했다. 이상민의 사업 실패로 인한 갈등이 원인이었다. 이상민은 과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었다. 채무는 사업 실패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그룹 룰라로 데뷔한 그는 당시 음반 시장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프로듀서로서도 활동하며 샤크라, 디바, 컨츄리꼬꼬 등 여러 팀을 성공시켰다.

1995년 ‘날개 잃은 천사’가 수록된 룰라 2집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각종 가요 시상식서 대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룰라 노래를 직접 작곡·프로듀싱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음악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또 컨츄리꼬꼬, 디바, 샵 등의 기획 및 음악 제작을 맡으며 제작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당시 이상민의 월수입은 수억원에 달했으며, 저작권 수익만 해도 한 달에 150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민은 그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1년 자신의 기획사 ‘상마인드(Sangmind)’를 설립하고,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맞은편에 대형 사옥을 임대해 의상실, 연습실, 음반 제작실까지 갖춘 종합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통장에만 현금 48억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이상민은 서울 코엑스 인근에 127억원을 들여 ‘김미파이브(Gimme Five)’라는 초대형 복합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격투기 경기, 트랜스젠더 쇼, 치어리더 공연, 디제잉, 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과 오락을 함께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신개념 공간으로, 최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1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이었다.

사업가
빚더미

시설 곳곳에는 룰렛, 블랙잭, 포켓볼 등의 오락 요소가 배치됐고, 당시 기준으로는 보기 드문 라이브 음악 공연, 서빙걸 패션쇼 등 다양한 요소가 혼합돼있었다.

특히 격투기 대회를 레스토랑 안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식사와 스포츠 관람의 융합’이라는 신개념 콘셉트를 선보였다. 실제로 김미파이브는 단순 외식업을 넘어 격투기 흥행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다수의 격투기 선수가 출전했고, 수많은 경기가 치러졌다.

격투기 선수 유우성, 김훈 등이 김미파이브 출신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이며 관심을 모았지만 경기 중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내부 운영권을 두고 주주들과 갈등이 불거지자 1호점서 나오게 됐다. 성사 직전이던 라스베이거스 2호점 계약도 파기됐다. 이상민이 김미파이브의 얼굴로 적극 홍보에 나섰던 탓에, 실질적 책임이 없던 상황서도 법적·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상민은 김미파이브 실패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수많은 계약 위반 문제에 휘말리며 2005년 11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로 인해 총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채무가 발생했고, 이상민은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방송서도 퇴출되는 등 긴 암흑기를 겪었다. 이 시기 이상민은 아내 이혜영과 파경을 맞았다.


이후 방송계와도 멀어진 채 7년간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2년, 엠넷의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을 통해 예능계에 복귀했다. 출연을 고사하던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이상민을 망가뜨리는 프로그램”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서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등장해, 과거의 시건방졌던 이미지와 대조되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고, tvN의 <더 지니어스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결승전서 임요환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였으며, 마지막 게임 ‘콰트로’서 특유의 촉을 발휘해 승리를 거뒀다. 상금은 총 6200만원이었다.

이후 SBS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JTBC <아는 형님> 등에 고정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한편, 이상민의 가족사는 비교적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아버지가 본처가 있었고, 자신은 혼외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어린 시절 몇 년간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이애기’라는 이름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실제 생년월일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다르며, 호적은 아버지와 본처의 가계로 올려졌기 때문에 어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장례 절차서도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고 밝혔다.

어두운
가족사


그는 중학교 3학년 무렵 처음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갔을 때, 묘비에 자신의 이름이 없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자리서 자신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며 오열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어머니 임여순 여사에 대한 이상민의 효심은 유명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중국집을 도우며 배달 일을 함께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받은 용돈을 저금해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통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크게 화를 내자, 그는 “목돈을 만들어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고 울먹이며 해명한 일화도 밝혀진 적이 있다.

임 여사는 방송프로그램 <음악의 신>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해 이상민과의 일상을 함께 공개하며 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민 역시 SBS <연예대상 시상식> 수상 당시 “아들이 방송을 통해 어머니에게 웃음을 돌려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며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고, 이상민은 여러 방송과 시상식서 어머니의 병세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2023년 방송에서는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힘겨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서 “어느 날 ‘엄마 갈게. 나 또 올게’라고 했더니, 누워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손을 들고 인사하셨다”며, “이게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2023년 11월4일, 모친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동료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애도를 표했다.

과거 사업 실패와 파산 직전의 상황을 겪으며 69억8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된 이상민은 이를 20년에 걸쳐 모두 갚아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서 많은 대중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상민은 여러 방송을 통해 빚 청산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7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채권자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공개하며 대중의 뭉클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상민은 17명의 채권자에게 총 69억7000만원의 빚을 갚았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200만원은 압류 해제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상민이 20년간 인연을 맺어온 채권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채권자는 “가장 아쉬웠던 건 어머님께서 빚 다 갚은 걸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상민도 “오래 걸렸어요, 형님”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했고, 채권자는 “이 서류들을 찢고 훌훌 털어라”고 말해 이상민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결혼식은 생략” 결정
일반인 예비신부 배려

이상민은 과거에도 자신의 채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파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2017년, SNS를 통해 자신의 채무 상황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5년 부도 이후 저의 전체 채무액의 대부분은 저와 직접적인 만남이 아닌 일부 경영진의 권유에 의한 법인투자가 60% 가까이 됐으며, 회사 법인 자금 조달로 인한 채무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는 법인 청산, 개인 파산, 법인 파산 등 제도적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부도 후 12년 동안 법인 청산이나 개인 파산, 회생 등을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누구의 도움 하나 받지 않은 채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파산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 및 채권자들의 어려운 상황과 법인의 오너였던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이후 어떤 성공을 이뤄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성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부도 당시 내 인생서 가장 큰 고난이자, 내가 이뤄야 할 진정한 성공은 이 실패를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일부 언론서 제기된 “법적 파산이 되지 않아 억지로 빚을 갚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파산이나 회생을 하지 않아 고맙다며 매달 건강식품을 보내주는 채권자들도 있다. 그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방송서 “빚을 다 갚았다. 지금 연봉은 10억 이상”이라고 언급하며 재혼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혼 발표 몇 달 전이던 지난 1월, 예능프로그램 <중매술사2>에 출연, 당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해야죠”라고 단호히 말하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상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도 언급했다. “옷을 사줬을 때 예쁘게 어울리는 정도의 몸매를 원한다”며 “48kg에서 54kg 사이, 키는 165cm에서 170cm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MC 이지혜가 “165㎝에 50kg이면 거의 아이돌이나 배우 수준”이라며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상민은 “외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밝은 사람이 좋다”고 덧붙였지만, 이지혜는 “거짓말”이라며 웃으며 받아쳤다.

도움 없이
자력 해결

나이 차이에 대한 기준도 공개했다. 그는 “저보다 8살에서 12살 어린, 94년생까지 괜찮다”고 밝히며 “이제 빚도 다 갚았고 연봉도 10억 이상”이라며 재정 상태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자 이지혜는 “눈을 좀 낮춰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이상민이 실제로 1983년생 비연예인 여성과 재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발언들이 예비신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회자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속의 기사> 유부남 이상민 프로그램 하차?

이상민이 자필 편지를 통해 재혼 소식을 알리자, 방송가에도 즉각적인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이상민이 고정 출연 중이던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향후 출연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된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비혼’ 또는 ‘돌싱(이혼 남성)’의 삶을 관찰하는 포맷을 가지고 있어, 이제 ‘기혼’이 된 이상민의 상황과는 설정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짠내 나는 돌싱남’ 이미지와의 괴리도 불가피한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시선은 같은 SBS의 또 다른 간판 예능인 <동상이몽>으로 향하고 있다.

<동상이몽>은 부부 관계 중점형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과거 채무 변제 과정, 검소한 일상, 이혼 후 홀로서기까지 모두 방송 콘텐츠로 승화시켜 온 그의 서사가 이제는 ‘부부의 삶’을 다루는 관찰 예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차 여부에 대해 SBS는 “향후 출연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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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