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여의도 서태지’ 한동훈 시대 교체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1 10:17:30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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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위한 선택 믿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금은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라면서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서태지에 자신을 비유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거론하면서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을 저지하려고 했던 자신의 노력을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하는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에 대해선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서태지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BTS·아이유·블랙핑크를 언급하면서 “올드하다”고 비판했다. 서태지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시대 교체는 어느 한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직전까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중 앞에 등장했던 1992년이 그랬다. 저는 당시 92학번, 대학교 1학년이었다. 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중파 데뷔 무대서 “저게 무슨 음악이냐”면서 혹평하기 바빴다. 하지만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이 되면서 대중음악의 시대를 바꿨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 서태지에 열광했던 세대는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에 비판적이어서 논쟁이 불거진 것 같은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루게 한 87체제는 30번의 줄 탄핵과 계엄이 보여주듯이 ‘절제’가 무너지면서 수명을 다했음을 드러냈다.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다.

물론 시대 교체가 이뤄지는 순간이 오기 직전까지도 “저게 무슨 음악이냐”고 혹평했던 평론가들처럼 구시대에 머물러 있으려는 사람과 집단은 언제나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제법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시대 교체는 이뤄지기 마련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출마 선언 당시 에너지 영역과 관련해 과도한 PC주의를 언급한 이유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운 PC주의는 오늘날 환경주의까지 포괄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에 과도할 정도로 기울어져 화석연료를 배척하는 에너지 정책 노선은 PC주의 흐름과 맥이 닿아있다. 기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저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칭한 것인지?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위주 정책은 우리 여건에 맞지 않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국토가 동서로 좁고 일조량이 많지 않아서 태양광발전과 맞지 않는다. 원전을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 5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문정부는 “2034년까지 태양광발전을 3배 이상, 풍력발전을 14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 식으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력 수급도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영역서의 과도한 PC주의를 걷어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또 검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본선에 진출하면, 이에 대한 야권의 공격도 예상된다.

▲우선 저는 “안 의원님의 출마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른바 ‘검사 정치’를 말씀하시는 분들은 상명하복·줄 세우기 등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제가 상명하복 방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께서 익히 봐오셨다.

대통령 배우자가 가방을 받은 문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문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회칼 발언’을 한 문제, 의대 정원 문제,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 불려온 인사 문제, 명태균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제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직언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줄 세우기 정치를 지양하겠다”는 약속으로 반박하겠다는 것인지?

▲상명하복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으니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힌 것이다. 이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달려가 계엄을 저지했다. 제 밑으로 줄 세우는 식의 정치를 했으면 그 후 당 대표직서 쫓겨났겠는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당선 당시엔 약 63%를 득표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도 당시와 비슷하겠나? 의원들이 주도하는 조직표 형태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저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당심) 지지율은 62.65%였고, 일반 국민여론조사(민심) 지지율은 63.46%였다. 거의 일치했다. 당시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은 약 84만명이었다. 이 정도 숫자는 “국회의원들이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당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투표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계엄 옹호? 저지한 당 돼야”
“한 대망론은 해당·배신행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의 일반 국민 여론의 반영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번엔 50%다. 겸손하면서도 절박한 자세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모아가면, 이기기 위한 선택을 반드시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의 관계 설정 방향은?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됐다.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계’라고 불리는 분들에 대해 말씀드릴 부분이 있다. 민주적인 정당에선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민주적으로 설득하고 설득되면서 함께 정치할 수 있다.

물론 계엄을 옹호하는 분들의 그 생각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계엄을 저지한 당이 돼야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실제로도 계엄을 막았다. 물론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함께 정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 출마와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추론해서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이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당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분의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것은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의 경선주자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해당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당과 당원의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배신이다. 특정 정치인이 마치 부전승처럼 대진표의 한쪽에 미리 올라가는 것을 국민께서 공정하다고 생각하실 리도 없다. 당원과 국민께서 이런 점들을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안 의원과 함께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끌고 올 방법은?

▲이번 대선은 계엄으로 인해 앞당겨진 것이다. 계엄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헌법재판관 8명이 파면한 사람은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줄 탄핵을 일삼은 ‘이재명 민주당’의 전횡도 한목소리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계엄 저지·반대를 위한 노력을 강조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설득하겠단 것인가?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전횡을 지적하려면, 계엄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가진 후보가 당의 대표선수가 돼야 한다. 그래야 “계엄을 한 당과 그 당의 후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아도 “제가 계엄을 막기 위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당신은 숲에 숨어있지 않았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또 “계엄을 한 대통령이 파면됐다고 해서, 그 자리를 30번이나 줄 탄핵을 한 야당 대표로 바꾸는 것은 공수교대에 불과하다”고 역공할 수 있다. 대선의 균형추를 맞춰 승부를 겨루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3자 구도 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0% 이상 득표할 가능성이 있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 후보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함께 경선을 치를 우리 국민의힘 동료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는데, 그런 말을 하면 되겠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당의 후보로 선출된 후 생각해보겠다.

“개헌, 이재명과 현격한 차이”
“대선 균형추 맞춰 승부해야”

-법원이 명태균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명씨 리스트 연루 의혹은 대체로 친윤계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됐다. 야권은 계속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저는 명씨를 모른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당 대표 재임 당시 여론조사 개선 TF도 발족했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분들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재임 중 3년은 거대 야권과 마주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야권과의 관계 설정을 원활히 풀어가지 못하다가 비상계엄·탄핵소추·파면으로 이어졌다. 야권은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전쟁’ 같은 선거가 끝나면 ‘정치’를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도 결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로 풀라”는 것이다. 저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복원할 것이고, 협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후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다시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다.

당연히 개헌에 찬성하는 게 유리하다. 수명을 다한 87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개헌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지점서부터 여야의 대화도 복원되고,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다.

-개헌하려면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야당이 원하는 개헌 방향을 일부라도 수용할 가능성은 있는지?

▲개헌은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일단 국회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이들 잊고 있지만, 개헌을 확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여야 합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폭넓은 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서 개헌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이 자연스럽게 수렴될 것이다. 또 야당이 거론했던 개헌 구상 중 대통령 4년 중임제·분권형 대통령제 등에 대해선 여러 공통분모도 있다. 그러나 개헌 약속 실천 의지는 저와 다른 후보들, 특히 이 전 대표와는 매우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통령 당선 후, 가족과 친인척은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지?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난 정부도 약속드린 사항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제가 당 대표 시절에도 특별감찰관에 관해선 “국민께 약속드린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말씀드렸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때 드린 말씀 그대로 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야당도 즉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지 않겠나?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 시대 교체를 말씀드렸다. 그러나 시대 교체도 정치가 본래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가 국민을 보듬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극단적 대립에 빠진 정치를 걱정하게 만들어왔다. 시대 교체를 통해 그런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 한 분 한 분의 평화로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릴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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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