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국감 피한 노소영 철면피 이중행보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4 13:58:59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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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부를 땐 줄행랑
행사엔 곱게 나타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예술상 시상자로 나섰다. 앞서 노 관장은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노소영 관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부터 고발당하면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노태우 비자금 고발에 대해 조사 중이며 정치권서도 주시하고 있는 만큼 비자금 불법 은닉 여부 등이 차차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뻔뻔한
등장 신

노 관장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서 개최한 ‘제3회 서울 예술상’ 시상자로 나섰다. 국감 불출석 후 잠적한 노 관장은 지난해 10월 해외 행사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아왔다.

시상식서 노 관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악수를 하는 등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서 등장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메모가 여러 사회적 해석을 낳고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곧 시간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확인이 어려운 규모의 돈이 유입된 정황에 관해 묻자 “그러게요”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노 관장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곧 의견을 내겠다”고 전했다.


노 관장은 지난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동생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과 함께 채택됐다. 그러나 불출석 사유서 없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1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됐다.

‘노태우 비자금’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서 제기됐다. 당시 재판 과정서 노 관장은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맡긴 돈’이라며 남긴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부친(노태우) 자금 300억원이 선경(현 SK)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해 5월 노 관장의 주장이 인정된다면서 재산 분할액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SK가 자금 유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이혼소송이 비자금 환수 국면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노 관장은 아버지의 비자금 카드를 꺼내 소송서 대승한 듯 보였으나, 비자금 불법 은닉 혐의 등으로 3건의 고발이 접수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노 관장을 고발한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김시철 서울고법 가사2부 부장판사를 탄핵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과 김 부장판사의 특수 관계가 드러나면서 ‘재판부 쇼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혼 소송 중 불거진 노태우 검은돈 의혹
국회 호출에 잠적 후 유유히 시상식 참석

재산분할 판결을 이끈 김 부장판사의 부친 고 김동환 변호사는 과거 ‘5·18 특별법’ 반대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한 인물로 알려졌다.


노 관장에게 승기를 건넨 김 부장판사의 부친 김 변호사는 노태우의 경북고 1년 후배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 권익을 위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변호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동시에 노태우를 옹호한 인물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과 전두환씨가 결성한 정치 군벌인 ‘하나회’가 광주 사태를 일으킨 후 탄생한 5공화국 때부터 국가정책 자문위원, 선관위원, 공정거래위원, 소비자보호위원 등을 지냈다. 본격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한 6공화국 들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KBS 이사도 맡게 된다.

당시 김 변호사는 5·18 책임 문제로 곤경에 처한 노태우를 방어하는 최전방에 나섰다. 5·18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1995년 12월호 <한국논단>에 김 변호사는 ‘5·18 특별법 안 된다. 위험한 발상 5·18 특별법’이란 제목의 기고를 하게 된다. <한국논단>은 1989년에 창간돼 2014년까지 발행된 극우 성향 월간 시사지다. 5·18 특별법은 광주 사태를 일으킨 하나회 일당을 처벌하자며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법이었는데, 김 변호사는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또 노 관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최 회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상원 변호사는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인 박철언 전 정무장관 사위다. 박철언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지켰으며, 같은 경북고등학교 동문이다.

이 변호사의 부인 박지영은 미래회 현 회장이자 박 전 장관의 큰딸로, 노 관장과는 6촌 관계다. 노 관장의 미래회는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겉으로는 봉사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 언급된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부회장과 김방은 예화랑 대표가 소속됐던 단체다.

당당하게
황당 행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 관장 이혼소송에 연관된 법조계 인맥은 노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재판부는 비자금 실체에 관한 심리도 하지 않은 채 노 관장 측의 주장만 받아들이면서 재산분할 판결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한 상태다.

환수위는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환수위는 지난 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판결서 김 여사의 메모가 등장했는데, 이는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을 은닉하고 관리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김 여사는 남편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으로 알려진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관리해온 범죄자”라고 강조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김 여사가 노태우 비자금을 관리하는 은닉 공범이라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노태우정부 시절에도 김 여사와 관련해 “김옥숙 여사가 별도로 비자금을 여러 비밀 계좌에 넣어두고 관리한다”는 소문이 줄을 이었다는 게 환수위 측 설명이다.

환수위 측은 “범죄수익 은닉 공모는 분명한 불법행위고 그 범죄수익이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중범죄”라며 “김 여사의 딸인 노 관장은 항소심 재판서 ‘김옥숙의 메모’ 2개를 공개했는데,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작성한 이 메모에는 비자금 용처가 나타나 있다. 이는 김 여사가 비자금의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언뜻 장부처럼 작성된 해당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이 누구에게 얼마가 전달됐는지 뿐만 아니라 여러 곳으로 뿌려진 돈 중 일부의 회수 예정 날짜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김 여사가 이런 메모를 적었다는 것은 그가 비자금의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한 ‘비자금 관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환수위의 설명이다.

환수위는 고발장에 “김영환 의원은 지난해 10월25일 ‘비자금 없다던 노태우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6공 비자금 꼼수 상속’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김옥숙의 수상한 자금에 대해 사정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김영환 의원은 당시 국세청 공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지목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비정상적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고 명기했다.

고개 빳빳
‘입꾹닫’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현금성 보험 가입(차명계좌 활용), 노재헌의 공익법인 악용 등의 수법이 활용, 해외에서는 조세피난처에 10개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비자금 은닉이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8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법무부)서 정청래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옥숙은 차명으로 관리되던 자금 등을 동원해 두 차례에 걸쳐 농협공제(현 농협생명)의 ‘새천년새저축공제’라는 유배당저축성보험(공제)에 210억원을 가입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서진 등 8인의 차명계좌가 활용됐었고, 김 여사는 2007년 검찰 및 국세청 조사를 받았으며 해당 진술서가 공개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검찰 등 사정기관을 겨냥해 “이는 명백한 조세포탈 및 금융실명제 위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를 비롯한 노태우 일가가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드러난 것이 없다”며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여사는 추징금을 낼 여력이 없고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으나, 실제로는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47억원을 출연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가 보유한 거액의 불법 비자금이 다양한 수단으로 상속·증여되고 있다는 단서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 목적 사업 등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익법인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탈세 혐의로 수사해 처벌할 수 있다”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재판부 쇼핑’으로 1조원 판결
세금 먹은 미술관 영리단체로?

최근 노 관장은 그동안 비영리기관으로 운영해온 아트센터 나비를 영리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대규모의 혈세를 받으면서 연간 평균 46일만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방만 운영을 하다가, 영리화에 나서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 것이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정부로부터 약 34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2019년 9억4104만원 ▲2020년 7억8197만원 ▲2021년 7억8978만원 ▲2022년 5억5469만원 ▲2023년 3억3785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전시활동은 연평균 46일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15일, 2022년에는 14일에 그쳤다. 지난 5년간 투입된 정부 보조금과 실제 전시활동이 이뤄진 기간을 보면 하루 전시에 약 15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국가 지원금을 받아온 아트센터 나비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아트센터의 누적 적자는 48억원으로, 2019년 200억원 수준이었던 자산은 2023년 말에는 145억원으로 55억원(27.5%) 감소했다.

재계에서는 방만한 재정 운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가 미술관 본연의 활동보다는 금융투자에 집중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으로 약 8억원, 2023년에는 6억원의 손해를 봤다. 보유 중이던 현금자산은 2022년 80억7800만원 규모서 2023년 6억5000만원으로 감소했고, 단기금융상품(고위험 투자 가능성이 있는 자산)은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69억9200만원으로 불어났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한편, 노 관장은 지난 2월 문화포럼 강연자로 나서 아트센터 나비의 영리화에 대해 언급했다. 노 관장은 “그동안 예술과 기술을 갖고 할 것은 다 했다”며 “아트센터 나비도 비영리기관에서 영리기관이라는 새 영역으로 넘어가려 한다. 돈을 벌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각종 의혹
수사는?

견실한 운영을 하지 못했던 아트센터 나비가 영리화로 전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과 공공재가 개인의 이익으로 전환된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 나비의 방만 운영에 대한 의혹은 비서의 횡령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노 관장은 2019년 입사한 비서가 5년간 2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고소했다. 당시 재판 과정서 해당 비서는 노 관장을 사칭해 재무 담당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는데 별다른 절차 없이 송금됐다. 이로 인해 아트센터 나비의 관리부실, 감시 부재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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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